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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이 양심선언을 이겼다



삼성 비자금 면죄부 받은 뒤 대기업들의 삼성 따라하기…
차명거래 근절할 금융실명법 개정 시급해
등록 2010-11-03 06:45 수정 2020-05-02 19:26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9년 8월14일 유죄선고를 받고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한겨레 김명진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9년 8월14일 유죄선고를 받고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한겨레 김명진

“요즘 대기업들의 관심은 온통 다음 사정 대상에 내가 들어가느냐, 아니냐에 쏠려 있어요.”

‘추가사정설’에 시달리고 있는 한 10대 그룹 고위 임원의 하소연이다. 신한·한화·태광·C&그룹 등 4개 대기업이 이미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L그룹과 C그룹 등 서너 개 그룹이 추가 사정 후보로 지목되면서 재계는 사정 한파에 꽁꽁 얼어붙었다. 추가사정설이 돌고 있는 대기업들은 손사래를 치기에 바쁘다. 일부는 자기 대신 다른 대기업을 유력한 수사 대상으로 지목하는 낯뜨거운 모습까지 보인다. 추가사정설이 도는 또 다른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검찰에 알아보니 우리는 아닌 게 확인됐다”면서 “조사 대상으로 유력한 모 그룹이 의도적으로 우리 이름을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비자금 정리 않고 뭐했습니까”

이런 대기업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자연스레 의문이 들게 된다. “아, 그렇게 무서워하고 떨면서, 지금까지 비자금과 차명계좌를 깨끗이 정리하지 않고 뭐하고 있었습니까?” 바로 3년 전인 2007년 10월29일, 김용철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변호사)의 양심고백을 계기로 삼성 비자금 사건이 시작됐다. 삼성이 그룹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으며 결국 이건희 회장 등 그룹 고위 임원들의 동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를 선언하는 것을 모두들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그 직전에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정몽구 회장 역시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 수감되는 등 곤혹을 치렀다.

“차명계좌가 드러나도 세금만 내면 끝이고 안 드러나면 더욱 좋은데, 어느 기업이 차명계좌를 스스로 없애겠습니까?”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신한·한화·태광·C& 등 4인방은 예외 없이 비자금 조성과 차명계좌 운용 혐의를 받고 있다. 신한금융 라응찬 회장은 박연차씨에게 건넨 50억원이 차명계좌로 조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의 신건 의원은 “라 회장의 50억원은 1982년 신한은행 설립 당시 재일동포 출자금에 대한 배당금을 관리해오던 1천여 개 차명계좌에 들어 있던 비자금의 일부로, 전체 차명계좌의 비자금 규모가 수백억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화그룹은 계열사인 한화증권이 김승연 회장의 돈으로 추정되는 수백억원을 전·현직 임직원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 수십 개에 나눠 관리해온 혐의가 드러났다.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은 부친인 고 이임룡 창업주가 남긴 태광산업 주식을 차명계좌로 운영하며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사업 확장을 위해 정·관계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편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차명 부동산 의혹까지 불거졌다. 의혹을 처음 제기한 박윤배 서울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전체 비자금 규모를 1조원대로 추정한다. 총수인 임병석 회장이 지난 10월23일 분식회계를 통해 거액을 부당하게 대출받은 혐의로 구속된 C&그룹도 1천억원대의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

추가사정설에 시달리는 L그룹과 C그룹 역시 비자금과 차명계좌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L그룹은 건설 계열사가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건설사는 공사비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기업들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단골 창구로 알려졌다. C그룹은 3년 전 그룹 회장의 차명재산 운용이 드러났고, 지난해에는 재판 과정에서 국세청으로부터 이와 관련해 170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4대 그룹 한 계열사 대표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현실적으로 (비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이나 정도의 문제 아니겠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기업의 주된 비자금 사용처는 정·관계 로비와 총수 일가의 재산 불리기다. 로비 목적은 사업 확장과 인·허가 취득, 기업 인수, 유리한 방향으로의 법령 개정, 불법 대출 성사 등 다양하다. 로비 대상으로 의심되는 곳도 청와대, 금융감독기구, 국세청, 방송통신위원회, 검찰, 국회, 언론 등 전방위적이다.

삼성 비자금 사건 당시 한 경제신문의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한국 같은 약탈적 규제 천국에서는 삼성 비자금은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조폭’과도 같은 권력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무사하지 못하니, 기업이 살기 위해 비자금을 만드는 것은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혐의가 일부 드러난 태광과 C&의 사례만 봐도 ‘비자금=정당방위’라는 주장은 논거가 빈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용철 변호사는 “형법상 정당방위는 현재의 급박한 위난을 벗어나기 위한 경우에 한해 인정된다”면서 “대기업의 비자금은 대부분 총수의 사업을 키우고, 재산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으니 정당방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일부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보험용’ 성격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법행위로 인한 처벌을 면하기 위한 로비는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없다. 영세 노점상이 조폭의 위협에 직면해 자릿세 명목으로 강제적으로 금품을 상납하는 경우와 대기업의 비자금 및 로비는 엄연히 다르다.

≫ 최근 기업에 대한 사정이 잇따르고 있지만 적절한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월27일 서울 장교동 한화 호텔앤드리조트 본사에서 회계장부 등을 압수해 나오는 검찰 직원들.한겨레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 최근 기업에 대한 사정이 잇따르고 있지만 적절한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월27일 서울 장교동 한화 호텔앤드리조트 본사에서 회계장부 등을 압수해 나오는 검찰 직원들.한겨레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비자금 만들지 않으면 바보?

“차명계좌가 드러나도 세금만 내면 끝이고 안 드러나면 더욱 좋은데, 어느 기업이 차명계좌를 스스로 없애겠습니까?”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이 기자에게 솔직히 털어놓은 얘기는 비자금과 차명계좌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더 명확히 보여준다. 인간은 인센티브를 좇는 동물이다. 아무리 비자금과 차명계좌를 통해 얻는 과실이 달콤해도 만에 하나 드러났을 경우 치르는 대가가 그 과실보다 크다면 비자금과 차명계좌 관행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비자금과 차명계좌를 통해 얻는 과실은 큰데, 그것이 드러났을 때 치르는 대가는 크지 않다. 그러니 비자금과 차명계좌를 활용하지 않는 사람만 바보가 된다.

삼성 비자금 사건은 치명적으로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 삼성특검은 이건희 회장이 임직원 명의의 1199개 차명계좌로 4조5천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운용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고 이병철 회장이 물려준 미신고 재산이라는 삼성의 변명을 그대로 수용했다. 결국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하고, 정작 중요한 비자금의 조성과 사용처에 대한 수사는 형식에 그쳐, 모든 것을 의혹의 구덩이에 묻어버렸다. 이러다 보니 삼성이 비자금 사건으로 오히려 득을 보았다는 역설까지 제기되는 게 현실이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4조원이 넘는 차명재산이 약간의 세금과 벌금만 내고 양성화됐고, 3세로의 경영권 세습에도 사실상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삼성에서 분리된 CJ그룹과 신세계그룹도 삼성 비자금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차명계좌를 이용해 상속증여세를 탈루하거나 총수의 개인자금을 운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했고, 검찰과 국세청은 이 변명을 그대로 용인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화그룹이 차명계좌에 대해 선대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돈을 관리하던 계좌라고 삼성을 흉내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화의 한 임원은 “검찰이 밝혀냈다는 차명계좌 50~60개는 우리가 검찰에 자진 제출한 것으로 선대 회장의 비실명 상속재산”이라며 “검찰 수사가 삼성 사건 때와 형평성을 잃은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신한·한화·태광·C& 등에서 불거진 비자금 사건은 차명계좌를 이용한 각종 불법이 여전히 만연해 있으며, 차명계좌 근절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은 “이미 3년 전 삼성특검을 통해, 또 삼성과 유사하게 차명계좌를 관리해온 CJ와 신세계의 예를 통해 금융실명제의 허점이 드러났음에도, 아직까지 관련 법제도가 정비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의 책임 방기”라고 지적했다. ‘공정사회’를 최우선 국정 과제로 표방한 이명박 정부도 뒤늦게 비자금과 차명계좌 근절을 위한 제도적 개선안 마련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차명계좌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금융실명제 시행의 문제점과 보완점을 엮어서 대안을 마련 중이며, 나중에 적절한 시점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월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차명계좌를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차명거래자 처벌 않는 금융실명법

현행 ‘금융실명제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이하 금융실명법)에서는 실명거래 의무를 위반한 금융기관이나 직원에 대해서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 뿐, 실제 예금주나 이름을 빌려준 사람에게는 처벌이나 과징금 부과를 규정한 조항이 없다. 그동안 삼성그룹이나 CJ, 신세계 등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해 상속증여세를 탈루하거나 총수의 개인자금을 운용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박선숙 민주당 의원과 주광덕 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금융실명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박 의원은 차명거래자에 대해 계좌자산의 3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주 의원의 개정안은 차명계좌를 대여하거나 알선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 당국은 개선안 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자칫 국민 생활이 크게 불편해질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한 예로 가족 간의 거래나 동창회처럼 계좌 명의자와 자금 소유자가 합의한 거래 등 선의의 차명거래를 악성 차명거래와 구분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모든 차명거래에 대해 처벌하겠다고 나섰다간 자칫 모든 국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금융위의 김주현 사무처장은 “차명거래 중에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사회적으로 문제 삼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혼재됐는데, 그 구분이 쉽지 않아 일률적으로 금지하면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운용을 근절할 수 있는 더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는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차명예금에 대해서도 명의신탁을 인정하지 않는 방안이 제기된다. 윤증현 장관도 “종합대응책 마련 과정에서 명의신탁 부분도 포함해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운용을 근절할 수 있는 더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는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차명예금에 대해서도 명의신탁을 인정하지 않는 방안이 제기된다. 윤증현 장관도 “종합대응책 마련 과정에서 명의신탁 부분도 포함해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도 내심 이를 유력한 방안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중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숨은 세원 찾기’의 하나로 대기업의 상속·증여세 탈루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차명계좌라는 장애 요인에 막혀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명제법을 개선할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도 차명계좌의 경우 실소유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명의자에게 무조건 증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차명예금에 대한 명의신탁을 인정하지 않는 방안은 부부간이나 부모와 자식 간처럼 관행적인 차명거래에서는 사실상 문제가 될 소지가 거의 없는 반면, 거액의 검은돈이 관련된 차명거래에서는 명의인이 실소유자를 배신해서 차명예금을 가로챌 수 있는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실제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운용을 줄이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법과 제도가 바뀌면 재벌의 해묵은 관행인 비자금과 차명계좌가 일거에 사라질 것인가?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비자금 사건 당시 검찰·사법부·금융감독원·국세청·은행 등 국가기관들은 모두 제 기능이 마비됐다”며 고개를 젓는다. 검찰과 사법부는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운용과 정·관계 로비 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재벌 총수와 최고경영자에게 관대한 처분으로 일관해 불구속 수사를 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금융감독기관은 현행법을 상습적으로 위반하며 삼성그룹의 차명 비자금 관리를 주도하고 도와준 삼성증권과 우리은행 등 관련 금융기관들에 대해 인가 취소나 최소한 영업점 폐쇄 같은 엄정한 제재 조처 없이 ‘기관경고’라는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 또 대통령은 재판이 끝난 지 불과 1년도 안 돼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부회장) 등 삼성그룹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해 면죄부를 주는 데 앞장섰다.

법보다 법집행 기관이 먼저다

이같은 국가기관의 직무유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신한은행 검사를 나갔을 때 이미 라응찬 회장의 차명계좌 개설 정황을 파악하고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도 지난해 발생한 태광 계열사 티브로드 직원의 청와대·방송통신위 관계자에 대한 성접대 로비를 단순 사건으로 축소해 처리했다. 하지만 뒤늦게 케이블텔레비전 방송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벌인 조직적 로비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재수사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후반기의 최우선 국정 과제로 공정사회를 내걸었다. 검찰과 국세청도 성역 없는 수사와 세무조사를 천명한다. 하지만 재벌 비리의 온상인 비자금과 차명계좌를 근절하려면 법·제도의 개선과 함께 국가기관의 쇄신을 통한 법치주의 확립이 절실하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G20 의장국’이 부끄러운 국가 청렴도
불법하면 미래도 불안하다

한국의 청렴도는 국제적으로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지난 10월26일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10점 만점에 5.4점을 얻어 조사 대상 178개국 중 39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5점대는 절대 부패에서 막 벗어난 상태를 의미한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 31개 회원국의 평균점수인 6.97에도 훨씬 못 미친다. 세계 15위의 경제 규모와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이라는 게 부끄러운 수준이다. 과거 ‘아시아의 4마리 용’이라 불리던 싱가포르(1위), 홍콩(13위), 대만(33위)보다 뒤처져 있다. 주요 경쟁국 중에서 우리보다 부패가 심한 곳은 중국(78위) 정도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년째 하락세를 보이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부가 강력한 반부패·청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과거의 부패 친화적인 관행과 불합리한 요소들이 국제사회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
마침 사회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 26000’이 11월부터 발효된다. 2005년 3월 브라질 사우바도르에서 열린 첫 총회를 시작으로, 지난 5월 덴마크 코펜하겐의 마지막 총회까지 6년간 여덟 차례의 총회를 거치는 산고 끝에 결실을 거뒀다. 한국 대기업들의 비자금과 차명계좌 관행은 ISO 26000의 거울에는 어떻게 비칠까?
기업들의 불법행위는 ISO 26000의 7대 사회책임 원칙 중에서 ‘윤리적 행동’(제 4.4항)과 ‘법치주의 존중’(제4.6항)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지난 10월14일 유한대학에서 ISO 26000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ISO 26000은 한국 기업들에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ISO 26000 협상에 참여한 김영호 유한대 총장은 총회에서 만난 일본 대표에게 들은 얘기를 소개했다. “일본 업체들은 ISO 26000을 경쟁력의 포인트로 생각한다. 특히 소니는 삼성을 따라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긴다. 기술력에서 뒤진 것을 ISO 26000으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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