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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희망 없이 투쟁하는 희망퇴직자, 몸에 휘발유 부은 정리해고자, 기다리다 병드는 무급휴직자… 해고 공포에 등 떠밀려 일하는 ‘산 자’까지, 쌍용차 정리해고 이후 1000일의 이야기

» 혹한이 몰아친 1월31일 밤.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앞 농성장에 내걸린 해고자들의 얼굴 그림 위로 눈이 쌓였다. 차가운 눈 아래에서도 해고자들은 웃으려 애쓴다.

벽에는 ‘986일차(2월1일)’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2월15일이 되면 1천 일이 될 것이다. 8년 넘게 싸우는 코오롱 노동자, 5년을 넘긴 기타 제조회사 콜트·콜텍 노동자, 1500일을 넘긴 재능교육 노동자. 이 땅에서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장기투쟁에 필요한 인내심인지 모른다.

회사의 일방적 정리해고에 맞서 2009년 5월22일 시작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싸움이 2012년 2월15일 1천 일째를 맞는다. 경기도 평택 칠괴동의 쌍용자동차 공장 앞은 여전히 출근하는 이와, 그러지 못하는 이들이 등지고 갈라선다. 지난 1월 설을 앞두고는 정리해고가 부른 20번째 죽음이 전해졌다.

희망하지 않았고, 그래서 희망 없이 살아가는 희망퇴직자 2026명. 아직 정리되지 않은 정리해고자 159명. 복귀하지 못하는 무급휴직자 461명. 이들을 공장 안에서 바라보는 ‘살았지만’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죽은 자’들까지. 이들의 목소리로 쌍용차 정리해고 1천 일이 남긴 상처와 희망을 들여다봤다.

희망퇴직을 한 윤성관씨는 복직 대상이 아니다. 그래도 밤일이 끝나면 아침마다 쌍용차 정문 앞 농성장을 찾는다. “제가 억울하니까요. 여기 있는 동지들만이라도 떳떳하게 걸어서 회사 안으로 들어가면 제가 들어가는 것과 똑같을 거 같아요. 그걸 꼭 봤으면 좋겠어요.” 윤씨는 그렇게 되면 잠도 잘 오고, 술도 끊을 거 같다고 했다.

“이혼 안 하려고 희망퇴직했는데…”

안에서 지켜낸 희망에 대해 밖에서 응답한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멈춰 세운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차를 만들지 못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두 발로 걸어가는 ‘희망뚜벅이’들이 평택으로 향한다. 이들이 쌍용차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희망텐트가 또 세워진다.

윤성관(44)씨가 평택 쌍용차 공장 체어맨 완성라인에 서본 것은 2년6개월 전이다. 지금은 경기도 화성 기아자동차 ‘남의 공장’에서 K5와 K7을 만진다. 1년 정도 됐다. 밤 9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30분까지 일한다. 완성차를 검사하는 아르바이트 신분이다. 그렇게 일하고 한 달 120만원을 받는다. 4대 보험은 없다.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까 불안하다. 야간작업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처음 1년 동안은 잠을 못 자서 저녁마다 술을 마셨어요. 술을 안 마시려고 야간일을 찾았는데 이제는 매일 일 끝나고 오전에 집에서 술을 마시게 됐네요.” 막걸리 2병을 마시거나 소주 1병을 마시고 잔다. 반지하 빌라에 혼자 사는데 집이 낡아 이불 두 채를 덮어도 춥다. 잠이 깨면 다시 밤일이다.

윤씨는 무쏘가 개발된 이듬해인 1994년 쌍용차에 입사했고, 2009년 희망퇴직자가 됐다. “희망퇴직을 하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입소문으로 해고 대상이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희망퇴직을 하면 받던 임금 7개월치를 준다는 얘기도 들렸다. 서로 소문을 내니, 서로 불안했다. 2009년 5월22일 옥쇄파업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공장에 있는데 ‘노란 봉투’는 집집마다 보내졌다고 한다. “해고 통지서가 노란 봉투에 담겨서 왔답니다. 저는 아직까지 제 해고 통지서를 보지도 못했어요.”

옥쇄파업이 끝나고도 윤씨는 희망퇴직서를 안 썼다. “말이 희망이지 희망퇴직이 아니잖아요. 협박이지. 빈털터리로 해고당할래, 이거라도 받고 나갈래….” 돈이 필요했다. 집에 쌀이 떨어졌다. 3kg, 5kg씩 사다 먹었다. 아파트 대출금도 갚아야 했다. “옥쇄파업할 때 가장 즐거운 날이 토요일과 일요일이었어요. 은행에서 돈 갚으라고 전화가 안 오니까. 공권력보다 무서운 게 금융권이었어요. 아파트 대출을 많이 받았으니 많은 사람들이 그랬지요.” 아파트는 결국 대출금 7천만원을 갚으려고 팔았다.

옥쇄파업이 끝났다. 협상을 한다고 해서 좋은 줄 알았는데 “맨 똑같이 해고”였다. 결국 희망퇴직 뒤 윤씨는 이혼을 했다. 경제적 이유였다. 고등학생인 딸과 아들은 엄마가 키우기로 했다. “이혼 안 하려고 희망퇴직 아닌 희망퇴직을 했는데….” 이혼 얘기에 컨베이어벨트에 멀리 실려가는 것처럼 윤씨의 목소리는 작아진다. 한 달 벌이 120만원 가운데 80만원을 양육비로 보낸다. 윤씨의 아버지는 치매 환자다. “쌍용차 출신이라고 하면 그냥 안 받아줘요.” 이력서를 내도 연락은 없었다.

“누가 해고 대상이 됐든지 전 직원이 함께했다면 우리가 이겼을 겁니다. 자기들은 살았다고 우리에게 새총이나 쏘고….” 옥쇄파업 당시 ‘정리해고 비대상자’들이 준 상처는 큰 듯했다. 한 공장, 손바닥만 한 동네에 살던 선후배, 친구들이었다. “그래도 저 사람들도 노란 봉투를 받았다면 분명히 여기 와 있었을 겁니다.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도 없죠.” 희망퇴직을 한 윤씨는 복직 대상이 아니다. 그래도 밤일이 끝나면 아침마다 쌍용차 정문 앞 농성장을 찾는다. “제가 억울하니까요. 여기 있는 동지들만이라도 떳떳하게 걸어서 회사 안으로 들어가면 제가 들어가는 것과 똑같을 거 같아요. 그걸 꼭 봤으면 좋겠어요.” 윤씨는 그렇게 되면 잠도 잘 오고, 술도 끊을 거 같다고 했다.

비해고자였지만 파업에 참가한 그는…

» 희망퇴직자 윤성관씨.

신동기(35)씨는 눈이 크다. 손도 크고 몸도 크다. 고교 시절까지 씨름을 하며 메달도 여럿 땄다. 천하장사를 지낸 백승일이 1년 선배다. 순박함이 묻어나는 큼직한 두 눈은 소를 닮았다. 느리지만 묵묵히,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품새도 영락없이 토종 소다. 희망텐트 2차 포위의 날 행사가 열린 지난 1월13일엔 1천 인분의 곰탕을 혼자서 끓여냈다. 그는 쌍용차 희망텐트촌의 ‘셰프’다.

해고 생활 4년차. 공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 아내와 세 자녀가 산다. 그가 집을 찾는 것은 옷을 갈아입거나 씻으러 갈 때뿐이다. 그때마다 “도살장 끌려가는 소가 되는 느낌”이라고 그는 고백한다. “부끄럽고 미안하죠. 명절에도 아이들 옷 한 벌 못 사주는 아빠가 무슨 가장입니까?”

애초 그는 해고 대상자가 아니었다. 조합원이었지만 노조 활동에는 시큰둥했다. 오죽하면 의 가사조차 몰랐을까. 꿈이라면 정년을 마친 뒤 고향인 전남 곡성에 내려가 작은 ‘가든’을 여는 것이었다. 인터넷 동호회를 들락거리며 흙집 짓는 방법도 공부했다. “식당을 하며 마당엔 닭을 키우고, 집 뒤에선 조그만 과수원을 일구며 살고 싶었죠. 이 회사, 이 모양으로 망가질 줄도 모르고.”

» 징계해고자 신동기씨.

2009년, 77일의 옥쇄파업이 끝난 뒤 모든 게 변해버렸다. 애써 상황을 외면했으면 귀향의 꿈은 여전히 유효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팀원 10명 중 5명이 잘려나가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산 자’(비해고자)의 신분으로 파업 현장에 들어갔다. 회사는 34명의 ‘징계 해고자’ 명단에 신동기의 이름을 올렸다.

경찰 조사를 받고 나와 ‘반폐인’이 됐다. 취하지 않고선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아내는 방충망을 뜯고 베란다 난간에 몸을 걸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넉 달 동안 형이 하는 식당에 나가 돈을 번 뒤, 2010년 봄부터 본격적인 복직투쟁에 뛰어들었다. 조끼를 입고 나서는 그에게 7살 막내가 물었다. “또 경찰하고 싸우러 가?” 그냥 웃었다.

싸움은 고독했다. 무슨 짓을 해도 인터넷엔 기사 한 줄 뜨지 않았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앞에서 몸에 휘발유를 들이부었다. 동료들이 달려와 라이터를 뺏었다. “억울하고 답답했죠. 그렇게라도 해야 언론과 사회가 관심을 가져줄 것 같았어요.”

희망텐트가 세워지고, 쌍용차 문제가 서서히 관심을 끌면서 막혔던 가슴이 조금씩 뚫리는 걸 그는 느낀다. 출근길 선전전 때 마주치는 옛 동료들을 향해 눈웃음과 악

» 무급휴직자 전경호씨.

수를 건넬 만큼 여유도 되찾았다. 한 달 반 전엔 트위터를 시작했다. 텐트촌 일상과 요리 사진을 짧은 멘션과 함께 올린다. 팔로어가 800명을 넘어섰다. “트위터를 하면서 글쓰기를 배워요. 맞춤법도 엉망이죠. 얼마 전엔 ‘투쟁하는 우리가 이 시대의 희망입니다’라고 써봤는데, 손가락이 다 오그라들더라고요.” 신동기의 아이디는 ‘hopetentchef’(희망텐트요리사)다. 그는 지금 소통에 목마르다.

휴직자의 쌍용차 작업복은 헐어버렸는데

“자기들 말로는 정상화가 안 됐다는데 뉴스를 보면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나와요. 애초부터 저는 믿음이 없었어요.”

전경호(42)씨는 ‘무급휴직자’다. 마지막까지 해고를 거부한 정리해고 대상자 974명 가운데 461명은 1년간 무급휴직 뒤 복직시킨다는, 77파업(77일간의 옥쇄파업)의 유일한 결실을 나눠가진 이다. “직원이라고 하면서 공장에는 한 발짝도 못 들어가게 해요. 직원이라면 출입증이라도 달라고 했는데 안 줘요. 일을 해야만 준대요. 저는 스스로 해고자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해고자.” 1년 뒤 복직 약속이 깨진 지 오래다. 무급휴직자에게는 4대 보험만 적용된다. 그마저도 아쉬운 이들이 있겠지만 족쇄가 되기도 한다. ‘무급’이니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신분은 쌍용차 소속이다. “회사 쪽에서는 이중취업을 열어놨다고 하는데, 4대 보험 되는 곳에 취업을 하는 것은 부담이 됩니다.” 전씨는 최근 고용지원센터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그런 일이 있을까봐 상당수 무급휴직자들은 4대 보험 되는 곳을 꺼린다고 한다. “쌍용차 사람이 아니면 임금·복직 소송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씨는 공병 분리를 하거나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쌍용차에서 입던 진한 청색 작업복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입다가 헐어서 버렸다. 면역력이 떨어진 전씨는 최근 대상포진에 걸려 잠시 일을 접었다.

전씨는 쌍용차에서 만난 아내와 1999년에 결혼했다. 초등학교 6학년과 6살짜리 아이가 있다. “평택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가도 쌍용차 파업이 워낙 강하게 남아 있어요. 블랙리스트처럼 꼬리표가 붙은 거죠. 박정희·전두환 시절도 아닌데 파업하면 다 빨갱이로 알아요.” 역시나 이력서를 내도 ‘관리하기 힘든 사람’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하기 일쑤다. 나이가 있어 아르바이트 자리도 찾기 힘들다. 그래서 이력서에 ‘쌍용차’ 대신 ‘자영업’ ‘치킨 장사하다 망했다’고 쓰는 이들도 있다. “저는 그렇게 하기 싫다는 거죠. 쌍용차 나온 게 죄도 아닌데.”

영하 10℃ 밑으로 떨어진 2월1일 아침 7시30분. ‘출투’(출근투쟁)에 전씨도 함께했다. 손팻말을 든 전씨가 가끔 공장으로 들어가는 이들에게 손을 흔든다. “아는 형님, 친구들이에요. 저쪽에서 손을 흔들어주기도 해요.” 그들은 전씨를 만나면 항상 “미안하다”고 한다. “빨리 해결돼서 들어와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한다. “경영자들이 잘못한 거죠. 우리 같은 이들이 잘못한 게 있나요. 단지 산 자와 죽은 자의 차이죠. 산 자라고 해도 새총을 쏜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도 많으니까….” 앙금은 있다. 공장에 남은 이들 가운데는 “희망텐트 같은 거 왜 하냐”고 떠드는 이도 많다. “같은 조합원이면서도 회사 쪽과 똑같이 행동했던 사람들”이다. 쌍용차 정문에는 회사 쪽에서 내건 ‘여기는 우리의 소중한 일터입니다’ ‘경영 정상화만이 휴직자의 복귀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빳빳하게 얼어 있다.

중국 상하이차는 ‘먹튀’였다. 전씨는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도 믿지 않는다고 했다. “해고자 문제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걸 보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요.” 희망은 안에서 찾는다. “솔직히 정리해고 무효소송 패소하는 걸 보면 희망, 없어 보여요. 그래도 웃으며 이렇게 싸울 수 있는 것은 연대를 많이 해주시니까. 희망텐트로 많이들 찾아오시니까….”

최씨는 ‘형제 사원’이었다. 3살 위의 형과 함께 20년 넘게 쌍용차를 다녔다. 2009년 운명이 갈렸다. 형은 쫓겨나고, 그는 남았다. 퇴직금으로 버티던 형은 7개월 전부터 공사판에 나가 질통을 진다.

형도 동생도 잃고,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쿨럭쿨럭.’ 무에 그리 괴로웠을까. 수화기 너머에선 연신 잔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바깥 동지들은 그럽디다. 어쨌든 당신들은 ‘산 자’아니냐고. 배고픔이 뭔지, 절망이 뭔지 당신들이 아냐고. 근데 우리라고 사는 게 마냥 편하기만 했겠소.” 주변 사람을 설득해 어렵사리 통화가 성사됐을 때, 쌍용차 노동자 최영환(46·가명)씨는 대뜸 양해부터 구했다. “막걸리 좀 마셔야겠소. 맨정신엔 도저히 솔직한 얘길 털어놓기 힘들어서.”

최씨는 ‘형제 사원’이었다. 3살 위의 형과 함께 20년 넘게 쌍용차를 다녔다. 2009년 운명이 갈렸다. 형은 쫓겨나고, 그는 남았다. 퇴직금으로 버티던 형은 7개월 전부터 공사판에 나가 질통을 진다. “형제가 함께 회사 다니던 사람들, 대부분 그랬어. 형이 안 잘렸으면 내가 잘렸겠지. 그러니 내 심정이 어땠겠어?”

관계가 소원해진 건 형뿐만이 아니다. 피붙이보다 가깝게 지내던 후배 종훈(42·가명)씨와도 왕래가 뜸해졌다. 종훈씨는 2009년 옥쇄파업에 참가한 뒤 일자리를 잃었다.“예전엔 일주일에 사흘은 함께 술을 마셨지. 가족 동반으로 여행도 가고. 근데 못 보겠어. 만나도 서먹해. 내가 몸을 많이 사리는 편이기도 하고. 그놈도 나한테 많이 섭섭할 거야.”

파업 당시 그도 공장에 있었다. 회사의 허가를 얻은 ‘합법적’ 신분이었다고, 애써 그는 돌려 말했다. 파업노동자를 겨냥한 ‘관제 시위’에 동원됐다는 얘기다. 당시 쌍용차 공장에선 농성 중인 파업노동자와 회사 쪽에 동원된 노동자들 사이에 ‘새총 공방전’이 벌어지는 등 ‘노-노 갈등’이 심각한 수위로 치달았다.

“한땐 나도 강성(노조원)으로 불렸지. 근데 어느 순간부터 생각을 고쳐먹게 되더라고. 회사가 망하면 노조고 뭐고 다 무슨 소용이겠어?” 그를 달라지게 만든 것은 2009년 1월 대주주로 있던 상하이차의 철수와 뒤이어 벌어진 대규모 정리해고였다. 대주주가 손을 떼자 채권단은 ‘파산 신청’을 무기로 구조조정을 압박했고, 회사는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밀어붙였다. 속수무책이었다.

지금의 공장 상황을 두고 그는 “2009년 이전과 180도 달라진 분위기”라고 했다. 노동강도가 올라갔지만, 게으름을 피우거나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었다.“생산대수 늘어난 것 보면 알잖아? 예전에 시간당 대수가 10대였는데, 지금은 24대야.”

» 영하 15℃를 찍은 2월1일 아침에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는 어김없이 출근투쟁이 벌어졌다.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그룹은 해고자 문제에 관심이 없다.

이것은 당신의 이야기다

무엇이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바꿔놓았을까. 최씨의 말이 이어졌다. “이번에 인수한 인도 회사는 상하이차와 얼마나 다를까? 모르겠어. 단물만 쏙 빼먹고 손을 떼버리면 또 한 번 2009년 같은 상황이 벌어질 테지. 그때 살아남으려면 어쩌겠어? 부지런히 몸을 굴려야지. 관리자 눈 밖에 나면 끝장이니까.”

쌍용차 조립라인을 움직이는 것은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살아남은 자의 두려움이었다. 불안을 먹고 돌아가는 공장, 공포에 등 떠밀려 일하는 사람들. 이것은 당신의 이야기다.

평택=김남일 기자 [e-mail]
이세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