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두고 일부 보수 신문에서는 ‘아이들을 모두 운동권으로 만들 셈인가’ ‘10대 정치꾼을 양산하는 법’ 등 선정적 제목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은 방대하지만 언론이 가장 호들갑을 떠는 문제는 ‘두발 자유’ ‘체벌 금지’ ‘학내 집회 허용’이다.
교육 현장의 혼란에 교과부가 한 일은
서울의 한 중학교 등교 시간 풍경. 복장 검사를 하는 교사와 선도부원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학생들에겐 매일같이 반복되는 공포의 순간이다. 한겨레 장철규 기자
이게 그렇듯 편향된 내용인가 싶어 인터넷 검색창에 세 단어를 밀어넣었다. 야간자율학습을 빠졌다는 이유로 110대의 체벌을 당한 학생이 자살한 뉴스, 교사의 체벌 장면을 찍은 동영상, “0교시 수업 반대, 두발 자유”를 외치며 20분간 학내 집회를 한 학생들에 관한 뉴스 등이 검색됐다.
이런 교육 현장의 혼란에 대해 지금까지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대책은 무엇이었는가. ‘두발 규정은 학생·학부모·교사의 합의하에 정하라’는 권고와 ‘체벌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니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적으로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적당한 도구를 사용하여 (결국 민원이 나지 않게 몰래몰래) 하라’는 지시뿐이었다. 결국 10대를 ‘정치꾼’이나 ‘운동권’으로 만든 것은 학생 인권 문제에 무책임하게 대응해왔던 당국과 ‘체벌할 권리’를 교권으로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교권은 ‘체벌할 권리’나 ‘휴대전화를 압수할 권리’가 아니다. 학생이 휴대전화 대신 선생님의 얼굴을 쳐다보게 만들려면 교사가 학생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기획해야 한다. 즐거운 수업을 만들어야 한다. 수업이 학생에게 존중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 편성권과 그 수업의 평가권을 교사가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과 제대로 된 대화 한마디 나눠보지 않은 채 학부모는 아이들을 학원에 보냄으로써 부모 역할을 하고 있다고, 교사는 두발이나 용의·복장 지도로 교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기 위안을 삼는다. 어른들은 ‘단정하고 학생다운’ 두발과 복장으로 학원에 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숨 막히는 입시경쟁 속에 ‘쟤를 이길 수 있을까? 쟤가 날 괴롭히면 어떡하지?’ 등의 고민으로 어둡게 드리워진 아이들의 상처를 외면한다. 그래서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아이가 다른 아이를 괴롭히고 왕따를 주동한다는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머리 길이와 같은 기본적인 것조차 자유롭게 결정하지 못한 채 자신이 인정할 수 없는 것도 체벌을 통해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들이 어찌 자기보다 약한 아이를 괴롭히면 안 된다는 도덕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나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보며 쾌재를 불렀다.
‘이제 두발 지도를 안 해도 학생부장이나 교장의 따가운 눈초리에 조금 당당해질 수 있겠구나. 체벌 없이 수업하려면 교육과정을 학생 눈높이에 맞춰 교사가 꾸릴 수 있어야 할 테니,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 수업처럼 체벌 없이 굴러가기 어려운 수업은 이제 안 해도 되겠구나. 학내 집회가 허용되면 아이들이 그들의 문제를 스스로 요구하게 되니, 교사가 대신 풀어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어지겠구나. 그러면 두발 검사할 시간에 아이들과 인사 한 번 더 할 수 있겠다. 두발 검사 때문에 학교 오기 싫다는 우리 반 ○○를 학교에 다시 나오게 할 수 있겠다. 체벌 없이 수업하려면 학생 참여가 많아져야 할 테니, 활동 수업을 하는 것도 덜 눈치 보이겠지?’
그래서 나는 내가 근무하는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생겨나길 바란다.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내가 두발 검사, 체벌 등 학생 관리 노동에서 벗어나 그 시간에 학생과 마음을 여는 대화, 학생과 함께하는 수업을 할 수 있게 되기를, 학생이라는 ‘죄수’를 관리하는 ‘간수’에서 배우는 사람과의 소통을 꿈꾸는 진정한 ‘교사’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조영선 서울 경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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