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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대망론’ 꿈틀대다

충청에서 무슨 일이
등록 2014-06-09 16:51 수정 2020-05-02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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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쓰리다”고 말하는 곳. 새정치민주연합은 “경기지사·인천시장 선거 패배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보상받는 결과”라며 위안 삼는 지역. 충청권 광역단체장 선거 4곳(충남·북지사, 대전시장, 세종시장)을 새정치민주연합이 ‘4-0’으로 완승한 데 대한 여야의 표정이 대비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선 당시 민주당이 충남·북지사 승리만을 챙겼다.

충청은 영호남 지역주의 쏠림이 강한 한국 정치사에서 최종 승자를 만들어내는 ‘결정권’(캐스팅보트) 구실을 해왔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충남·북에서 얻은 약 56%의 득표율은 전체 득표율에서 문재인 후보를 약 3% 차로 이기는 힘으로 작동했다. 인구도 2013년 8월 기준 충청(525만 명)이 호남(523만 명)을 넘어서 ‘중원 잡기’에 대한 야권의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올해 지방선거 유권자 수도 충청(421만5204명)이 호남(419만1100명)보다 많았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충청 기반 정당(자유민주연합·자유선진당 등)이 사라진 이후 여야가 충청에서 1 대 1로 맞선 첫 전국 선거였다. 2010년 선거에선 안희정 민주당 후보가 한나라당·자유선진당 후보가 보수 표를 나눠갖는 3자 구도에서 당선됐다.

야당이 충청에서 새누리당보다 낮은 정당 지지율을 딛고 광역단체장 전승을 거둔 이유로 인물론 효과를 꼽는 분석이 많다.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지사의 측근은 “보수층에서도 안희정은 ‘사람이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안희정을 잘 키워 대권 후보로 만들자는 ‘충청 대망론’이 안희정을 다시 도지사로 밀어올린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하는 충청 정서가 높지만, 충청 사람들이 박근혜 지지와 안희정 대망론을 분리해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막판 ‘박근혜의 눈물을 닦아주자’는 여당의 읍소 전략을 ‘안희정 인물론’으로 방어했다는 얘기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고교 친구인 윤진식 새누리당 후보를 득표율 2.1% 차로 밀어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충북도당 관계자는 “현직 도지사로서 도정을 무난히 이끌었다는 평가가 여당의 선거 막바지 ‘박근혜 마케팅 전략’을 가까스로 차단했다”고 말했다. 이 지사 쪽 인사는 그를 “선거 승부사”라고 평했다. 이 지사는 지금까지 자신의 선거에서 7전7승(충주시장 3회, 국회의원 2회, 도지사 2회)의 100% 승률을 남겼다.

세종시장 선거는 애초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도 승리 전망을 하지 못했던 곳이다. 정작 투표함을 열어보니 건설교통부 차관 출신 이춘희 후보가 현직 시장인 유한식 새누리당 후보를 14%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이를 두고 세종시 정부청사로 집단 이주한 공무원들이 공무원을 개혁 대상으로 간주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반란표를 던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공무원들이 군수 출신 후보(유한식)를 정부 공무원들이 모인 세종의 시장‘감’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대전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2266표 차로 간신히 이긴 곳이다. 박성효 새누리당 후보를 3.3%포인트 차로 이긴 권선택 후보 캠프의 인사는 “권 후보의 행정(행정부시장), 정치(국회의원 2회), 국정(청와대 비서관) 경험을 내세웠다. 우리 당의 구청장 후보들도 괜찮아, 구청장-시장 묶음 지지 투표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당에선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심판론’을 내세우길 꺼렸지만, 우린 대전시장 선거에서 정부 심판론을 강하게 제기했다”고 했다. 중앙당과 다른 길을 택했다는 얘기인데, 흥미롭게도 대전은 광역 정당비례 투표에서도 새누리당보다 새정치민주연합(47.7%)을 더 지지했다.

야권의 ‘4-0 완승’만으로 충청이 ‘박근혜·새누리’에 등을 돌렸다고 하긴 어렵다. 충청권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새누리당(충남 10곳, 충북 7곳 승리)이 과반 승리를 챙겼다. 광역 정당비례 투표에서도 새누리당이 충남·북에서 모두 53%의 지지를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약 38%를 기록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충청권의 이번 표심은 야당에 ‘더 분발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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