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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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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카드, 뽑으셨습니까

등록 2006-01-10 15:00 수정 2020-05-02 19:24

정동영·김근태 이어 대통령이 유시민을 대권후보로 띄운다는 ‘제3후보론’ 솔솔…이해찬 후보의 지원 사격에 그칠 것인가, 경선에 나서는 ‘자가영업’할 것인가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유시민 의원이 떴다.

결과적으로 그렇다. 정국의 중심 인물로 떠오르면서 좋든 싫든 대중적 인지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대중들은 열린우리당 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의원들의 집단 반발과 그로 인한 당과 청와대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유시민을 왜…?” “유시민이 누군데…?”라는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열린우리당의 한 보좌관은 “유시민의 인지도와 지지도가 엄청 올랐다. 이번 사태가 유시민을 키워준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직 잘만 하면 상품성 급등

“유 내정자를 대권 후보로 키우기 위한 수순…”이란 정치권 안팎의 분석과 추론도 쏟아져나온다. 유 의원이 제3의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다. 벌써부터 정동영(DY) 전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GT)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2인 구도에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은 단순히 정치적 상상력을 넘어 정치권에서 현실성 있게 거론되고 있다.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이해찬 후보 지원 역할론과 유시민 독자 후보론이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로서 이해찬 총리의 지지율은 낮은 편이다. 지난해 12월1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조사에서 여권 후보로는 정동영(5.3%) → 이해찬(3.1%) → 김근태(2.3%)의 순으로 나타났다. 김근태 전 장관에 견주면 그리 나쁜 것도 아닌 게 사실이다. 유시민이 밀어준다면 이 총리의 경쟁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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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으로 대선 경선에 나서는 ‘자가 영업론’도 그려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은 아직까지 차기 대권주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뜸을 더 들여야 하는 차차기 주자로 꼽혀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12월20일 정치전문가 집단 108명을 대상으로 한 차세대 정치인 조사에서 유 의원은 9.2%의 지지율을 얻어 4위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한 단계 떨어진 것이다. 어쨌든 그의 상품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유 의원이 큰 무리 없이 장관직을 수행한다면 그의 상품성은 한 단계 더 뛸 수 있다. 묘하게도 현재 거론되는 여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들인 정동영, 김근태 모두 대권 수업의 일환으로 장관을 거쳐갔다는 점에서다. 당의 한 보좌관은 “앞으로 장관을 거친 유 의원이 대권 후보로 나가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카드를 갖고 싶은 게 아니냐”

유시민을 장관에 기용한 것이 차기 대권을 내다본 노무현 대통령의 계산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형준 국민대 교수(정치학)는 “노 대통령은 정권 창출을 위해 정동영, 김근태로 어렵고 이해찬으로도 안 된다고 보는 것 같다”며 “대선 후보로 복수의 카드를 갖고 싶어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계 개편이나 개헌을 통한 내각제 등의 정치 상황에서 유시민을 적극 활용하려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지만, 그것을 위해 굳이 내각에 앉힌다는 것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쨌든 유시민 입각을 둘러싼 논란의 과정에서 유 의원을 옹호한 김형주 의원은 “유 의원이 대선 경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선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면서도 “그렇게까지 가기엔 당내 역학관계가 워낙 첨예하고 날카롭게 돼 있어 힘든 면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내다봤다.

유 의원은 1월4일 “오로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장관으로서 ‘말과 행동’을 어떻게 규정할지 관심거리지만, 벌써부터 정치권으로 언제 다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또 대권 판도엔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가 더 큰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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