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보다 세고 헌법보다 무서운 목사님

수쿠크법 좌초는 대통령과 정치권이 개신교 앞에 무릎 꿇은 “현대판 카노사의 굴욕”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근본주의 개신교의 전성시대

제851호
2011.03.10
등록 : 2011-03-10 02:53 수정 : 2011-03-23 17:47
기이한 침묵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이슬람채권법(수쿠크법)을 처리하려던 정부·여당의 시도가 수포로 돌아갔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가로막은 것은 개신교였다. 이슬람채권법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하자 개신교계는 ‘대통령 하야’ ‘국회의원 낙선운동’ 발언까지 내놓으며 정치권을 위협했다. 개신교의 반발에 부딪힌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숨죽였다. 이슬람채권법 국회 처리를 사실상 포기한 것은 물론, 개신교의 공세에 맞서는 그 어떤 대응도 하지 못했다. 민주당 역시 사태를 외면했다. 개신교의 정치적 행태나 여기서 비롯한 정교분리 논란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는 지난 17대 국회 때부터 사립학교법 등과 관련해 개신교로부터 시달림을 당한 트라우마가 워낙 강하게 남아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지붕 위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의 모습. 지붕의 모습이 묘하게 닮았다.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이슬람채권법과 관련한 개신교의 반발, 이에 대한 정치권의 침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목사)은 최근 사태를 “현대판 카노사의 굴욕”에 빗댔다. 이명박 대통령 등 정치권력이 조용기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등으로 대표되는 교회권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뜻이다. ‘카노사의 굴욕’이란 1077년 1월께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하인리히 4세가 자신을 파문한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를 만나기 위해 이탈리아 북부 카노사 성으로 찾아가 용서를 구한 사건이다. 세속권력이 교회권력 앞에 굴복한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선거법으로 어쩌지 못하는 목사님

개신교의 정치적 영향력, 혹은 교회와 정치인의 관계를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사람이 A 전 의원이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386세대 정치인으로 꼽히는 그는 2008년 4월 총선 때 수도권에서 재선을 노렸지만 수백 표의 근소한 차이로 떨어졌다. 득표율로 따지면 1% 정도 차이였다.

개표함을 열어본 뒤 A 전 의원의 캠프가 받은 충격은 컸다. 투표함이 설치된 40여 개 투표구에서 A 전 의원은 상대편 후보와 박빙을 이뤘다. 이긴 곳이 더 많았고, 지더라도 100표 내외로 차이가 갈리는 지역이 대부분이었다. 그가 수백 표 차이로 낙선한 결정적 이유 가운데 하나는 B교회였다. B교회는 신도 수나 예배당 규모 면에서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교회에 속한다. 이런 B교회가 속한 투표구와 이웃한 투표구에서 상대편 한나라당 후보에게 무더기 표가 나왔던 것이다. 여기서 수백 표 차이가 벌어졌고, A 전 의원은 끝내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후보는 B교회의 집사를 맡고 있었다.


A 전 의원 쪽에서는 2008년 총선 패배의 원인을 이렇게 짚었다. “목사님 설교만 들어봐도 B교회가 완전히 한나라당 쪽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되면 빨갱이 나라 만든다, 민주당 찍으면 빨갱이 찍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아주 공개적으로 하는 거다. 투표 당일에도 새벽기도회를 연다며 신도 수천 명을 모아놓고 투표를 독려했다. 대형 교회가 이런 식으로 특정 후보에게 네거티브로 나오면 치명적인 거다. 지역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해당 교회 목사의 설교가 특정 후보에게 쏠려 있다면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장에서 그런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다. A 전 의원 쪽은 “그런 대형 교회 목사를 선거법 위반으로 걸었다가 다시는 그 지역에 발을 못 붙이게 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한나라당이 조용기 원로목사 등에게 막말을 들은 뒤 조용히 이슬람채권법을 포기한 이유도 A 전 의원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당장 내년 4월 또다시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지는 것이다. 이슬람채권법 해당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슬람채권법 처리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며 “대부분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이고 자기 지역에 대형 교회 한두 곳 없는 의원이 없을 텐데, 개신교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누가 앞장서겠느냐”고 말했다.

개신교의 정치적 영향력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2007년 7월30일 발표한 ‘정치와 종교에 관한 종교지도자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개신교·천주교·불교 지도자 각 1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정치권력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종교’로 꼽힌 것은 단연 개신교였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가량(47%)이 개신교를 선택했고, 천주교(30.9%)와 불교(20.4%)가 뒤를 이었다.

» 지난해 6월21일 한국 개신교 단체가 주최한 평화기도회에 미국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한겨레 강재훈 기자

개신교 인구 18.3%, 의원 40%

교회가 현실 정치에 입김을 불어넣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것이 ‘믿습니다’ 현상이다. 2008년 제18대 국회가 출범할 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전체 299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개신교인은 약 40%에 해당하는 119명(2008년 4월22일 현재)이라고 발표했다.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은 유일한 목사였고, 장로는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김성순 민주당 의원 등 11명이었다. 권사와 집사는 54명이었다. 17대 국회 때는 개신교 국회의원이 103명(34.4%), 천주교 70명(23.4%), 불교 34명(11.4%)이었다(각 교계별 집계).

반면 2005년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인구 가운데 각 종교별 신자 비율은 불교 22.8%, 개신교 18.3%, 천주교 10.9%로 나타났다. 일반 국민 가운데서는 불교 신자가 가장 많지만, 국회의원만 놓고 보면 개신교인 비율이 크게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를 치르다 보면 지역구에 있는 대형 교회에 잘 보이기 위해 교회를 옮기는 일은 다반사이고, 천주교 세례명까지 받은 사람이 선거를 앞두고 개신교 신자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G 의원 등이 지역구에 있는 대형 교회에서 거의 매주 일요일마다 주차관리 요원으로 활동하는 이야기는 정가에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 서울 강남의 소망교회에서 종종 주차 봉사를 했다. 교회 앞마당에서 직접 교인의 주차를 돕는 이들의 행위를 보는 시각은 물론 다양하다.

오세훈 시장의 마지막 의지처

개신교의 정치적 영향력이 도드라지다 보니 정치인이 먼저 교회를 찾아가 머리를 굽히는 사건도 종종 벌어진다. 오세훈 서울시장 이야기다. 오 시장은 최근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고 무상급식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그가 제안한 전면 무상급식 폐지를 위한 주민투표가 실제로 이뤄지려면 서울시 유권자의 5%인 약 41만8천여 명으로부터 주민투표를 진행해도 좋다는 서명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가 서울 유권자를 대상으로 무상급식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오 시장의 고민은 무상급식 폐지 주민투표가 실제로 이뤄진다 해도 결과가 과연 ‘무상급식 폐지’로 나올지 여부다. 그보다 더 급한 문제는 일단 서울시민 41만8천여 명으로부터 주민투표 청구 서명을 받아내는 일이다. 서명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주민투표 자체가 물 건너간다. 시민에게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여론을 묻자고 제안한 뒤 오 시장이 최근까지 활발하게 찾아다닌 곳은 대형 교회와 개신교 단체, 그리고 개신교 행사였다.

실제로 오 시장은 지난 2월6일 조용기 목사가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찾았다. 서울시에서는 별다른 의미 없는 방문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조 목사 등에게 무상급식 반대 서명운동에 대한 지지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2월8일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가 서울시로부터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시행을 위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받았다. 조 목사는 이 단체에 상임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2월25일에는 한기총 임원회의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날 외빈인사 시간을 빌려 “민주당에서 여론을 선도하기 위해 무상 포퓰리즘을 시작하며 첫 작품으로 무상급식이 나왔다”며 “이미 무상급식 반대 이유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잘 아는 여기에 계신 분들께 무상급식 반대를 위한 도움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기총에 대한 오 시장의 SOS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홍재철 한기총 수쿠크대책위원장(목사)은 “오 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해달라고 요청한 뒤 우리도 내부적으로 회의를 가졌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일일이 입장 표명을 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라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또 오 시장의 한기총 방문 경위에 대해서도 “우리가 방문을 요청한 적이 없고, 본인이 찾아오겠다고 해서 수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오 시장 쪽에서는 이날 초청을 받아 한기총을 찾았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 밖에도 2월2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영훈 회장 취임 감사예배에 참석하는 등 최근 개신교 관련 행사를 빠뜨리지 않고 있다. 무상급식 청구 서명운동과 주민투표를 위해 개신교의 정치적 영향력이 필요한 것이다.

» 2007년 3월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한 젊은 목회자 모임 소속 목사들이 삭발한 채 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이종찬 기자

“2100억원 교회 건축에 회계장부 없어”

개신교로 대표할 수 있는 종교권력과 정치권력의 균형이 무너진 결과는 교회의 성역화로 이어졌다. 대형 교회와 유명 목사가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한국이 거의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세법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종교인이나 종교단체에 대한 과세 기준은 없다. 세무 당국에서는 그저 해왔던 대로 종교에 세금을 물리지 않고 있다.

종교법인법제정추진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종교법인법을 통해 종교인 과세 문제에 대한 제도적 해법을 모색해보자고 제안했지만 정치권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나마 2007년 대선 때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종교법인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 전부다. 대형 교회 등 종교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 건립할 수 있도록 허가한 대형 ‘사랑의 교회’ 사례로 말문을 열었다. “총사업비 2100억원 규모의 교회를 짓겠다고 하는 사랑의 교회조차 아직 제대로 된 회계장부를 쓰지 않고 있다. 수천억원 단위의 재정이 오가는데, 용돈기입장 수준의 금전출납부를 쓰는 현실이 말이 되나. 목사에게 세금을 물리느냐 여부를 떠나 교회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대단히 시급한 과제다."

남 사무국장 등의 주장이 당장 정치권에 통할 가능성은 없다. 정치인이 종교법인법의 당위성을 언급한다는 것은 곧 ‘낙선운동’도 함께 받아들이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 때문이다.

개신교 단체나 지도자의 정치적 발언과 행동은 정치인의 입법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언제든 ‘정교분리’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이슬람채권법이 물 건너간 사태가 그랬다. 정부·여당이 법안 통과를 미룬 배경에는 개신교계의 반대 이외에 다른 어떤 이유도 없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2항의 내용은 이렇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종교인도 선거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건 정당하다. 특히 “그것이 권력을 향한 질주가 아니라 오히려 권력에서 소외된 이들을 향한 섬김의 활동이 될 때”(<정치교회>, 김지방 <국민일보> 기자) 그렇다.

“정교분리 논란 넘어 직접적인 기득권 챙기기”

문제는 한국 개신교 단체와 지도자의 정치적 행동이 소외된 이들을 향하기보다 점점 근본주의적 색채를 띤다는 사실이다. 근본주의란 어떤 가치나 원칙에 입각해서 자신의 체계를 세우고, 그 체계의 눈으로만 모든 것을 해석하려는 태도를 가리킨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개신교계는 이슬람채권법 사태에서 정교분리 논란을 넘어 한국 사회 다른 어떤 부문보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정치권도 이런 개신교계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은 정교분리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인 3월3일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무릎기도’로 또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 논란이 크게 불거졌던 2008년 9월, 어청수 당시 경찰청장이 대구 동화사를 방문했다가 불교계 관계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이슬람채권법에 반대하며 몇몇 개신교 단체와 지도자가 내놓은 발언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태희 성복교회 담임목사는 2월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기독인회 조찬기도회에서 “이슬람채권법이 통과되면 나라가 망한다”라고 말했다. 이틀 뒤인 24일 조용기 원로목사는 “이슬람채권법이 통과되면 그것을 통해서 지하드도 할 수 있고, 종교를 펼칠 수가 있다”며 “이슬람 지지하는 사람이 나오면 기독교인들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위한 기도시민연대’라는 이름의 보수 개신교 단체도 3월1일 성명을 통해 “이슬람의 국내 진출을 도와주는 결과가 될 수쿠크법은 테러단체에 자금을 대주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대체로 ‘이슬람은 폭력종교’라는 식의 오리엔탈리즘적 인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런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슬람은 곧 적이고, 여기에 찬성하는 사람에게 대항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며, 만약 이를 막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과격한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이렇듯 다른 종교에 배타적인 개신교 근본주의는 공격성을 띤다. 최근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개신교인의 사찰 ‘땅밟기’가 대표적이다. 개신교인의 사찰 땅밟기는 지난해 6월 서울 강남 봉은사 땅밟기에 이어 대구 팔공산 동화사 땅밟기 등으로 이어졌다. 개신교인 사이에서 땅밟기 기도는 “사탄에 대적하는 영적 싸움” “그 땅을 밟으면서 그 지역을 위해 기도하고, 악한 영을 대적하고 주님의 나라임을 선포하는 것” 등으로 알려졌다. 땅밟기 파문 역시 ‘개신교만이 참된 종교’라는 근본주의적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의 개신교 근본주의는 교회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논리로 작동하기도 한다. 최근 사례로는 대구시가 팔공산 역사문화공원 사업을 접은 것이 꼽힌다. 대구시가 팔공산 초조대장경 유허지에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이 사업은 정부로부터 3대 문화권 선도사업으로 선정되며 대규모 국비를 지원받을 예정이었다. 역시 문제는 개신교계의 반대였다. 대구시는 결국 사업을 전면 백지화했다. 김용구 대한불교조계종 홍보팀장은 “대구시 역사문화공원 사업은 불교계의 요구와 관계없이 대구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한 사업이었는데, 개신교계에서는 ‘사업 부지 안에 사찰과 초조대장경이 있으니까 이건 불교테마공원’이라는 식으로 반대해 결국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이 삭감된 것도 마찬가지로 개신교계의 반발이 크게 작용했다. 김 팀장은 “템플스테이 사업 역시 우리가 정부에 요구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 불교계에 제안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신자 더욱 감소할 위기를 자초해

근본주의 경향을 점점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한국의 개신교가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은 한국 정치에도 불행이지만 개신교 자신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다. 당장 드러나는 현실은 개신교 신자의 감소다. 200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개신교 인구는 10년 전인 1995년보다 14만4천 명이 줄어든 861만6천 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개신교가 대외적으로 ‘1200만 신자’라고 강조한 것과 너무도 다른 결과였다.

이진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은 개신교 근본주의가 개신교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안티 기독교운동은 개신교 근본주의가 자초한 현상이다. 개신교 근본주의가 ‘민족의 복음화’를 외치는 동안 안티 기독교 진영에서는 ‘기독교의 박멸’을 외치고 있다. 안티 기독교운동만이 아니라 시민사회도 개신교 근본주의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개신교 근본주의에 대한 전면적 차원의 비판적 성찰이 요구된다.”

조용기 목사, 하야 발언 속사정

순복음교회 지키려는 성동격서

조용기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이명박 대통령 하야 운동을 벌이겠다”는 발언을 한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평소의 조 목사는 다른 문제적 개신교 지도자와 달리 비교적 정제된 발언을 해왔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가 ‘대통령 하야’라는 극단적 발언을 한 배경은 다른 데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복음주의 개신교 단체인 ‘성서한국’ 황영익 이사(목사)는 개인 블로그 ‘평화의 노래’에서 조 목사의 대통령 하야 발언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황 이사는 2월25일 ‘조용기 목사 발언 속내와 배경’이라는 글을 통해 조 목사의 발언은 “이슬람채권법의 하자에 대한 설득력 있는 비판이라기보다 근본주의적 배타주의에 입각하여 문제를 쟁점화하는 발언”이라고 전제한 뒤 “평소 속 깊은 계산을 하고 행동하는 분이 격에 맞지 않는 극단적인 발언을 쏟아낸 데에는 순복음교회 내외의 상황 및 현 정세와 밀접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사태와 순복음교회 음해 글 살포 사건 등으로 지난 몇 개월간 (순복음)교회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었다. (조 목사의) 이러한 극단적 발언에는 자신의 영향력을 내외에 과시하고 <국민일보> 사태로 분열된 교회 내부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자신과 개신교에 대한 비난이 거세질수록 개신교권 내에서 교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순교자적 지도자로 이미지가 강화된다.”

<국민일보> 사태란 <국민일보> 발행인 자리를 놓고 조용기 목사 일가끼리 벌인 크고 작은 분쟁을 가리킨다. 이와 맞물려 지난해 말 순복음교회를 비방하는 <비평과 논단>이란 책자 형태의 자료와 이를 홍보하는 전단지가 전국에 뿌려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황 이사는 아울러 “존경할 만한 발언과 행보로 기독교인을 바른 길로 안내해야 할 분이 시대착오적 기행으로 유치한 논란의 중심부에 섰다”며 “(조 목사는) 모두가 공감하는 말씀을 해야 할 것”이라고 글을 마쳤다.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 역시 “조용기 목사의 이슬람채권법 반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직접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대통령을 겨냥해 하야를 운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며 “현재 순복음교회 안팎의 상황을 볼 때 조용기 목사가 명예롭게 퇴진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그의 대통령 하야 발언과 맞물려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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