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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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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한국의 위험한 미래?

핵발전소 끼고 살지만 아무런 정보 알 수 없는 홍콩,

‘홍콩-중국’의 상황이 ‘한국-중국’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등록 2014-03-13 06:08 수정 2022-11-08 09:57
2011년까지 다야만 핵발전소 안전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낸 로리 완 섹 런이 홍콩 센트럴 완차이 지구 타마르 광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11년까지 다야만 핵발전소 안전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낸 로리 완 섹 런이 홍콩 센트럴 완차이 지구 타마르 광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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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홍콩의 심장 같은 곳입니다. 정부청사가 있고 입법회 건물과 경찰서도 있습니다. 그런데 방사능 측정 장비 하나 없어요. 만약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나요? 도대체 누가 지휘를 할까요.”

방사성물질 유출 지적하자 그제야 인정

2월7일 오전 중국 홍콩특별행정구의 마천루가 펼쳐지는 센트럴 완차이 지구 타마르 광장에 선 환경 컨설턴트 로리 완 섹 런(60)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야만 핵발전소가 있는 북동쪽을 가리켰다. 홍콩을 밝히는 전기의 절반은 홍콩 일대에 있는 화력발전소에서 나온다. 나머지 25%는 중국 땅을 건너 다야만 핵발전소를 통해 들어온다. 다야만 핵발전소는 홍콩의 중심지인 센트럴에서 50km, 국경에서는 30km 떨어져 있다. 1994년부터 이곳의 전기를 끌어쓰고 있는 홍콩은 2020년까지 전체 전력량의 50%를 다야만 핵발전소에서 끌어오려 한다.

그가 홍콩의 ‘방사능 걱정’을 하게 된 건, 20여 년 전 중국 정부로부터 ‘다야만 핵발전소 안전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 위원으로 임명되면서다. 그도 처음부터 핵발전에 비판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 홍콩중문대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뒤 막연하게 핵발전과 관련한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 ‘원자력 꿈나무’였다. 그러나 1979년 미국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가 벌어지면서 그는 대학에서 배우지 못했던 핵발전의 양면성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다섯 달 뒤 1호기 원자로에서 또다시 방사능이 누출됐다. 냉각수 금속관 균열로 인해 방사능이 누출된 사건으로 IAEA가 정한 국제핵사고등급 가운데 1급에 해당하는 사고였다. 발전소 쪽은 사고 발생 열흘 뒤에야 홍콩 정부에 사고 내용을 통보했다.


“그때는 군대가 핵무기에 대한 비밀을 숨기거나, 대기업이 일반인들에게 이윤을 얻기 위해 핵발전에 대해 뭔가 숨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학 동료들과 핵발전을 연구하는 모임을 만들었고요.”

자연스럽게 다야만 핵발전소 건립 반대운동(상자 기사 참조)에도 참여했던 그는 리펑 중국 국무원 총리가 부총리로 근무할 무렵인 1984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제행사에 참가해 “중국은 왜 홍콩에 핵발전소를 지으려 하느냐”는 돌발 질문을 던져 중국 정부로부터 비판적인 인물로 찍히기도 했다. 그 뒤 다야만 핵발전소가 상업운전을 시작하면서 자문위원이 됐지만, 그의 활동은 순탄치 않았다.

“사실 자문위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원들 중엔 아첨하려는 이들밖에 없으니까요.” 중국 정부가 그에게 제공하는 다야만 핵발전소 관련 정보는 자세하지 않았다. 좀처럼 핵발전소의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실제 2010년 5월, 다야만 핵발전소 2호기에서 핵연료봉의 방사성물질이 냉각수를 통해 유출된 사건도 로리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다야만 발전소 쪽에서는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보고서 내용에서 수치의 이상을 확인하고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방사능 요오드 핵종과 방사능 기체 수치 등이 미세하게 상승한 사실이 보도되자 중국 정부는 방사능 유출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사건에 대해 그는 “이런 식의 사고는 자주 반복됐다”고 말했다.

1994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다야만 핵 발전소는 홍콩 중심지에서 북동쪽으로 직선거리로 약 50km 떨어져 있다.

1994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다야만 핵 발전소는 홍콩 중심지에서 북동쪽으로 직선거리로 약 50km 떨어져 있다.

동쪽에는 핵발전소, 남서쪽에는 핵연료 공장

그러나 그의 경고에도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꼬박 다섯 달 뒤 1호기 원자로에서 또다시 방사능이 누출됐다. 냉각수 금속관 균열로 인해 방사능이 누출된 사건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한 국제핵사고등급 가운데 1급에 해당하는 사고였다. 다행히 원자로 외벽 덕에 외부로 방사능이 새나가지는 않았지만, 발전소 쪽은 사고 발생 열흘 뒤에야 홍콩 정부에 사고 내용을 통보했다. 홍콩 중화전력공사(CLP)는 사고 한 달이 다 되어서야 사건을 공개했다. 얼마 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터졌고, 로리는 20년 가까이 활동하던 위원직을 사퇴했다. “더 이상 핵발전소를 짓지 마라, 핵발전소를 지을 거면 그에 따른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지어라, 이렇게 주장했지만 사람들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사고가 발생했고요.”

후쿠시마 사고 뒤, 홍콩 사회에서는 다야만 핵발전소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홍콩 정부에 운영 정보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해 홍콩에서는 시민단체 활동가, 기자, 교수, 정치인 등이 모인 ‘다야만 민간 감시 자문단’(Daya Bay Monitoring Panel)이 출범했다. 이곳에 참여했던 프렌티스 구 와이 목 그린피스 홍콩사무소의 선임 캠페이너는 “구성원들은 다야만 핵발전소에 대해 다양한 문의를 했다. 질문은 많았지만, 발전소 쪽에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부분 이미 공개했던 자료를 보여줬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자문단은 결국 1년6개월 동안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해체됐다.

홍콩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다야만 핵발전소의 경우 홍콩의 중화전력공사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그나마 관련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콩 주민들은 다야만 핵발전소 바로 옆에 있는 링아오 핵발전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은 적이 없다.

“지금 홍콩의 상황은 실험용 흰쥐와 같습니다.” ‘아시아 탄소감독재단’(Carbon Care Asia)의 앨버트 라이 커웅탁 대표는 “홍콩에서 그렇게 많은 이들이 반대했는데, 몇 년 뒤 링아오 핵발전소를 지은 것을 보면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광둥성이 중국의 주요 핵단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홍콩 주변에는 타이산·양장 핵발전소 등 약 20기의 핵발전소가 들어서고, 홍콩 북서쪽 포산에는 핵연료 공장도 들어서기 때문이다. 앨버트 대표는 “홍콩 국제공항과 100km 떨어져 있는 타이산 핵발전소는 프랑스에서 기술을 받아 만들고 있다. 유럽형가압경수로(EPR) 방식의 원자로를 쓰는데, 정작 이 공법은 프랑스·핀란드 등 유럽에서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타이산에서 가장 먼저 운영되고 있어 앞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콩 사회가 중국의 핵발전소 건설 소식을 달가워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다야만 핵발전소의 경험에 있다. 건설 과정에서 격렬한 반대를 했음에도 공사를 강행해서 여러 차례 문제가 일어났고, 운행 중에도 고장이 잦아서 운영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이 핵발전소 사고 자체를 비밀에 부칠 것을 우려한다. 프렌티스는 “신규 핵발전소가 빠르게 늘어나는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핵발전소 관련 정보를 전혀 노출하지 않은 채 불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유일한 희망은 민주주의”

“중국의 (핵발전소 관리) 시스템은 너무 취약합니다. 사람들이 더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결국 유일한 희망은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적 시스템만이 정부를 모니터할 수 있으니까요.” 로리의 말이다. 그는 ‘홍콩-중국’의 상황이 ‘한국-중국’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상하이 북쪽 산둥성·랴오닝성 등의 핵발전소에 대한 정보를 한국에 알려줘야 합니다. 쓰나미·지진 등 서로 일상적인 정보를 교류해야 안전성도 높아지는 법이니까요. 핵발전은 결국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하는 것은 아무런 답이 될 수 없습니다.”

홍콩(중국)=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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