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궁금했다. 물음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50%를 돌파했다는 소식에서 비롯됐다. 불과 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을 헤맸다. 20~3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의 ‘박스권’ 지지율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이었다. 대기업과 보수 언론이 방송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언론 관련법이 여당의 주도 아래 국회에서 강행 처리됐지만,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히려 올랐다.
여권과 언론은 중도실용에서 해답을 찾고자 했다. 이 대통령이 친서민 행보를 확대하고 중도실용 노선을 강화했기 때문에 중도층이 그에게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품었던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진보와 보수의 중간쯤 어딘가에 자리잡은 이들, 중도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중도는 왜 MB를 지지할까? 아니, 그 가설은 사실일까?
명쾌한 해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이 직접 나섰다. 자신의 정치적 이념 성향이 중도라고 밝힌 전국 19살 이상 남녀 700명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편집자
개인의 이념 성향을 판단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잣대는 성장과 분배에 대한 태도다. 경제성장보다 복지 확대 등 소득분배를 강조할 경우 흔히 분배주의자나 진보로 분류된다. 반대로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면, 보수 쪽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함께 9월19일 전국의 중도 성향층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중도층의 절반 이상은 성장에 무게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을 때, ‘경기 활성을 위해 투자 확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대답이 54.0%로 많았다. 반면 ‘양극화 해소를 위해 복지 확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 응답층은 44.5%였다.
물론 성장과 분배에 대한 태도는 당대의 경제 현실과 관련성을 띤다. 예컨대 경기가 호황일 때 사람들은 성장보다 분배에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 반대로 경제가 어렵다면 일단 경제성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 여론조사 업계의 분석이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한국 사회의 여론 흐름을 분석해보면 성장과 분배를 양 극단에 놓고 하나의 가치만을 지지하기보다 객관적 상황 변화에 따라 양쪽을 자유롭게 오가는 분위기가 엿보인다”며 “최근 성장주의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한국 사회가 보수화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위해 건강보험료 인상?’ 반대가 압도적성장과 분배에 대한 태도를 결정할 때 경제 여건과 함께 자신의 처지가 상당히 반영된다는 사실도 의 중도층 의식조사에서 나타난 특징이다. 예컨대 복지보다 투자 확대에 무게를 둔 응답자는 중간 소득층과 자영업자, 화이트칼라층에서 특히 많았다. 저학력층과 저소득층, 블루칼라층의 경우 복지 확대 의견이 우세했다. 이념에 앞서 어떤 쪽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느냐를 따져 성장과 분배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성장과 분배의 문제를 추상적 담론 차원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로 치환했을 때, 이런 태도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역시 중도층 700명에게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당신이 내야 할 건강보험료를 지금보다 올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반대 의견(70.3%)이 찬성 의견(28.6%)을 압도했다. 고학력층과 화이트칼라층에서 찬성 의견이 평균보다 다소 높았지만, 그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중도가 보수적이어서 약자를 배려하는 데 반대한다고 해석하기보다, 개인의 경제적 희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결과다.
사회보장성 부담금인 건강보험료 인상에 강한 거부감을 갖는 것과 달리 중도층은 사회적 논란이 뜨거웠던 비정규직법 논란에 대해서는 훨씬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비정규직법 문제에 대해 중도층은 ‘비정규직 사용 기한을 줄여 정규직 채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에 더 많이 동의했다(55.9%). ‘비정규직 사용 기한을 늘려 노동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은 38.7%에 그쳤다. 보수와 진보 사이의 거리를 따진다면, 이 결과는 중도가 진보적 노동관을 지녔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가 ‘당신들의 문제’가 아닌 ‘내 문제’가 됐을 때는 어떨까? ‘당신이 노동자라고 가정할 경우, 소속 회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기 위해 본인의 급여를 줄여야 한다면 동의하겠는가’라는 딜레마를 질문으로 던졌다. ‘내 급여가 줄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가 나아질 수 있으므로 찬성한다’는 의견이 54.1%,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는 동의하지만 내 급여가 줄어드는 것은 곤란하므로 반대한다’는 의견이 43.6%로 나타났다. 비정규직법 논란에 대해서는 진보적 해법을 제시하면서도, 막상 ‘내 문제’가 됐을 경우 다소 위축된 결과다.
다만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과 달리 비정규직 동료의 정규직화를 위한 경제적 부담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었다. 이는 부담의 목적과 대상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건강보험료의 경우 개인이 ’보이지 않는’ 정부에 내는 세금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비정규직 동료의 정규직화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동료’를 위한 고통분담으로 인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중도는 자신의 처지에 따라 입장을 달리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관련해, 중도의 절반 이상(59.8%)은 ‘집값 안정화를 위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36.3%)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여기서도 중도가 진보 성향을 나타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역시 개인의 경제적 현실이었다. 전세나 월세 거주자는 절대다수(72.5%)가 부동산 규제 강화에 손을 들어준 반면, 자가 보유자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규제 강화 목소리가 작았다(56.5%).
성장을 위해 정부가 투자를 확대하더라도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집값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은 모순적인 것 같지만 일관된 흐름이 있다. 경제 현안에 대한 중도층의 판단은 자신의 경제적 이해를 기준으로 한다는 사실이다.
중도층의 ‘나’에 대한 관심은 사회분야 의식 조사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은 중도층 700명에게 대학입시 자율화 문제에 대한 태도를 물었다. 자율과 규제를 주장하는 의견이 팽팽하긴 했지만 중도의 위치는 왼쪽에 가까웠다. 대학입시 자율화 문제에 대해 ‘입시경쟁 과열 우려가 있으므로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응답(48.6%)이 ‘다양한 인재를 뽑기 위해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46.2%)을 앞섰다.
중도층은 교육 문제가 자신의 문제가 됐을 때 진보적 태도를 더 분명히 드러냈다. ‘학생 자율과 인성 교육에 중점을 두는 학교’와 ‘대학 등 상급학교 진학에 중점을 두는 학교’ 가운데 ‘어느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겠는가’를 물었을 때, 응답자의 대부분(78.9%)은 전자를 택했다. 입시 경쟁 등 지금의 학교교육 흐름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결과다. 특히 교육 문제가 ‘내 아이’의 문제가 됐을 때, 중도는 더욱 예민하게 반응했다.
집회 및 시위와 관련한 쟁점, 최근 불거진 국정원의 과도한 사찰 의혹 등에 대해서도 중도층의 답변은 주목할 만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비정규직 문제, 교육정책에 대해 어느 정도 진보 진영의 주장과 함께했던 중도층은 시민사회단체의 대규모 옥외 집회에 대해 ‘도로 혼잡 및 주변 상인 피해 등도 중요하므로 허용 요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쪽에 더 많은 지지(50.1%)를 보냈다. ‘표현 및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이므로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46.6%)는 주장은 그보다 적었다. 이 역시 중도의 ‘보수화’로 설명하기보다 지난해 오랜 기간 촛불집회를 거친 데 이어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부터 최근까지 크고 작은 집회가 이어졌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피로감이 누적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개인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중도의 태도가 더 뚜렷하게 드러난 결과가 있다. 최근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혐의자에 대해 개인 전자우편과 메신저 기록을 실시간으로 감청해왔다는 사실에 대해 70.2%의 중도층은 “정보기관의 통상 업무 범위를 넘어 지나친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문제가 있다”고 대답했다. 부동산 정책이나 대학입시 정책 등 경제 이슈와 달리 개인 삶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나타낸 것이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집회 및 시위에 대한 태도가 일반적 정치의 자유에 대한 관점의 표출이라면 국정원의 감청 문제에 대한 의견은 개인적 정치의 자유와 관계가 있다”며 “정치적 자유의 문제도 다른 사람이 아닌 내 문제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입장을 더 명확하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의 조사에 응한 700명의 중도층이 밝힌 경제·사회 의식을 종합하면 한국 사회의 중도는 ‘개인의 사생활과 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결코 보수적이라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중도의 정치적 선택은 어땠을까? 2007년 대선에서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많은 표를 던졌다. 절반 가까운 응답자(42.9%)가 이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을 선택했다고 밝힌 사람(15.0%)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물론 이 수치에는 허수가 다소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윤희웅 KSOI 정치사회조사팀장은 “선거 결과에 대한 조사를 보면 낙선자에게 표를 던진 사람은 자신의 선택을 곧이곧대로 밝히기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감안한다 해도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밝힌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중도개혁 정당 후보나 진보 정당 후보 대신 보수 정당 출신의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은 사실이다.
한국을 이끌어갈 차기 지도자를 선택할 때도 중도는 보수 정치인을 압도적으로 많이 꼽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1.0%의 지지도를 얻어 가장 높았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8.0%로 그 뒤를 이었다. 여권 이외에선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낮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1.4%로 가장 높았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5.9%)과 유시민 전 장관(4.2%) 등 가능성 있는 야권의 유력 주자는 많은 선택을 받지 못했다.
보수 정치인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중도층은 ‘우리 사회의 중도층을 가장 잘 대변하는 정당’으로 민주당(21.3%)이 아니라,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을 꼽았다(27.8%).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밝히면서 보수 정치인에게 투표하고 보수 정당을 중도의 대변 정당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한국 중도층의 현실이다.
중도가 ‘왼쪽으로 사고하면서’ 동시에 ‘오른쪽에 투표하는’ 원인을 설명하려면 이들이 경제적 이해관계에 민감한 계층이라는 사실을 되짚어봐야 한다.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의 대선에서 진보개혁 후보에게 표를 던졌지만 사회 양극화 심화라는 결과를 얻었다. 정치학 용어로 진보개혁 진영에 대한 ‘효능감’이 떨어진 것이다. 효능감이란 자신의 참여 행위가 정치 권력의 의사결정 과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느끼는 정도를 말한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그 결과가 진보·개혁 진영의 와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사회·경제적 의식 조사를 해보면 결코 보수적이지 않은, 자신이 중도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끊임없이 보수 정당에 표를 던지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진보·개혁 진영에서 대안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2006년 이후 보수와 개혁 진영 사이의 힘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진보개혁 진영과 시민의 거리도 멀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중도가 정치 영역에서 보수를 선택한다 해서 이런 현상이 중도의 의식 변화, 곧 ‘보수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것처럼 보수 편향적 정치 체제에 대해 시민사회가 갖는 불만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
경제 민주화 주문… 권위주의 단호히 거부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중도층의 의식구조는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중도층은 그 이유로 ‘친서민 정책’과 ‘주가 상승 등 국내 경기 회복’을 꼽았다. ‘정운찬 총리 기용 등 중도실용 노선 강화’와 ‘강경한 대북정책 유지’ 등 정치적 행위에 크게 좌우되지 않았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에 대해서도 ‘경기 활성을 위한 투자 확대’를 더 많이 주문했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질 때처럼 여전히 그에게 ‘기회 창출’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중도층은 ‘집값 안정화를 위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하고 있다. 비정규직 해법과 관련해서도 기업보다는 노동자의 이익에 무게를 뒀다. 성장 못지않게 약자 배려와 경제 민주화를 함께 주문하고 있는 셈이다.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권위주의에는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그만큼 중도를 확실하게 끌어안기가 까다롭다는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 노선은 이들을 잡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렇다면 중도실용 기조는 성공적으로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아직 이 대통령은 정운찬 총리 후보자 지명, 취업 뒤 학자금 상환제 도입 말고는 이렇다 할 내용을 보여주지 않았다. 정치평론가 김윤재 변호사는 “중도실용은 국민, 일, 성과 중심이라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호응하는 사람의 요구는 좌파의 방식, 우파의 방식을 가리지 말고 국민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라며 “성공 여부는 비정규직·대북 문제 등에 정부가 지금까지와 다른 어떤 해법을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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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52.5%). 부산·울산·경남도 51.7%의 지지도를 보였다. 서울 역시 42.1%가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해 평균치를 웃돌았다. 이 대통령의 지지층이 지역적으로 서울과 영남에 다소 편중된 사실이 중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50살 이상의 고연령층에서 지지도가 월등히 높게(56.7%) 나타나는 반면, 20대(26.6%)와 30대(22.8%) 지지도가 엷은 것도 일반 여론조사와 비슷한 흐름이다.
‘중도의 귀환’이라는 가설을 제거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의 비밀은 더욱 복잡해진다. 5% 정도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오르내릴 수 있지만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그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른 까닭을 ‘중도의 귀환’이 아닌 ‘보수의 결집’에서 찾고 있다. 중도가 이 대통령 지지층으로 편입된 것이 아니라 지지를 유보하고 있던 보수층이 최근 급격히 이 대통령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론조사 결과를 한꺼풀 벗겨보면 이런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리서치앤리서치가 9월1일 실시한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조사에서 보수층은 56.9%가 ‘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앞서 8월4일 조사에서 이들은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9.6%만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도층의 긍정적 평가가 같은 기간 5.9% 상승한 데 반해 보수층에서는 7.3% 오른 결과다. 보수의 표본이 중도보다 많았다는 사실을 함께 감안하면 차이는 더욱 도드라진다. KSOI의 8월25일 조사에서도 보수층에서는 54.8%의 응답자가 이 대통령이 국정을 잘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층에서는 30.0%였다(중도는 분류하지 않음).
‘중도의 귀환’이 아니라 ‘보수의 결집’에 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의 비밀이 숨어 있다면, 여론조사에 단서가 될 만한 사실이 있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중도층에게 다시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보는 이유’를 물었다. 응답자의 40.0%는 ‘민생 현장방문 및 보금자리 주택 확대 등 친서민 정책 강화’에서 이유를 찾았다. ‘주가 상승 등 국내 경기의 회복’을 꼽은 사람도 25.4%로 높았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수용 등 국민통합 노력’(9.7%)이나 ‘강경한 대북정책 노선 유지’(9.2%), ‘정운찬 총리 기용 등 중도실용 노선의 강화’(9.0%)를 긍정적 평가의 이유라고 말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친서민 정책과 경기회복 등 실생활과 관련된 사안에 민감하게 반응한 반면, 중도층이면서도 중도실용 노선의 강화에 높은 점수를 준 사람이 드물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윤희웅 KSOI 정치사회조사팀장은 “중도실용 노선이 이 대통령의 보수 편향 이미지를 완화해주는 효과를 주기는 하지만 국민에게는 명확히 이해되거나 체감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통합 노력이나 중도실용 노선 등 정치적 구호가 그럴듯해 보일지는 몰라도, 아직 설득력이 약하고 실제 여론의 흐름을 좌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그보다는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가 이미 출구전략을 논의할 정도로 경제지표가 개선돼 온 사실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에 크게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사회조사본부 팀장은 “최근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조사에서 눈에 띄는 흐름은 그동안 지지를 유보하고 있던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좋은 술 먹고 허튼 소리 안 한다는 옛말처럼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이 좋으면 보수층의 지지가 달아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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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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