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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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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견뎌내는 길, 함께 걸어요

<한겨레21>과 서울시 치유활동가 집단 ‘공감인’이 함께 마련한 힐링 프로젝트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트라우마 편’
등록 2014-10-16 15:46 수정 2020-05-03 04:27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는 슬픔과 무력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그리고 또래 친구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겪는 아픔은 누구보다도 크고 깊습니다. 우리 함께 얘기해보면,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내가 아픈 건 당연한 거구나’ 깨닫고 공감합니다. 그 순간 그 어떤 크고 깊은 상처라도 치유될 수 있습니다.”
과 서울시 치유활동가 집단 ‘공감인’이 10월22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세월호 트라우마를 겪는 시민들을 초대한다. 서울시 힐링 프로젝트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트라우마 편’이다. 1회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2회부터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연다. 대상은 16~18살 청소년과 부모, 선생님이며 신청은 누리집(h21.hani.co.kr)과 공감인 누리집(누구에게나엄마가필요하다.org)에서 받는다. 궁금한 점을 질문과 답변(Q&A) 형식으로 정리했다.

미국에서 9·11 테러를 추모하는 자리가 계속 이어지듯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말하고 감정을 교류해야 한국 사회가 집단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서울시 힐링 프로젝트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트라우마 편’이 그 첫걸음이다. 공감인 제공

미국에서 9·11 테러를 추모하는 자리가 계속 이어지듯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말하고 감정을 교류해야 한국 사회가 집단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서울시 힐링 프로젝트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트라우마 편’이 그 첫걸음이다. 공감인 제공

Q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라는 의미가 무엇인가.

A 인디언 부족의 풍속 중에 ‘걱정인형’이라는 게 있다. 인형에게 걱정거리를 말한 다음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자면 밤사이 걱정인형이 그 걱정거리를 모두 가져가서 홀가분해진다고 한다. 다들 즐거워하는데 한 어린 소녀가 근심스레 묻는다. “그럼 걱정인형의 걱정은 누가 해결해주나요.” 우리는 흔히 어른이라서, 번듯한 직업을 가져서, 경제적 안정이 돼서 더 이상 엄마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엄마, 다시 말해 ‘엄마성’이란 ‘내 결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도 조건 없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던 태곳적 느낌, 치유적 인간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

Q 엄마만이 치유자가 될 수 있나.

A “엄마, 나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돈이 많든 적든, 키가 작든 크든 5살 아이는 엄마를 무조건 사랑하고 인정한다. 이때 아이는 엄마성 있는 존재, 그 자체다. 아이가 엄마에게 ‘엄마’가 되는 순간이다. 누구라도 이렇게 치유자가 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트라우마 편’은 전문가가 일반인을 치유하는 수직적 프로그램이 아니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서울시 정신보건사업지원단장)씨가 프로그램을 이끌지만 치유자는 다른 참석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참석자 스스로다.

Q 어떻게 운영되나.

A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참석자는 ‘속마음’을 적은 사연을 보낸다. 살아오면서 (또는 최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일 등을 담는다. 이 가운데 정혜신씨는 두 편의 사연을 골라 각색하고 여러 장치를 활용해 개인 신상이 노출될 위험을 없앤다. 프로그램 당일, 다른 참석자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사연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처럼 질문에 답한다. 참석자들은 함께 울고 웃으며 그 사연에 공감한다.

Q 주의할 점은.

A 두 가지다. 첫째, 느낌, 내 마음에 온전히 몰입한다. 사회적 위치(직책·나이), 가정 내 역할(엄마·아빠·자녀), 종교 등을 잠시 옆으로 밀어놓는다. 둘째, 충고나 판단, 계몽하지 않는다. ‘지적질’은 치유를 방해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정혜신씨는 말한다. “치유란 동굴 속에 숨은 사람을 억지로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 그 옆에서 어둠을 함께 감내하는 일이다. 그러다보면 그가 동굴에서 스스로 걸어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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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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