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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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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아리무진 버스기사의 아무도 묻지 않은 월급이야기

전국 135곳 사업장에서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의 ‘참전 동기’가 된 판결
회사 항소하면서 통상임금 문제 추가돼… 판결 뒤 실질임금은 줄어들어
등록 2013-07-16 04:58 수정 2020-05-02 19:27
설동종씨가 지난 7월9일 오후 대구 동구 신천동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금아리무진분회 사무실에서 자신의 급여명세서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설동종씨가 지난 7월9일 오후 대구 동구 신천동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금아리무진분회 사무실에서 자신의 급여명세서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화려한 동대구역을 지나자 언덕배기에 허름한 버스터미널이 나타났다. 대구 시내 동서남북에 자리잡고 있는 버스터미널 가운데 하나인 대구 동구 신천동의 ‘동부시외버스터미널’(동부정류장)이다. 1970년 중반 일찌감치 들어선 이곳에는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낡은 건물이 서 있었다. 간간이 들어오는 시외버스는 뙤약볕에 흐물거리는 아스팔트 위로 승객들을 내려놓았다.

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

시간이 멈춘 듯 한적한 이 터미널은 사실 보기와 다르게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버스터미널이다. 현재 재계와 노동계가 모든 촉수를 뻗은 채 지켜보고 있는 통상임금 논란의 불길이 타오른 곳이기 때문이다. 그 불씨를 댕긴 이들은 이 터미널을 드나드는 금아리무진의 연두색 시외버스를 모는 19명의 운전기사다.‘통상임금’은 월급명세서로 치면 뼈대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회사와 노동자가 각종 법정수당을 계산할 때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연장·야간·휴일 수당, 연차유급휴가 수당 등도 마찬가지다. 통상임금이 얼마인지에 따라 바뀐다. 통상임금은 평균임금, 퇴직금, 산업재해보상금 등에도 변화를 준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재계와 보수 언론이 “노동계에는 폭죽, 재계에는 폭탄” “38조원 규모의 임금 쓰나미” 등 화려한 수식어구를 내뱉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집단소송으로 통상임금을 제대로 되찾자”라며 장밋빛 미래를 외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100인 이상 사업장 135곳(9580곳 가운데 1.41%)에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마디로 노사가 한바탕 ‘통상임금 전쟁’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들이 전쟁에 뛰어드는 ‘참전 동기’는 일치한다. 모두 대법원이 지난해 3월 대구 시외버스 금아리무진 운전기사 19명이 낸 소송에서 내린 판례를 꺼내든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이다. 기업과 고용노동부에서는 “다른 사업장에 일반화하기 힘든 특이한 사례”라며 애써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다. 노동계는 이 사례를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의미 있는 판결”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작 통상임금 논란에서 소송 당사자였던 금아리무진 버스 운전기사들은 빠져 있다. 아무도 이들의 소송 이야기는 묻지 않은 채 대법원 판결을 두고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아리무진 버스 운전기사의 월급명세서는 기업과 고용노동부의 해석처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구조’”도 아니었고, 대법원 판결은 노동계가 말하는 것처럼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새로운 판결”도 아니었다. 실상 이들은 대법원이 인정해준 통상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다. 5년 동안 이어진 금아리무진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금아리무진 버스운전기사의 월급명세서는 기업과 고용노동부의 해석처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구조’”도 아니었고, 대법원 판결은 노동계가 말하는 것처럼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새로운 판결”도 아니었다.
대구 동구 신천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 주차장에 금아리무진 소속 버스들이 늘어서 있다. 금아리무진은 대구와 경주·포항·울산 등을 오고 가는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 동구 신천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 주차장에 금아리무진 소속 버스들이 늘어서 있다. 금아리무진은 대구와 경주·포항·울산 등을 오고 가는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보너스가 원래 우리 임금이라니”

“상여금이 알고 보니 원래 우리 임금이었다는 겁니다. 일반 회사에서는 상여금이 말 그대로 보너스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 같은 경우에는 우리 임금을 쪼개 만든 게 상여금이었더라고요.” 지난 7월9일 오후 대구 동부시외버스터미널 근처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설동종(47)씨의 말이다. 설씨를 포함한 금아리무진 버스 운전기사 21명(2명은 항소심에서 소 취하)은 2007년 12월 대구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소장에는 “회사가 월차휴가·주휴수당 등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하지 않는다”며 이를 바로잡아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금아리무진 분회장이다. 금아리무진 전체 직원 164명 가운데 10%도 안 되는 9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미니 노조’다. 금아리무진에는 모두 4개의 노조가 있다. 2005년 시외버스 업체 ‘경일고속’을 흡수하면서 남은 노조, 그 밖에 기존 조직을 탈퇴하고 새로 꾸린 노조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 금아리무진 분회가 가장 작다.

설동종씨의 2003년부터의 급여명세서 내역들. 기본급이 낮고 그 밖의 수당, 상여금이 있는 급여 내역은 버스업계에서는 흔한 임금체계다.

설동종씨의 2003년부터의 급여명세서 내역들. 기본급이 낮고 그 밖의 수당, 상여금이 있는 급여 내역은 버스업계에서는 흔한 임금체계다.

금아리무진은 동부시외버스터미널을기점으로 경북 경주·포항, 울산 등을 오고 가는 시외버스 노선을 운영한다. 경주를 중심으로 운수사업을 하는 금아버스그룹 소속이다. 설씨는 2003년 5월8일 이 회사에 입사했다. 버스 운전 일은 이곳에 와서 시작했다. “월급 체계가 이상하다는 건 생각도 못하고 다녔죠.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가 지난 10년치 월급명세서 뭉치를 꺼내들었다. 입사 뒤 첫 달 급여명세서에는 131만8720원이 찍혀 있었다. 명세서에는 기본급 60만5850원, 연장수당 53만7001원, 야간수당 3만7865원, 그리고 주휴수당 11만155원이 적혀 있었다. 각종 수당이 기본급보다 많은 구조다. 그가 첫 상여금을 받은 건, 그해 12월이 되어서였다. 첫 상여금은 111만3240원이었다. 금아리무진이 언론에 떠오르게 된 건, 바로 상여금 때문이다. 대법원이 지난해 3월 금아리무진이 낸 소송에 대해 “근속연수에 따라 미리 정해놓은 비율을 적용해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또 “회사가 바뀐 통상임금 기준에 따라 월차휴가·주휴수당 등의 차액을 지급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아리무진은 매해 노사가 임금협정서를 맺고 이 기준에 맞춰 임금을 지급한다. 임금협정서에는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수당을 지급한다”고 돼 있었지만, 회사는 그보다 낮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시급을 따져 수당을 준 게 문제가 됐다. 실제로 대구지방법원이 인정한 이들의 미지급 수당은 3년 동안 개인당 약 900만~2천만원 수준이었다. 이 판결이 알려지자 노동계에서는 ‘정기상여금=통상임금’이라는 공식을 받아들이게 됐고, 기업들은 ‘임금 비용 상승’에 당혹해했다.

“원래는 회사가 제대로 계산해주지 않은 월차휴가·주휴수당 등을 제대로 받으려고 소송을 시작한 겁니다. 우리도 계산하다보면 시급 기준이 들쭉날쭉해서 헷갈려요. 그러다 회사 쪽이 항소를 하면서 우리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부분을 추가했던 거죠.”

“원래는 회사가 제대로 계산해주지 않은 월차휴가·주휴수당 등을 제대로 받으려고 소송을 시작한 겁니다. 우리도 계산하다보면 시급 기준이 들쭉날쭉해서 헷갈려요. 그러다 회사 쪽이 항소를 하면서 우리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부분을 추가했던 거죠.”
 버스업계가 낮은 기본급을 유지하기 위해

금아리무진 버스기사들이 받는 상여금의 특이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받은 상여금은 일반적인 상여금의 사전적 의미인 ‘월급과는 별도로 업적이나 공헌도에 따라 직원에게 주는 돈’과 다르다. 소송이 있기 전 금아리무진은 근무일수나 근무성적과 관계없이 직원들에게 고정적으로 상여금을 줬다. 임금협정서에는 상여금은 6개월 이상 근무하면 기본급의 350%를, 3년 이상 550%, 8년 이상 650%, 그리고 12년 이상은 750%를 분기별(3·6·9·12월)로 쪼개서 준다고 되어 있다. 설씨가 입사 3년차를 넘긴 2008년 10월 월급명세서에는 한 달 받는 급여가 152만6450원으로 늘어났지만, 기본급은 전체 임금의 절반 수준인 81만7710원이었다.

이러한 구조는 낮은 기본급을 유지하려는 버스 업계에서 흔한 임금체계다. 버스 운전은 먼 거리를 오고 가는 일이라 연장수당 등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급여를 매기는 방식은 이렇다. 임금협정서에 이른바 ‘만근’이라고 부르는 소정근로일수(21일)를 정하고, 매일 근무시간을 12시간으로 정했다. 기본급은 21일을 기준으로 ‘시급×168시간(=1일 8시간 근무×21일)’으로 계산했다. 평소보다 1.5배를 더 받는 연장근로수당도 21일을 기준으로 받았다. 만근을 기준으로 매일 4시간씩 연장근무(4시간×21일×1.5=126시간)와 한 달에 4번 4시간씩 하는 토요일 근무(4시간×4번×1.5=24시간)를 더한 150시간을 시급에 곱해 받았다. 야간근로수당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만근을 채우지 못하면 기본급·수당이 줄어들며, 초과 근무를 해 추가수당을 받아야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구조다. 실제로 설씨의 2007년 기준 시급은 약 4300원(2007년 최저임금 시급 3480원)으로 그리 높지 않은 편이었다.

이 때문에 금아리무진 사 쪽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기본급이 올라가면 수당도 덩달아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근 기준으로 계산한 1년치 월급 가운데 상여금을 미리 제외한 나머지를 기본급으로 정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런 탓에 근무일수가 적은 직원이나 퇴직자에게도 근무 기간이 같다면 같은 상여금을 주었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금아리무진 상여금 구조의 특징은 무시한채)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는 부분만 도드라지게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버스업계에서 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 여부가 논란이 됐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당 85% 지급한 뒤 임금체계 개편해

소송은 길었다. “사실 (우리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줄 거라고) 기대를 안 했어요. (인정을 해주면) 우선 액수도 다른 수당보다 많았으니까요. 변호사도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주는 시기는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다. 이쯤에서 끝내자’는 얘기도 했으니까요.” 대구지법 민사12단독 송백현 판사는 2009년 8월 “회사는 월차휴가수당·주휴수당 등 누락된 통상임금을 계산해 직원들에게 미지급금을 납부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회사는 항소했다. 대구고법 민사2부(재판장 이기광)는 2010년 10월 1심 판결을 뒤집고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또다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금아리무진의 상여금의 경우,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해석을 내린 것이다. 재판을 돌려받은 대구고법 민사3`부(재판장 홍승면)는 2012년 9월 대법원의 판결 내용을 반영해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법원이 판단을 내리지 않고, 소송 당사자들이 서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판결이 끝이 아니었다. 설씨 등 금아리무진 버스 운전기사들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이겼지만, 급여명세서는 더 나빠졌다. 회사는 소송을 제기한 버스 운전기사 19명의 2005~2007년 3년치 임금 미지급분은 돌려줬다. 그러나 회사는 상여금 제도 자체를 없애고 임금이 많이 오르지 않도록 임금체계를 개편했다.

회사는 대구고법의 화해권고 결정이 내려진 뒤, 교섭권을 가지고있던 한국노총 금아리무진 금아고속분회와 노사협의회를 열고 통상임금 소송을 하지 않은 직원을 상대로 2009~2012년의 수당 미지급금 가운데 약 85%를 돌려주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분기마다 받던 정기상여금 제도를 폐지하고,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직원들에게 앞으로 통상임금과 관련한 민형사상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도 받았다. 합의서에는 “입사일로부터 2012년 9월30일까지의 노동관계법상 일체의 통상임금 차액분 및 임금 등 일체 청구권의 청구를 포기하며, 향후 이에 대하여 노동관계법 및 민형사상의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금아리무진분회 소속 조합원들. 왼쪽부터 김용범(47)·최광혁(56)·설동종(47)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금아리무진분회 소속 조합원들. 왼쪽부터 김용범(47)·최광혁(56)·설동종(47)씨.

7개월간 122만원 늘어났지만

“저는 처음에 월급이 매달 30만원 정도 늘어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회사는 임금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꼼수’를 써왔다. 소송이 끝난 뒤 그동안 8단계 호봉제로 운영하던 임금체계를 16호봉으로 만들어 임금 인상폭이 낮아지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새 월급체계가 적용된 2013년 1월 설씨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기본급은 121만6414원으로 뛰었다. 기본급이 오르자 수당도 덩달아 올랐다. 그러나 월급체계의 변화 전후로 급여명세서를 단순 비교해보면, 2012년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7개월 동안 설씨가 받은 급여 총액(1564만1846원)은 전년 같은 기간(1441만4042원)보다 122만7804원 늘어났다. 대법원이 산출한 2006~2007년 기준 같은 기간의 통상임금 미지급금이 약 190만원이라는 점을 미뤄보면 사실 늘어난 게 아닌 셈이다.

현재 이들은 회사가 소송 당사자들을 제외한 채 2009~2012년 통상임금 인상분 미지급금을 지급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은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금아리무진의 통상임금 판결에는 버스업계가 가진 임금체계의 특수성 등이 녹아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가 판례를 과도하게 일반화해 통상임금 소송을 줄지어 진행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아리무진 소송을 맡은 민주노총 울산법률원(법률사무소 새날)의 장석대 변호사는 “실제로 금아리무진 사건 뒤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하겠다고 의뢰해오는 사례를 분석해보면, 소송이 가능할 만한 사례가 절반 미만”이라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그저 상여금이라고 부르는 명칭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금아리무진의 사례처럼) 상여금의 지급 형태가 어떤지가 소송을 다투는 데 중요한데, 이 부분을 기업이나 노조 쪽 모두 확대해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상임금을 따지는 요건은 상당히 까다로워서 기업이 임금 지급 기준 등 몇 가지 항목만 바꿔버려도 통상임금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바뀐 건 아무것도 없어요”

최근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통상임금 소송이 무분별하게 이어질 경우, 오히려 각종 수당 등 이미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아온 통상임금 해석의 폭을 좁혀버리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늘면서 경북 등 소송이 집중된 지역의 법원에서는 심리가 늦춰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통상임금 소송 자체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통상임금을 정상화하는 것은 ‘덜 받은 임금을 돌려받는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이 노동시간 상한을 규제하고 초과노동에 대한 할증임금제도를 둔 취지를 실현하는 일이다. 그동안 값싼 할증임금을 지급하면서 신규 노동 대신 장시간 노동을 선택해온 자본의 위법하고 탈법적인 관행을 폐기시켜나간다는 중요한 의의가 있다.”(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바뀐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저 원통할 뿐이죠. 법원에서 인정해준 월급도 제대로 못 찾았으니 말이죠. 사람들은 우리가 돈 몇 푼 더 받으려고 소송한다, 회사 어려운데 왜 긁어 부스럼 만드냐고 손가락질하죠…. 법은 참 멀어요.” 여기저기서 들리는 통상임금을 둘러싼 화려한 말잔치가 이들에게는 그저 씁쓸할 뿐이다.

대구·울산=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선이 노무사 인터뷰
“심리적 마지노선 넘었을 뿐 특이한 판결 아냐”
“처음엔 (통상임금 소송이) 이렇게까지 커지리라곤 생각지 못했죠. 아주 특이한 판결이라고 볼 수 없는데 말이죠.”
대구 금아리무진 버스 운전기사들이 울산 연암동 민주노총 울산법률원(법률사무소 새날)을 찾은 건 6년 전이다. 이 사무실에서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이선이(사진) 공인노무사는 이들을 만나 급여명세서·근무기록표 등을 하나씩 뒤져가며 금아리무진 소송을 준비했다. 지난 7월10일 울산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최근 통상임금 논란에 대해 “금아리무진 판결을 두고 정기상여금은 당연히 통상임금이 되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말 그대로 ‘오버’다”라며 “금아리무진 판례를 좀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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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니얼 애커슨 제너럴모터스(GM) 회장 앞에서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약속한 발언 등을 보면서 “통상임금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는 판례라 대통령이 노력하는 식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노동계 등에서 금아리무진 판례를 과도하게 해석해 통상임금 소송이 확대되는 게 ‘긁어 부스럼’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기업 경제 부담’ 등을 이유로 대법원이 상여금뿐만 아니라 휴가비·귀향비 등 매달 지급되지 않는 임금 항목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등 노동부 수준으로 후퇴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놓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금아리무진 소송에 대해서는 “득보다는 실이 많았던 소송”이라고 털어놨다. “원래 유급 휴일수당을 주중 휴일에도 달라는 게 소송의 핵심적인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이 내용이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 같아 상여금·근속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취지로 변경했죠.” 그는 금아리무진 소송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 항목에 넣은 이유에 대해 “분기별 상여금을 주면 근무일수와 상관없이 지급하는 특이한 사례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송 과정에서 회사는 근무일수에 따라 지급하는 방식으로 상여금 제도를 변경했다. 또 대법원 판결 뒤에는 아예 상여금 제도를 없앴다. 실제로 소송을 통해 사업장의 근로조건이 개선되거나 소송 당사자가 판결에 따른 유익을 누리기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금아리무진 판결은 그동안 임금으로 언급되지 않던 상여금 항목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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