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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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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의 거침없는 정치적 하이톤

“대통령 하야운동” “지옥 간 대통령 2명” “무상 시리즈는 거지 근성”…
과격 발언이 한계 넘나드는 조용기 등 ‘정치목사’ 열전
등록 2011-03-09 05:51 수정 2020-05-02 19:26

개신교를 믿는 인구는 현재 800만 명. 1950년대 후반 50만 명이던 개신교 인구는 1980년 600만 명을 넘어 1995년 정점을 이룰때까지 한 해 2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던 성장세는 1997년 이후 구제금융 위기와 함께 주춤했다. 그 이후 개신교계 내부에서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이때 국내 개신교가 눈을 돌린 곳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의 복음주의를 통해 1990년 이전의 황금기를 보낸 한국의 미국통 목사들은 다시 한 번 미국에서 부흥의 근거를 찾아나선 것이다. 그리고 위기타개책으로 내세운 것은 정치세력화다. 부시 전 대통령 부자를 연이어 대통령으로 만들며 부흥기를 구가하는 미국 교회의 분위기를 그대로 수입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2005년 인구조사에서 처음으로 교회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개신교계가 급속도로 보수 정치화돼 갔다고 진단한다. 이 흐름에 가장 앞장서 있는 개신교계의 대표적인 목사를 소개한다. 그들은 이미 표심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했고, 정치권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 누구의 입심이 더 셀까? 보수적 정치 발언과 행보로 유명한 목사들. 왼쪽부터 조용기(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김홍도(서울 금란교회), 김진홍(경기 구리시 두레교회), 김장환(극동방송 이사장) 목사. 한겨레 자료

» 누구의 입심이 더 셀까? 보수적 정치 발언과 행보로 유명한 목사들. 왼쪽부터 조용기(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김홍도(서울 금란교회), 김진홍(경기 구리시 두레교회), 김장환(극동방송 이사장) 목사. 한겨레 자료

“반공주의 넘버원” 자청

모든 교단을 통틀어 전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는 우리나라에 있다. 바로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다. 조용기 원로목사가 이끄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교인만 80만 명이 넘어 그것만으로도 사회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또한 그 영향력 안에 있다. 조 목사는 의 발행인이자 회장이고, 그 아들이 사장이다. 위세는 어느 정도일까? 지난 2월24일 “수쿠크법(이슬람채권법)의 입법화를 계속 추진한다면 이명박 대통령 하야운동을 벌이겠다”는 조용기 목사의 한마디에 정부·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을 처리하려던 방침을 백지화했다. 조 목사는 명목상으로는 담임목사에서 물러난 원로목사이지만, 그가 지닌 교회 안팎의 정치력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이 발언은 헌법상의 정교분리 논쟁까지 불러오고 있다.

평소의 정치적 발언 수위나 횟수만 보자면 김홍도 목사(서울 금란교회)가 독보적이다. 김 목사는 진보·보수 사이에 논쟁이 불거지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보수를 두둔하는 정제되지 않은 언사로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2010년에는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겨냥해 “최근에 지옥 간 대통령이 2명이나 있다”거나 “성도들의 기도로 남한 좌파의 두 뿌리가 뽑혔다”고 말했을 정도다. 종교계에서는 그의 언사를 두고 의도된 도발이라고 해석하기도 하고, 정치적으로 세련되지 못한 탓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 때에는 “경찰, 검찰, 기무사, 국정원 등을 동원해 대공 분야를 강화시켜 빨갱이를 잡아들여라”라며 촛불집회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또 2009년 미디어법 통과 당시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사탄의 큰 입 역할을 하는 MBC가 박살이 날 것”이라며 “미디어법 통과로 사탄의 입과 혀를 잘라내자”고 했다. 이 발언은 문화방송이 2008년 김 목사의 헌금 유용과 세습 문제 등을 보도한 것과 맞물려, 문화방송에 대한 적의가 더해진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김 목사는 “반공주의 목사로는 넘버원”을 자처하기도 한다. 대북 지원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면서 “김정일은 마귀야. 언제 마귀를 사랑하라고 했나, 대적하라고 했지”라고 말할 정도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수준을 넘어 공개적인 지지자다. 지난 대선 직전 김 목사는 신도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예수 잘 믿는 장로님이 경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게 해달라”는 등의 설교를 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김 목사는 형인 김선도 목사(서울 광림교회), 동생인 김국도 목사(서울 임마누엘교회)와 함께 ‘감리교 슈퍼 삼형제’로도 불린다. 이들 교회의 교인 수를 합하면 20만 명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모두 대형교회라는 공통점이 있다. 공통점은 또 있다. 이들은 모두 2000년대 들어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나면서 그 교회를 아들들에게 세습했다는 점이다.

이명박 장로의 진정한 멘토는?

정치적 발언을 넘어 직접 정치세력을 조직화하고 현 정부의 출범에 공을 세운 목사도 있다. 김진홍 두레교회(경기 구리시) 목사다. 김 목사는 17만 명에 달하는 보수우파 최대 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이다. 2005년 뉴라이트가 출범할 때부터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현재도 정부의 든든한 우군이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절친’이라 부른다. 실제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뒤 수차례 대통령 가족 예배를 집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종교 편향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대통령에게 힘을 북돋아드리는 게 국가 이익에 좋은 것”이라며 “(예배) 장소를 청와대로 한 것이 어때서 그러느냐”고 맞대응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 기도만 함께 한 것이 아니다. 정치적 사안이 있을 때마다 청와대를 두둔했다. 2008년 4대강 사업이 문제가 될 때는 “이왕 4대강 정비를 하는 것이면 가능하면 물길도 잇자”며 “4대강 정비사업과 운하사업의 연계를 심각하게 고민하자”고 주장했고, 올해 1월에는 무상급식 논란이 불거지자 “정치권이 무상급식에서 시작하더니 무상의료, 무상보육까지 무상 시리즈가 번지고 있다”며 “무상 시리즈는 거지 근성을 길러주어 거지문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지금은 보수단체의 대표지만 한때 김 목사는 빈민운동가였다. 그가 1970년대 서울 청계천 활빈교회를 설립해 펼친 빈민운동은 조정래 장편소설 에서 묘사될 정도다. 또 1974년 한국 개신교 성직자 시국기도회를 주도해 대통령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군사재판에서 15년형을 선고받고 13개월을 복역할 만큼 독재정권에 항거했던 전력이 있다.

‘절친’은 김진홍 목사지만 ‘멘토’는 따로 있다. 바로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다. 직접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아 언론을 잘 타지는 않지만, 그는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을 수시로 독대한 전력을 가진 목사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과 절친할 정도로 해외 네트워크도 화려하다. 몇 번의 청와대 방문으로 구설에 오른 김진홍 목사와 달리, 김장환 목사는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마다 청와대로 불러 기도를 직접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김 목사의 힘은 미국 개신교와의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김 목사 자신이 미국에서 교육받은 개신교 엘리트로, 미국 정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 개신교계와의 네트워크를 수십 년 동안 유지하면서 정통성이 약한 독재정권 시절부터 정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미국 정계와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한국 내 인사였던 것이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는 침례교세계연맹(BWA)의 총회장을 지냈고, 미국 쪽 네트워크는 부시 전 대통령 부자 등 공화당 쪽뿐만 아니라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쪽으로도 탄탄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와도 친분이 두텁고, 이상득 의원과는 30년지기다.

끝없이 이어지는 목사들의 과격발언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연구실장은 “미국 개신교 우파가 한국 사회에 등장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미국에서 개신교 우파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처럼 이를 배워온 우리나라 대형교회 목사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선거운동에 나서고 지금도 보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라고 말한다.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대형교회의 목사들은 이 밖에도 많다. 전광훈 목사(서울 사랑제일교회)는 지난 대선 때 자신의 교회 설교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찍지 않으면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 무조건 이명박 찍어”라는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생명책’은 이른바 천국 가는 명부다. “천안함 사건은 군대 내 좌파의 소행”이라는 설교로 물의를 빚은 김성광 목사(서울 강남교회)나,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도왔던 하용조 목사(서울 온누리교회) 등도 개신교계에서는 잘 알려진 정치적 목사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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