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견뎌내는 길, 함께 걸어요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트라우마 편’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는 슬픔과 무력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그리고 또래 친구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겪는 아픔은 누구보다도 크고 깊습니다. 우리 함께 얘기해보면,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내가 아픈 건 당연한 거구나’ 깨닫고 공감합니다. 그 순간 그 어떤 크고 깊은 상처라도 치유될 수 있습니다.”
과 서울시 치유활동가 집단 ‘공감인’이 10월22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세월호 트라우마를 겪는 시민들을 초대한다. 서울시 힐링 프로젝트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트라우마 편’이다. 1회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2회부터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연다. 대상은 16~18살 청소년과 부모, 선생님이며 신청은 누리집(h21.hani.co.kr)과 공감인 누리집(누구에게나엄마가필요하다.org)에서 받는다. 궁금한 점을 질문과 답변(Q&A) 형식으로 정리했다.
미국에서 9·11 테러를 추모하는 자리가 계속 이어지듯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말하고 감정을 교류해야 한국 사회가 집단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서울시 힐링 프로젝트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트라우마 편’이 그 첫걸음이다. 공감인 제공
A 인디언 부족의 풍속 중에 ‘걱정인형’이라는 게 있다. 인형에게 걱정거리를 말한 다음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자면 밤사이 걱정인형이 그 걱정거리를 모두 가져가서 홀가분해진다고 한다. 다들 즐거워하는데 한 어린 소녀가 근심스레 묻는다. “그럼 걱정인형의 걱정은 누가 해결해주나요.” 우리는 흔히 어른이라서, 번듯한 직업을 가져서, 경제적 안정이 돼서 더 이상 엄마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엄마, 다시 말해 ‘엄마성’이란 ‘내 결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도 조건 없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던 태곳적 느낌, 치유적 인간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
A “엄마, 나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돈이 많든 적든, 키가 작든 크든 5살 아이는 엄마를 무조건 사랑하고 인정한다. 이때 아이는 엄마성 있는 존재, 그 자체다. 아이가 엄마에게 ‘엄마’가 되는 순간이다. 누구라도 이렇게 치유자가 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트라우마 편’은 전문가가 일반인을 치유하는 수직적 프로그램이 아니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서울시 정신보건사업지원단장)씨가 프로그램을 이끌지만 치유자는 다른 참석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참석자 스스로다.
A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참석자는 ‘속마음’을 적은 사연을 보낸다. 살아오면서 (또는 최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일 등을 담는다. 이 가운데 정혜신씨는 두 편의 사연을 골라 각색하고 여러 장치를 활용해 개인 신상이 노출될 위험을 없앤다. 프로그램 당일, 다른 참석자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사연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처럼 질문에 답한다. 참석자들은 함께 울고 웃으며 그 사연에 공감한다.
A 두 가지다. 첫째, 느낌, 내 마음에 온전히 몰입한다. 사회적 위치(직책·나이), 가정 내 역할(엄마·아빠·자녀), 종교 등을 잠시 옆으로 밀어놓는다. 둘째, 충고나 판단, 계몽하지 않는다. ‘지적질’은 치유를 방해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정혜신씨는 말한다. “치유란 동굴 속에 숨은 사람을 억지로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 그 옆에서 어둠을 함께 감내하는 일이다. 그러다보면 그가 동굴에서 스스로 걸어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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