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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사람들은 언제나 울었다. 딸과 아들의 생사 앞에서 엄마와 아빠는 오열했다. “이게 국가냐”고 했다. “이게 정부냐”고 물었고 “이게 정치냐”고 따졌다. ‘국민에게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설명하지 못하는 국가는 그들에게 신뢰가 아닌 분노의 대상이었다. 지난주 발행된 에 실린 전남 진도 팽목항 르포 기사의 첫 구절은 이랬다. 은 ‘이것이 국가인가’라는 큼지막한 문구를 표지에 담았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지 열하루째 새벽이 곧 밝아온다. ‘174’란 숫자는, 마치 단단한 대못에라도 콱 박힌 듯, 꿈쩍조차 하지 않는다. 침몰 사고 직후 현장에서 ‘구조’된 사람 수다. 정작 낡은 배 위에 실린 수백 대의 차량과 수백t 무게의 컨테이너는 제대로 고정하지도 않았던, 같은 하늘 아래서.
지난 열흘 새 켜켜이 쌓인 분노는 불안과 불신으로 단단히 굳어져만 가고, 실종된 책임과 빈털터리 능력을 질타하던 목소리는 어느새 무기력과 우울증으로 탈바꿈해가는 중이다. 재앙을 잉태한 탐욕의 실체가 한 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차라리 좌절감과 서러움만 늘어가는 게 이 땅의 슬픈 현실이다. 어느 날 불현듯 모두가 맞닥뜨리게 된 재앙공동체의 얼굴이다. 물론 재앙공동체는 ‘연대’의 싹도 키웠다. 노란 리본이 화창한 봄 날씨의 전국을 물들였고, 실종자 가족과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을 보듬어 안으려는 자원봉사의 발길도 쉼없이 이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간절한 기도는 끊이지 않는다.
물음은 더 큰 물음을 낳는다. 사람들은 이제 고쳐 묻는다. 과연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동서양 전통의 작은 차이는 있을지언정, 국가가 계약의 산물이라는 믿음을, 적어도 현대인은 공유해왔다. 전근대사회에서 횡행했던 개인에 의한 사적 강제의 가능성을 온전히 박탈하고, 공권력이란 이름의 독점적 물리력을 국가에 허락한 토대 역시 이런 믿음이다. 하지만 가장 소중한 생명조차 눈앞에서 지켜내지 못하는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탐욕스런 국가에서 사람들은 가차 없이 신뢰를 거두고 있다. ‘국가성’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다. 불신의 대상은 국가를 넘어, 기성 제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언론은 무참히 조롱당하고, 심지어 구호 작업의 성과조차 민간에 더 후한 점수를 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월호 실종자 구조 작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우리는 조심스레, 그러나 단연코 ‘세월호 이후’를 그려봐야 할 때다.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경험하고 있는 이 집단적 트라우마는 과연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다줄 것인가. 3년 전 후쿠시마의 대재앙은 이웃 일본인들에게 생존의 공포 그 자체였다. 아마도 최근의 급속한 우경화 흐름에 기폭제 노릇을 한 것 또한 그 공포였으리라. 옛것은 무너졌으되 새것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국가가 무너진 자리는 자본이 당당히 꿰찰지도 모른다. 무기력과 좌절, 비통함과 자학, 분노와 서러움이 한데 뒤엉킨 이 ‘만인 대 만인의 불신’의 땅, 혼돈의 땅에서 우리는 묻는다. 무엇을 해야 할까.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 상처받은 이 땅의 모든 ‘우리’ 앞에 던져진 거대한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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