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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친이계도 ‘오만과 독선’ 이야기하지만, MB는 단호하게 당정 개혁·국정 쇄신 거부해
등록 2009-06-09 05:30 수정 2020-05-02 19:25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25일 청와대에서 타밈 카타르 왕세자를 접견하던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북한의 핵실험 소식까지 전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 이상 이런 난감함은 계속될 것이라는 말들이 많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25일 청와대에서 타밈 카타르 왕세자를 접견하던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북한의 핵실험 소식까지 전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 이상 이런 난감함은 계속될 것이라는 말들이 많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6월4일 경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한나라당 연찬회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쇄신을 요구하는 소장파 의원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의원들은 지도부와 청와대 핵심을 겨냥했다.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수석들과 내각을 교체해야 한다는 말도 빠지지 않았다. 진성호·정태근·권택기·전여옥·차명진·김성식 의원 등이 이런 주장을 펼쳤다. 한마디로 “철저히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라디오 연설에서 ‘유감의 뜻’ 빠져

다음날인 6월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기자실)에서 이동관 대변인이 답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철학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다. 항상 변혁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건데 왜 거부하겠냐. 그러나 무슨 국면을 넘기 위해서 정치 쇼로서의 인사나 개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일관된 철학이다.”

이 말을 들은 친이명박계 한나라당 인사는 “이명박 대통령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이들의 평도 한결 같다.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유는 이렇다. 먼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자신은 무관하다고 본다. 이상득 의원과 친한 한나라당 의원의 말이다. “노무현의 죽음을 ‘정치적 타살’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런 건가? 돈 받은 것을 수사한 것인데, 마치 그 뒤에 불순한 배후가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건 잘못된 것이다.” 이 대통령과 그 주변의 솔직한 생각을 보여준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첫 라디오 연설(6월1일)을 준비할 당시 연설 준비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사실상의 유감의 뜻을 실었다가, 내부 격론 끝에 그런 내용은 다 빠졌다고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500만 명이 몰린 조문 분위기도 지난해 광화문을 가득 메웠던 촛불 분위기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친이계 초선 의원의 말이다. “지난해 촛불시위 당시를 생각해보면 된다. 두 달 지나니 모든 것이 가라앉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비판이 많아도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만 나면 된다고 생각한다. 같은 의원의 전언이다.

“서울시장 때를 보자. 중앙버스차로 도입 때를 생각해보라. 초반에 얼마나 비판이 많았나. 청계천 살리기에도 처음엔 비판 일색이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냐. 이명박 대통령은 그걸 기억한다. 지금 경제가 살아나는 징후가 보인다. 대통령은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6월4일 청와대 7대 종단 대표 초청 오찬에서 “저는 정치에는 소질이 없고 잘 모른다. 경제 살리기에만 전념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가 “대통령이 경제에는 A학점일지 모르지만, 정치에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말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고 한다.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도 믿지 않아

국민 과반수(56.0%· 5월30일 여론조사)가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이다. 6월3일 문화방송 여론조사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답이 39%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검찰(27%), 언론(21%) 순이었다.

청와대 참모들도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 잠시 글 한 편을 인용해보자.

“‘직언 부재(不在)’는 참여정부의 문제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어다. 참모와 각료들의 대통령 찬양도 과거 ‘제왕적 대통령’ 시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이처럼 특정 집단의 이념과 가치관이 한쪽으로 편향돼 있으면 올곧은 소리는 발붙이기 어렵다. 동질적 사고를 하는 ‘집단 최면’ 탓에 실체적 진실이 보이지 않거나 아예 외면하기 때문이다. 바로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집단사고(groupthink)의 함정’이다. 백악관, 행정부, 기업 등에서 40년 넘게 요직을 맡아온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럼즈펠드 규칙’의 첫 항목을 부디 잊지 말라. ‘대통령에게 욕을 퍼붓는다고 생각할 만큼 직언할 용기가 없으면 참모 자리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논설위원 시절에 쓴 글이다. 2005년 11월7일치 칼럼이다. 지금 이 대변인을 비롯한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욕을 퍼붓는다고 생각할 만큼’ 직언을 하고 있을까.

차명진, 권택기, 김용태, 정태근, 임해규, 주문환 의원(위 사진 왼쪽부터) 등 친이명박계 한나라당 의원들이 6월2일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6월4일 한나라당 연찬회에서도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 5월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 2차 핵실험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이 대변인은  <동아일보> 논설위원 시절에 “대통령에게 욕을 퍼붓는다고 생각할 만큼 직언할 용기가 없으면 참모 자리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들을 꾸짖는 칼럼을 썼다. 사진 한겨레 김봉규기자·청와대사진기자단

차명진, 권택기, 김용태, 정태근, 임해규, 주문환 의원(위 사진 왼쪽부터) 등 친이명박계 한나라당 의원들이 6월2일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6월4일 한나라당 연찬회에서도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 5월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 2차 핵실험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이 대변인은 <동아일보> 논설위원 시절에 “대통령에게 욕을 퍼붓는다고 생각할 만큼 직언할 용기가 없으면 참모 자리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들을 꾸짖는 칼럼을 썼다. 사진 한겨레 김봉규기자·청와대사진기자단

이에 대한 한나라당 내부의 평가를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 정태근 의원은 6월4일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어떻게 청와대 수석이라는 자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자신이 할 이야기를 가지고 대통령의 뜻이라고 팔고, 언론에 말할 수 있느냐. 오늘은 그자를 이 자리에 불러내고 말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경필 의원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친이계의 한 인사는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과 독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제대로 직언을 하지 못한다”며 “밑에서는 심각한 내용을 많이 올리는데, 위로 올라가면서 분위기가 바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쇄신을 이야기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 선언도 믿지 않는다. 친이계의 한 원외 인사는 “이상득 의원이 2선 후퇴를 한다고 하면 김주성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장다사로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물러나야 한다”며 “의원직 사퇴하고 해외에 나가 있을 것이 아니면, 권력기관의 핵심에 앉아 있는 측근들은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과할 확률은 거의 ‘0’

가장 강경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다. 현재로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를 할 확률은 ‘0’에 가깝다. 이명박 대통령의 2007년 한나라당 경선과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참모의 고백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권위주의 시대 정치의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살아온 시대가 그러했다. 무엇보다 정치를 불신한다. 자기는 정치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는 “정두언, 박형준, 곽승준, 신재민 같은 소장·합리주의자들이 대선과 경선 때는 메시지와 전략을 관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권력을 잡기 위한 용병이었다. 지금은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대통령의 생각을 독점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런 ‘배신감’은 친이 직계들의 6월2일 성명에 뚜렷이 드러나 있다. 이날 성명에는 “민심 이반은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기인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한 해법은 “당 쇄신과 병행해 국정 전반의 대쇄신, 이명박 정부 국정기조 전면 전환, 정부와 청와대의 대대적 인적 쇄신, 당 지도부 총사퇴 및 당 인적 쇄신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라고 했다. 성명에 참여한 7명의 면면을 보자. 친이계의 핵심인 임해규·정두언·차명진·권택기·김용태·정태근·조문환 의원이다. 친이계의 핵심들이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이야기했다는 것 자체가 그간의 국정운영 과정에서 상처와 배신감이 컸다는 이야기다.

청와대는 이런 친이계 의원들의 요구에도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박희태 대표 쪽의 한 측근은 “이명박 대통령은 박희태 대표 체제를 적어도 10월 재보선까지는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박희태 대표만큼 ‘충직하게’ 자신을 보좌해줄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희태 대표도 6월5일 기자들과 만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원천적인 화해 없이는 당이 한 걸음도 못 나간다”며 “그것을 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근본적인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화합이다. 당분간은 사퇴할 뜻이 없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국회에 강경한 주문 가능성

그렇다고 쇄신파들이 그냥 물러날 상황은 아니다. ‘박희태 대표 퇴진론’이 나온 배경은 청와대가 인적 쇄신을 거부하니까 당부터 바꿔보자는 논리였다.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의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지도부 사퇴를 다시 요구한 뒤, 다음주 초까지 가시적인 결과가 없으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풍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친이 직계인 정태근 의원 등도 정풍 운동 대열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거나, 대표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쇄신 요구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은 “겸허한 자세로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를 ‘경청과 숙고’ 모드라고 표현했다.

6월 이후 정국 주요 이슈

6월 이후 정국 주요 이슈

청와대는 대신 6월 국회에 대한 강경한 주문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6월4일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수구보수’ 쪽인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이 기조연설을 한 것도 ‘강경론’의 산물이라는 해석이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청와대 핵심에서는 노무현 서거에 대한 추모 열기가 일어난 것은 ‘좌파 방송’ 때문이라고 본다. 이 때문에 절대 흔들리면 안 된다, 좌파 방송에 대응하기 위해 미디어법을 6월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쇄신을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이런 주문이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한나라당 시·도 위원장 선거도 있다.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주류 친이와 비주류 친박의 치열한 싸움이 필연적이다.

더구나 6월에는 한반도를 뜨겁게 달굴 이슈들이 일제히 터져나온다. 여야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책임 규명을 위한 국정감사와 특별검사제 도입을 두고 본격적인 논쟁을 시작하게 된다. 미디어법 처리를 막기 위한 야당과 시민사회의 연합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노동계의 최대 현안인 비정규직법 처리와 쌍용차 문제도 난제 중의 난제다.

친이계의 한 핵심 당직자는 “대통령의 통치 행위는 보통 ‘고도의 통치 행위’로 표현된다”며 “하나의 정책을 펼 때는 1단계와 2단계, 3단계 파장까지 고려해서 추진해야 하는데, 현재는 1단계만 밀어붙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런 불안은 당연히 선거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박희태 대표의 한 측근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누적된 민심의 불만은 이제 분출할 곳만 찾게 될 것”이라며 “당장은 광장을 찾겠지만, 결국 투표장에서 폭발하지 않을까 겁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나라당에서는 올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걱정하는 목소리뿐이다. 김성식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이상을 무시하고 청계천이라도 만든 현실의 정치가인 이명박을 뽑았다”며 “그런데 노무현의 죽음으로 국민들의 마음이 확 바뀌고 있다. 이상의 정치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정확하게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을 내리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소수다.

손만 잡으면 단가

연찬회를 마친 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렇게 결의했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염원하고 있다. 먼저 한나라당부터 화합해주기를, 더 나아가 국민 통합을 이뤄내기를 간절히 소원하고 있다.”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가 손을 잡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 있다. 국민들과의 화합은 그 다음이다. 국민들은 국민통합을 위해 먼저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그대로 읽힌다. 그걸 이명박 대통령도, 한나라당도 외면하고 있다.




국회 달굴 ‘핵주권론’
보수표 결집 카드



이명박 대통령은 6월1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연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핵 문제다. 청와대에서는 내심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이 정국 변환의 카드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것이 모자라서일까. 한나라당 등 보수 쪽 일부에서는 더 위험한 카드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핵주권론’이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6월5일 “일부에서 ‘핵주권론’을 내세우면서 우리도 핵개발을 해야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거기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핵의 평화적 이용,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문제는 6월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해볼 의제”라고 주장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이 만들어진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6월4일 “미국의 핵우산이 우리의 안전을 완전히 담보해주지 못한다면 이제는 대한민국의 안전 보장을 위해 ‘평화적 핵주권’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주권론은 지난 5월 말부터 한나라당 내부에서 제기됐다. 국방위 소속 김성동 의원은 5월28일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해 대응하겠다고 하는 것이 중국을 움직여 북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효과적 방법”이란 논리를 제기했다. 공성진 최고위원도 같은 날 “우리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했지만 과연 유효한지를 다시 한번 냉철하게 짚어봐야 한다”고 에둘러 핵주권론을 꺼내기도 했다. 여기에는 보수 언론도 발을 맞추고 있다. 는 5월28일치 1면 머리기사로 핵주권론을 제기했다.
민주당에서는 핵주권론을 30%의 보수표를 결집시키기 위한 카드로 본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핵주권론에 적극적인 것도 ‘정통보수’ 논쟁에서 한나라당과 각을 세울 수 있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외교부 장관 출신의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6월4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독자 개발을 통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이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논리를 강화해준다. 이를 반대하고 저지할 명분을 상실하게 되어 일본, 대만 등의 핵 보유 도미노로 이어질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핵 군비 경쟁은 모두가 망하는 길이 된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도대체 평화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인가”라며 “그런 주장은 전쟁을 바라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기 때문에 국민의 이름으로, 민족의 이름으로, 세계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규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남한의 핵 보유나 폐기물 재처리는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한-미 간에도 새로운 긴장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비판에도 여당 정책위의장이 6월 국회 주요 의제로 올리겠다고 말한 만큼 핵연료 재처리 문제는 6월 국회를 달굴 또 다른 이슈가 될 것이다. 국민들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기 위한, 무엇보다 안팎으로 비생산적인.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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