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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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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3년이 남았다

2월25일 ‘행복한’ 지지율로 취임 2주년 맞는 MB…
6월2일 지방선거 이후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까 불행해질까
등록 2010-02-25 15:02 수정 2020-05-02 04:26
2009년 12월12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선거광고에 나왔던 ‘욕쟁이 할머니’ 강종순씨의 실내 포장마차를 깜짝 방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09년 12월12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선거광고에 나왔던 ‘욕쟁이 할머니’ 강종순씨의 실내 포장마차를 깜짝 방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07년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1149만여 표를 얻었다. 득표율로는 48.7%였고, 2위인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의 표 차이는 530만여 표였다. 이 후보가 내세운 ‘경제 살리기’ 구호의 위력은 그만큼 대단했다.

2009년 하반기, 친서민 중도실용 적효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2008년 4월18일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정운영 지지도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그해 6월1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15.2%였다. 지지도 하락보다 심각한 것은 ‘촛불’이었다. 쇠고기 협상 타결 직후 불붙은 촛불은 초여름까지 계속 타올랐다.

촛불이 잦아든 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촛불 이후 가장 먼저 매달린 작업은 ‘잔불 진화’였다. 2008년 10월 경찰은 촛불시위에 참가한 중·고등학생을 소환 조사했다. 집회에 참가해 전경버스를 밧줄로 잡아당겼다는 글을 인터넷 카페에 올린 것이 ‘유일한’ 단서였다. 자동차를 몰고 집회에 참여한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 회원 25명은 운전면허 취소 통지서를 받았다. 유모차를 끌고 집회에 참여한 아기엄마도 경찰 수사를 비껴가지 못했다.

비판 세력에게는 ‘법질서’가 엄격히 적용된 반면, 지지 세력에게는 ‘보상’이 돌아갔다. 대선 기간 찬조연설을 통해 이 대통령을 지지한 배우 유인촌씨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임명됐다. 대선 직전 무소속이었던 정몽준 의원은 선거 막바지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역시 찬조연설에 나섰다. 정 의원은 이후 한나라당 당권을 차지했다.

언론계 사정은 더 심했다. 이명박 정권은 촛불이 사그라지자마자 대선 때 이 후보의 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씨를 YTN 사장 자리에 앉혔다. 같은해 8월 초에는 정연주 전 사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한국방송을 나와야 했다. 그 자리에는 이병순 사장이 임명됐다. 이 사장이 취임한 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방송 라디오를 통해 ‘주례연설’을 시작했다. 이 사장은 1년 뒤, 이 대통령 캠프의 언론특보를 지낸 김인규 전 한국방송 이사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쳐 이 대통령의 집권 첫해는 어수선했다. 국정운영 지지도는 30% 안팎에서 요지부동이었다.

집권 2년차를 맞은 2009년 ‘법질서’의 칼바람은 더욱 가혹하게 몰아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결국 2009년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장을 맡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영결식에서 “세상에 이런 일이 있습니까. 세상은 ‘인간 노무현’으로 살아갈 마지막 기회조차도 빼앗고 말았습니다”라며 울먹였다. 한 전 총리는 그로부터 반년 뒤 검찰 조사를 받았다. 혐의 내용이 언론에 흘러나온 과정, 그리고 피의자의 진술에 의존한 수사 방식은 노 전 대통령 때와 다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30% 안팎을 맴돌던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에 유의미한 변화가 시작된 시기는 2009년 하반기였다. 이 대통령이 박형준 정무수석 등 청와대 내 중도소장파가 주창해온 ‘친서민 중도실용’ 노선을 흡수하면서 지지율이 뛰었다. 재래시장을 찾아 떡볶이를 먹고 농촌에서 농민과 어울리는 장면이 많이 소개됐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마이크로크레디트 확대’ 등 ‘친서민’을 표방한 정책도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치솟는 과정에서 ‘친서민’과 ‘중도실용’ 이슈를 뺏긴 민주당 등 야당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그 사이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계속 올랐다. 2009년 9월14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53.8%를 기록했다. 재임 기간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선거 연합’에 관계 없이 질 수도

2월25일 취임 2주년을 맞는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최근까지 40%대 중반을 기록하는 이유는 ‘친서민 중도실용’ 노선 때문만은 아니다. 주가지수가 1700선을 넘나드는 등 경제지표가 일부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도 지지도 상승 요인이라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던 경제성장률, ‘생각보다’ 많이 빠지지 않은 주가, 그리고 ‘친서민 중도실용’ 노선 덕분에 이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비교적 불행하지 않게 맞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남은 3년도 그러할지는 알 수 없다. 경제지표가 일부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실업자 400만 명 시대가 열렸고, 전교조와 전공노 조합원의 민주노동당 가입 수사 등 비판 세력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여전하다. 세종시 논란 등을 보면 반대 여론에 아랑곳 않는 국정운영 방식도 바뀌지 않았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아직도 우리 사회는 지역이나 계층, 혹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나뉘어 있고 양극화에 대한 피해의식도 크다”며 “국민 통합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좀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8년 봄에 시작된 촛불시위(왼쪽) 이후 비판 세력에게는 법질서를 강조하는 반면 지지 세력에게는 보상을 주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운데)는 YTN 사장에 임명됐고, 퇴임 이후 검찰 수사에 시달린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한겨레 탁기형·이종근 기자

2008년 봄에 시작된 촛불시위(왼쪽) 이후 비판 세력에게는 법질서를 강조하는 반면 지지 세력에게는 보상을 주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운데)는 YTN 사장에 임명됐고, 퇴임 이후 검찰 수사에 시달린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한겨레 탁기형·이종근 기자

특히 6월2일 지방선거 결과가 관건이다. 민주당 등 야 5당은 이미 지방선거를 ‘이명박 정권 심판’을 구호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선거 연합을 위해 ‘2010 지방선거 공동승리를 위한 야 5당 협상회의’도 띄웠다. 대부분 한나라당 출신인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한나라당이 우세하지만, 선거 연합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느냐가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서울과 경기 등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수도권 선거 결과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빨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승리의 가능성이다. ‘선거 연합’과 관계없이 진보·개혁 진영이 지방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근 세종시 논란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인식된 구도는 ‘여야 갈등’이 아니라 한나라당 내 ‘친이 대 친박’의 싸움이었다. 김윤철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지방선거 전까지 야권이 ‘이명박 정권 심판론’ 이상의 대항 의제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상 승리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명박 정부의 최근 행태를 보면 민노당 수사 등 진보·개혁 진영에서 볼 때 여전히 무리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원전 유치 등 공세적 외교로 이미지메이킹을 잘해가고 있다고 본다. 국민은 지금 진보·개혁 진영에 선거 연합 그 이상의 정책의제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지방선거 뒤에도 국정운영 방향을 고수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3년간 지금까지와 다른 국정운영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이명박 정권이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하승창 ‘희망과 대안’ 상임운영위원은 “야권이 승리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필연적”이라면서도 “이 대통령이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6·2 지방선거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야권이 승리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찾아오리라는 예상도 어렵지 않다. 문제는 야권의 승리 그 이후다. 야권의 선거 연합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처럼 이명박 정권이 선거 패배 이후 국정운영의 방향을 바꾸면 좋은데, 이 대통령의 스타일을 볼 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2008년 촛불시위를 마치며 시민들 사이에서 유행한 구호는 “선거로 심판하자”였다. 만약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 패배를 패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의 남은 임기 3년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불행해지는 시기가 될 수밖에 없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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