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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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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언론, 희망의 길을 묻다

정부 압박과 시장의 위기에 맞서 담론의 정교화와 매체 간 연대로 나아가야
등록 2009-11-26 13:58 수정 2020-05-03 04:25
진보언론, 희망의 길을 묻다.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진보언론, 희망의 길을 묻다.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진보언론의 위기다. 전세계적으로 활자매체가 사양산업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진보언론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새삼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등 한국의 진보언론이 맞닥뜨린 위기는 독특한 측면이 있다. 신문시장의 전반적 침체에 정권 및 자본권력의 직간접적 압박이 더해지며 위기 요인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는 양상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언론 장악 논란은 갈수록 거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11월19일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을 차기 사장으로 선출했다. 김 회장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방송특보를 지낸 인물이다. 정권 출범 직후 끊임없이 언론 장악 논란을 빚으면서도 다시 한번 코드 인사를 강행한 것이다.

종편채널·민영 미디어렙 등 압박

여기에 언론관련법 날치기 통과를 통해 현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은 자본 규모가 영세한 진보언론의 위기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파격적 지원 아래 조·중·동이 종합편성(종편) 채널 진출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당장 신규 종편 채널이 생긴다면 여론시장의 불균형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또 전체 광고시장에서 방송광고가 가져가는 몫은 더 커지리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진보언론은 가뜩이나 열세인 광고영업 시장에서 더욱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 관련 법안까지 함께 통과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진 의원의 법안은 3년간 종편과 보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미디어렙 업무 영역에서 제외하고 방송광고의 직접 판매를 허용해주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종편 진출에 성공한 신문사는 3년간 신문과 종편의 광고를 ‘패키지’로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는 종편 진출 신문사가 신문광고 시장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진보언론의 위기는 한층 심화됐다. 언론시장의 전반적 침체와 정권 및 자본권력의 직간접적 압박이 진보언론의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위부터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진보언론의 위기는 한층 심화됐다. 언론시장의 전반적 침체와 정권 및 자본권력의 직간접적 압박이 진보언론의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위부터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진보언론을 겨냥한 정권의 압박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이 한국언론재단에서 제출받은 정부 광고 시행 실적에 따르면, 등 보수언론에 집행된 광고액은 지난해와 올해 큰 폭으로 올랐다. 는 2007년 전체 정부 집행 광고액 가운데 12.4%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15.0%, 올해 7월 말 현재 15.6%를 기록했다. 도 같은 기간 10.5%에서 14.2%, 17.5%로 늘었다. 반면 의 실적은 2007년 11.3%에서 9.7%, 8.5%로 급감했다. 은 2007년 9.4%로 시작해 8.1%, 6.9%까지 떨어졌다.

내부의 위기와 시장의 위기

진보언론이 겪는 오늘날의 위기가 진보언론 내부에서도 일부 비롯됐다는 지적이 있다. 전규찬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은 등 진보언론이 이명박 정부 2년간 한국 사회의 문제에 단편적 시각으로 접근해왔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언론관련법 문제가 터지면 그때그때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을 환기하는 역할은 일정 부분 했다고 본다. 하지만 신방겸영이 궁극적으로 대중의 탈정치화를 부를 수 있다는 위험성 등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깊이 찌르는 저널리즘적 노력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의 비판도 비슷하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이해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졌던 것 아닌가. 단순히 개별 사안에 대한 유불리만을 따져 보도했는데, 현 정권이든 이른바 ‘08체제’든 좀더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야 했다. 상대가 폭력성과 기동성을 보일 때 전략과 전술을 달리하며 대응해야 했는데, 과거 방식에 집착한 나머지 진보언론은 제대로 된 응전을 하지 못했다.”

물론 진보언론의 위기를 진보언론 내부에서 찾는 것과 신문 전체가 신뢰의 위기를 부른 배경을 따지는 작업은 별개다. 신학림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은 지난 3월 최문순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신문산업 관련 토론회에서 신문사들에 신뢰의 위기를 자초한 ‘주범’으로 조·중·동을 지목했다.

신 위원은 토론회에서 “신문의 구독과 광고, 판매 및 매출 등 모든 영역에서 독과점 체제를 구축한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정파적 이해에 바탕을 둔 보도 행태와 이들 보수언론의 자사 이익 내지 이해를 염두에 둔 보도 행태가 신문시장 전체에 신뢰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신문 전체가 불신을 받는 ‘신뢰의 위기’ 속에서 진보언론은 ‘정체성의 위기’와 ‘시장의 위기’라는 두 개의 개별 과제를 부여받은 셈이다. 해법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구독료 인상과 지면 가치 제고 맞물려

언론계 안팎의 전문가들은 일단 신문산업 지원을 통해 신문사의 경영난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 11개 종합일간지가 지난해 벌어들인 광고수입 총액은 1조8천억원이었다.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수십조원 가운데 일정 부분만 떼어 신문산업에 지원한다면 국민 전체의 사유체계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이같은 형태의 신문산업 지원이 이미 일반화돼 있다. 오스트리아는 2004년 개정된 ‘신문진흥법’을 통해 신문의 판매와 신문 수준 향상 및 미래 보장 등으로 분야를 나눠 지원금을 나눠주고 있다. 네덜란드는 신문 지원 업무를 전담하는 ‘프레스펀드’를 설치해 신문에 대한 보조금, 융자금, 신용대출 등의 방식으로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은 시장 지위가 취약해 광고에서 소외되는 신문에 제작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진보언론 자체적으로 해결할 과제도 제시됐다. 장기적 관점으로 본다면 광고에 의존하는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신문 제값 받기’를 시도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지적이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신문 등 인쇄매체는 기본적으로 광고에 기대면 안 되는 매체”라고 전제한 뒤 “끌어올 수 있는 광고가 없는데 광고매출을 올리려 할 것이 아니라 신문 구독료를 월 2만5천원에서 3만원 정도로 올리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의 진단도 이와 일치한다. “광고 70%, 판매 30%의 구조로는 어떻게 싸워도 와 이 조·중·동을 이길 수 없다. 부수를 갑자기 늘리는 게 쉽지 않다면 신문 가격에 정면으로 도전해 매출 구조를 ‘정상’으로 바로잡는 쪽으로 의제를 잡는 게 맞다고 본다.” 지금처럼 광고가 따라주지 않아 신문을 찍어낼수록 적자를 보는 ‘발행의 악순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구독료 인상뿐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구독료 인상이 현실화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진보언론 독자가 구독료 인상을 선뜻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고, 진보언론은 구독료 인상분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다소 앞선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진보언론의 합병, 연대, 구조조정 등의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특히 신문시장에서 비슷한 독자층을 놓고 경쟁하는 와 이 합친다면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11월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김인규 신임 사장 선출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19일 한국방송 이사회는 이병순 전 사장의 후임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김인규 사장을 선출했다.

11월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김인규 신임 사장 선출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19일 한국방송 이사회는 이병순 전 사장의 후임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김인규 사장을 선출했다.

합병·연대 등 상생 방안 논의 활발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들도 많은데, 와 이 계속 따로 있어야 하는지 궁금하다. 와 독자가 중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둘이 합쳐 하나의 새로운 매체를 만든다면 상징적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대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정연구 한림대 교수(언론정보학부)는 합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많지 않다고 봤다. 정 교수는 “나도 예전에는 합치면 어떻겠느냐 했지만, 인력 증가에 비해 수익 구조가 충분하지 않아 오히려 부작용만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언론의 구독료 인상이나 합병 등이 주로 경영 개선에 초점을 맞춘 조언이었다면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콘텐츠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중대한 진보적 의제를 밀고 나갈 때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은 진보언론이 각개약진하기보다 목소리와 아이디어를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박태견 대표는 조·중·동에 비해 진보언론의 연대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경기 안산 상록을 재선거에서 민주당 김영환 후보가 당선되기는 했지만 당시 단일화 실패는 진보언론의 실패였다. 진보언론이 연대를 통해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고, 그 성과를 다음 지방선거까지 이어지게 해야 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을 동시에 강조했다면 각 후보 진영에 굉장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진보언론은 아직 위기의식이 부족하다.”

4개 언론 공동토론 주목받아

와 등 4개 진보언론이 11월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공동으로 주최한 ‘진보개혁 연대의 길’ 토론회는 그런 측면에서 충분히 주목할 만한 시도였다. 천호선 국민참여당 상임부위원장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차례로 불러 반MB 연대와 진보연합의 가능성을 따져물은 ‘진보개혁 연대의 길’ 토론회는 4개 언론사가 처음으로 시도한 합동 토론회였다. 토론회는 4개 언론사 웹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토론회를 기획한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조·중·동의 종편 진출 등 미디어 지형이 크게 요동치는 상황에서 진보언론이 개별적 각개약진을 고집한다면 매체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축소될 수도 있다”며 “매체의 독립적 속성은 존중하되 함께할 수 있는 영역에서의 연대는 한번 시도해보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진보언론의 첫 공동 토론회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각 언론사 간 역할 분담도 매끄러웠고, 토론회의 반향도 작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4개 매체가 같은 지향을 갖고 공동의 콘텐츠를 제작해 동시에 유통해본 경험이 앞으로도 적지 않은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태견 대표 역시 이를 바람직한 시도로 평가했다. “4개 진보언론이 공동 토론회를 시도해본 것은 깊은 고민 끝에 나온 일종의 생존 방안으로 봐야 한다. ‘08체제’에서 진보언론이 사는 길을 연대와 집중에서 찾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중·동에 맞설 수 있는 역사적 이벤트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좀더 진화시켜야 할 의무가 이들 4개 언론사에 부여됐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탄압 논란 일지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탄압 논란 일지

사회적 요구와 기대는 점점 커져

시장의 위기에 더해 정권의 직간접적 압박에 고전하고 있지만 진보언론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지속적인 경영난 속에서도 진보신문의 열독률은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8월29일 한국언론재단 발표를 보면 서울에 사는 성인남녀 500명을 상대로 한 주요 신문 열독률 조사에서 (21.6%)와 (20.4%)은 (19.0%)와 (10.6%)를 모두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22.0%)도 두 언론사와 큰 차이가 없었다. 시장의 가장 큰 변수라 할 수 있는 독자가 여전히 진보언론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보수 기득권 세력의 목소리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와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로서 진보언론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다. 박구재 전략기획실장은 “각종 통계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정부 수주 광고나 자본 권력으로부터 불이익을 받고 있지만 오히려 보수정권 아래에서 진보언론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진보언론에 남겨진 마지막, 그러나 가장 큰 자산일 것이다.



한국방송 차기 사장 김인규씨 임명 제청
노조·사원행동 반발 ‘다시 태풍 속으로’


한국방송 이사회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특보 출신인 김인규씨를 차기 사장으로 임명 제청하면서 이 문제가 당분간 현 정권과 시민사회 세력 사이의 최대 전선으로 급부상하게 됐다.
한국방송 안팎의 단체들은 일제히 목소리를 높여 김씨가 스스로 물러나거나 이사회가 임명 제청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구본홍 전 YTN 사장에 이어 대통령 선거 특보 출신을 잇달아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매체의 사장으로 선임하는 데 대한 반발 심리가 배경에 깔려 있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은 11월20일 성명을 내어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것이 언론사 KBS의 존재 이유임을 부인하지 않는 한 그 어떤 수사로도 대통령 정치특보가 KBS 사장이 되는 일은 정당화할 수 없다”며 ‘김인규 퇴진 투쟁’을 선언했다. 앞서 발표된 한국PD연합회 성명도 “(김씨의 사장 선임으로) 공영방송 KBS의 정치적 독립은 더욱 요원해지고, 다시 정권 홍보 방송, 관제 방송이라는 오욕의 길을 걷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방송기자연합회도 “이제 공영방송 KBS는 정치권에 몸담았던 새 사장 후보로 인해 또 한 번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기에 봉착했다”며 한국방송 이사회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현 국면에서 눈과 귀를 끄는 지점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부터 ‘김인규 사장 절대 불가론’이라는 깃발을 꽂은 한국방송 노조가 앞으로 어떻게 반대 투쟁을 이끄느냐다. 노조의 선택에 따라 김씨의 한국방송 안착 여부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방송 노조는 김씨 사장 선임이 결정된 11월19일 밤 총파업 돌입을 선언하고 23일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강동구 한국방송 노조위원장은 과의 통화에서 “김씨는 공영방송 KBS 사장으로서 전혀 적합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가) 임명을 철회하고 재공모하는 게 맞다”며 “파업 찬반투표 결과 참여율이 저조할 경우 조합이 불신임받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12월1일 정도에는 파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정권이 언론 장악을 눈앞에 두고 특보까지 KBS에 내려보낸 상황에서 노조와 사원행동이 따로 있을 수 없고, 노조의 깃발 아래 하나로 뭉칠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한국방송 노조는 현재 산별노조인 전국언론노조에서 탈퇴한 상황이라, 그동안 미디어법 처리 등의 문제에서 각을 세워온 언론노조로서는 김인규씨 반대 투쟁에 힘을 모으기가 어정쩡한 측면도 존재한다. 하지만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은 과의 통화에서 “한국방송 노조가 제대로 싸운다면 (언론노조가 결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언론노조는 시민단체 등과도 연대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중견 언론인 모임인 ‘새언론포럼’의 최용익 회장(문화방송 논설위원)은 “KBS 노조의 입장과 투쟁력이 현 정권의 KBS 장악을 위한 김인규 사장 임명이 어느 정도 기간을 버틸지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조·중·동 종편 진출 딜레마
안 아픈 ‘손가락’ 없고 법제처는 제동 걸고


조·중·동의 종합편성(종편) 채널 진출에 문제는 없을까? 10월29일 헌법재판소가 민주당 등 야 4당이 청구한 언론관련법 권한쟁의심판을 기각했을 때만 해도 성립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최근 상황은 조금 다르다. 언론관련법 시행령 개정안 심사를 맡은 이석연 법제처장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 처장은 11월19일 민주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언론관련법 처리 과정에서 절차적 흠결이 있었던 만큼, 이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법 시행령 심의를 늦추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는 박주선 민주당 무효언론악법폐지투쟁위원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국회에서 절차적 흠결을 치유하도록 최대한 인내를 갖고 시행령 심의를 기다리겠다. 국회에서 절차상의 하자를 치유해달라”고 말했다.
법제처가 신문법과 방송법 등 언론관련법 시행령을 심의하지 않겠다는 것은 모법인 언론관련법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11월2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언론관련법 시행령이 법적 효력을 발휘하려면 법제처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석연 법제처장이 사실상 여권의 언론관련법 드라이브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자 민주당은 환호했다. 안정상 민주당 방송통신위원회 전문위원은 “법령의 심사와 법령에 대한 최종적 유권해석 권한을 갖는 법제처의 수장이 언론관련법에 문제가 있다고 정확히 언급해준 것에 대해 우리로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쉽게 말해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석연 법제처장의 발언을 언론관련법 재논의의 지렛대로 삼아 한나라당과 김형오 국회의장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법제처의 언론관련법 시행령 심의와 국회 재논의 과정을 ‘무사히’ 통과한다고 해도 조·중·동의 종편 진출은 한 고개를 더 넘어야 한다. 방통위의 종편 채널 사업자 선정 작업이다. 방통위 입장에서는 조·중·동에 종편을 하나씩 안겨주는 게 가장 속 편한 결정이겠지만 현실은 가시밭길이다. 국내 방송환경과 광고시장을 감안하면 3개는커녕 1~2개 종편만 허용한다고 해도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언론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종편의 성패를 가늠할 광고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될 것이라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종편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언제 어떤 결정을 내놓는다 해도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조·중·동 내부에서도 이미 ‘종편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우리가 탈락하는 일은 있을 수 없지만, 3개 모두 허용하는 것도 안 된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애초 올해 안에 종편 사업자를 선정하려던 방통위가 시한을 못박지 않고 이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사실은 정부의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법제처 심의와 관계없이 이미 종편 사업자 선정 시기가 2010년 지방선거 이후로 늦춰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맥락도 비슷하다. 한나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방통위나 정부 입장에서는 종편 사업자 선정을 최대한 늦추는 ‘지연 작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종편 사업자로 특정 언론사 한 곳을 선정한다면 탈락한 곳에서 반발할 게 뻔하고, 3개 모두를 허용한다면 야권이 반대할 필요도 없이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알아서 고사할 수밖에 없다”며 “모순덩어리인 언론관련법을 밀어붙이면 밀어붙일수록 여권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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