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보고서의 결정적 증거는 조작됐다?’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이 발표한 ‘어뢰 폭발로 인한 침몰’의 과학적 증거 가운데 하나는 천안함 선체와 어뢰 프로펠러에 흡착된 물질에 대한 분석 결과였다. 그러나 이 분석 결과에 ‘과학적 의문’을 제기하는 실험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어뢰 알루미늄 성분이 흡착됐다?
합조단의 발표 내용을 재검토하는 실험을 진행해온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물리학)는 6월10일 취재진과 만나 “합조단이 내놓은 흡착 물질을 폭발의 결과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자신의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이 교수는 현재 일본 도쿄대에 초빙교수로 와 있으며, 고체물리학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현재 의견과 사실이 뒤엉킨 천안함 사건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검증 방식은 실험과 그 결과물인 데이터”라며 합조단의 자료와 학계에서 공인된 실험을 통해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의 실험 결과를 이해하려면 먼저 합조단 발표 내용부터 차근차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합조단은 지난 5월20일 조사 결과 발표에서 세 가지 흡착물질에 대한 분석 데이터를 어뢰 폭발이 있었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즉 △함수·함미·연돌 등 천안함 선체에서 발견된 흡착 물질(이하 ‘선체 물질’) △결정적 증거물이라고 합조단 스스로 표현하는 어뢰 부품의 흡착 물질(이하 ‘어뢰 물질’) △자체 수중 폭발 실험 뒤에 검출된 물질(이하 ‘실험 물질’) 등 세 가지를 합조단 내부에서 에너지 분광기와 엑스선 회절기로 분석한 결과물에 대한 설명을 통해 폭발물의 존재를 규명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알루미늄의 존재다. 충격파와 버블제트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현존하는 모든 어뢰에는 알루미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뢰 폭발 때 흩어진 알루미늄 성분이 선체와 어뢰 부품에 흡착됐고, 수중 폭발 실험에서도 같은 현상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당시 합조단이 공개한 에너지 분광기 분석 그래프(아래 ①번 그래프 참조)에는 모두 알루미늄 성분이 표시돼 있다.
하지만 좀 더 세밀한 분석이 가능한 엑스선 회절기 분석 결과는 에너지 분광기와 달랐다. 알루미늄 성분이 ‘선체 물질’과 ‘어뢰 물질’에서는 검출되지 않고, ‘실험 물질’에서만 나왔다(아래 ②번 그래프 참조). 이에 대해 당시 합조단은 “폭발 전후에만 생기는 알루미늄의 용해와 급냉각으로 (알루미늄이 산화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생겼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라며 “오히려 이것이 선체와 어뢰에서 나온 물질이 동일하다는 것으로 어뢰가 폭발했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흡착 물질, 모래와 소금밖에 없어요”
무슨 말일까? 에너지 분광기에서는 알루미늄을 구성성분으로 하면 알루미늄이든, 알루미늄 산화물이든,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든 모두 알루미늄으로 측정되지만 엑스선 회절기에서는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은 알루미늄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합조단의 설명은, 어뢰 폭발로 인해 알루미늄 성분이 모두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변했기 때문에 엑스선 회절기에서는 알루미늄이 검출되지 않는 게 오히려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때 엑스선 회절기 분석 결과 ‘실험 물질’에서는 왜 알루미늄이 검출됐느냐는 의문이 생기는데, 이에 대해선 상자기사 참조)
이 교수는 이상과 같은 합조단의 데이터와 해명, 그리고 여기에서 나오는 의문점 등을 토대로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합조단의 말처럼 폭발에 따르는 고열로 인한 용해와 급냉각이 이뤄질 경우 알루미늄이 전부 다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바뀌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아래 사진처럼 99.99% 순도의 알루미늄 시료를 고열에도 녹지 않는 시험관에 담은 뒤 고열을 견디는 철사로 연결해 전기로(Furnace)에 집어넣었다. 열은 알루미늄의 녹는점인 660도보다 훨씬 높은 1100도까지 올렸다. 1100도에서 40분 정도를 유지했다. 그리고 철사를 당겨 2초 이내에 상온의 찬물에 집어넣어 급속히 식힌 다음, 에너지 분광기와 엑스선 회절기 분석을 했다. 여기서 사용한 에너지 분광기와 엑스선 회절기는 대개의 물리학 연구소라면 보유하고 있는 범용성을 가진 장비다.
결과는 위의 ②, ③번 그래프에서 보듯 합조단의 폭발 실험에서 나온 ‘실험 물질’의 그래프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알루미늄이 상당 부분 검출된 것이다. 이 교수는 이 결과에 대해 “고열 처리와 급속 냉각 과정에서 알루미늄은 부분적으로만 산화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는 합조단의 발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교수는 “합조단의 발표처럼 알루미늄이 100% 산화될 확률은 0%에 가깝고, 그 산화된 알루미늄이 모두 비결정질로 될 확률 또한 0%에 가깝다”며 “합조단이 발표한 것처럼 모든 알루미늄이 100%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될 확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합조단의 엑스선 회절기 분석 결과 값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말했다. “모래와 소금밖에 없어요. 폭발하고는 상관없는 물질들이죠.” 합조단이 내놓은 엑스선 회절기 분석 결과를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알루미늄 성분이 애초 존재하지 않았고 폭발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위에서 살펴봤듯 알루미늄이 폭발을 통해 100% 산화되고 비결정질로 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다. 그래프상에는 SiO2, NaCl 등의 성분만 나왔는데, 이는 모래나 소금에서도 검출되는 물질이라는 것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합조단의 에너지 분광기와 엑스선 회절기 분석 결과는 왜 서로 모순될까? 이 교수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보자면, 에너지 분광기에서 알루미늄이 검출됐으면 엑스선 회절기에서 알루미늄이 나와야 하고, 역으로 엑스선 회절기에서 알루미늄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에너지 분광기에서도 알루미늄은 검출되지 않았어야 한다. 이런 모순에 대해 이 교수는 “조작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또 내가 합조단 편을 들어 만약 조작 없이 합조단의 데이터가 도출됐다고 하려면 0.0000001%처럼 불가능성을 의미하는 확률로 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실험 결과를 논문으로 만들어 미국 코넬대에서 주관하는 과학 논문 교류 사이트(www.arxiv.org)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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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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