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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유시민의 운명이다

등록 2006-01-09 15:00 수정 2020-05-02 19:24

노무현 당선부터 지금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자 배역을 떠맡은 유시민
거친 입으로 적을 수없이 만든 그가 여의도로 돌아올 땐 다른 모습 보여줄까

이제 유시민이란 이름은 걷혔다. 지난 1월2일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이 알려지자,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한바탕 기싸움으로 번졌다. 당은 유시민의 입각을 반대했다. 집단 성명이 돌았다. 많은 의원들이 반대하니까 반대한다는 것이다. 뚜렷한 이유는 없어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예정된 청와대 만찬은 취소됐다. 지난해 대연정의 아픈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큰 흠결이 없는 같은 당 동료 의원의 입각을 반대한 초유의 일은 ‘유시민’이란 독특한 캐릭터가 아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유시민 현상이라고나 할까. 유시민 의원의 장관 내정은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 계파 간 노선과 방향의 차이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노무현 정부의 정국 운영에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그 현상을 유시민이란 인물을 중심에 놓고 들여다봤다. 편집자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저는 끝까지 지지할 뿐 아니라, 성공이건 실패건 같이할 겁니다.”(2005년 9월 <한겨레> 인터뷰 중)

유시민 의원은 대연정으로 한창 나라가 시끄러울 무렵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치적 ‘운명 공동체’를 다짐한다. 넉 달이 지난 1월4일 노 대통령도 유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한다고 발표한다. 노무현의 ‘참여호’에서 구령을 내지르는 유시민의 손에 노가 맡겨진 셈이다. 집권 2년을 남겨놓은 임기 후반의 시점이다. 유 의원의 입각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 소속으로 유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김형주 의원은 “입각 제의 이야기도 어제오늘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오래된 일이다. 대통령이 아끼는 인재로 생각해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김완기 인사수석도 “대통령은 유 의원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을 해소하는 데 국정운영의 중점을 둘 예정인 노 대통령은 유 의원의 추진력을 필요로 했다. 유 시민의 노무현에 대한 충심과 유시민에 대한 노무현의 필요성은 둘의 운명 공동체를 순항시켜온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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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가치’라는 뿌리에서 출발

많은 이들이 구중심처에 있는 노무현의 생각을 유시민을 통해서 읽는다. 유시민 또한 저잣거리에서 ‘대변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래서 유시민은 노무현의 또 다른 이름이다. 둘은 닮았다. 솔직한 직설적 화법, 상황을 치고 나가는 승부사적 기질, 현상을 정반대의 시각에서 보는 것, 대립 전선 형성을 통한 국민의 이목 집중 등 비슷한 정치 스타일을 넘어서, 정치개혁 과제 등 철학까지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인터뷰 전문가 지승호씨가 쓴 <유시민을 만나다>에서 유시민은 “노무현은 한마디로 스피리튜얼리스트(spiritualist·정신주의자)이다. 어떤 사안을 꼼꼼하게 따져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원칙과 가치에 대해 얘기한다”라고 노무현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유 의원은 2005년 ‘성년의 날’을 맞아 정보통신부 청사에서 열린 20대 청년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스스로를 “되도록이면 원칙적으로 어떤 가치의 실현을 위한 정치를 하지, 누군가를 위한 정치는 안 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라고 밝힌다. 노·유의 정치철학은 ‘원칙과 가치’란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노·유를 “영혼의 쌍둥이”라고 얘기했다.

“노무현과 유시민은 사랑하고 보호하는 관계다.” 김형주 의원은 노·유의 관계를 감성적인 언어로 표현했다. 보호는 주로 유 의원의 몫이었다. 노무현의 곤경이 바로 유 의원의 정치적 출발의 계기가 됐다. 유시민은 2002년 5월부터 지속적으로 노 후보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8월에, 그동안 신문과 인터넷에 써왔던 정치칼럼의 절필을 선언한다. “운동장 안에서 공공연하게 반칙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심판이 반칙하는 사람 편을 들고 있다. 중계석을 박차고 나와 운동장에 뛰어들어야 할 상황이다.” 그렇게 그는 ‘노무현 지키기’에 나섰다. “노무현 지키기는 국민 경선의 취지를 지키는 운동이었다.”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를 집필한 것도 이즈음이다. 그리고 개혁국민정당을 만들어 외곽에서 노무현을 지원한다. 노무현이 2002년 12월20일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밤 11시30분쯤 맨 먼저 찾은 곳은 개혁당, 맨 먼저 만난 인물이 바로 유시민이다. 참여정부 탄생의 1등 공신 가운데 한 명이 유시민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한국경제>가 발간한 <노무현 핵심 브레인>에서 선정한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결정과 국정수행에 직·간접으로 도움을 줄 핵심 브레인’ 198명 가운데 한 명으로 그도 꼽혔다. 이후 열린우리당의 탄생과 탄핵, 보안법 폐지 투쟁에서 늘 노무현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에 그가 서 있었다. 그래서 지나친 ‘노빠 옹호자’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일단 사령관이 ‘돌격 앞으로’ 하면 이 산이 아닌 것 같아도 가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변호했다. 비판 없음이 아니라 비판 유보라는 얘기인데, 그가 노무현을 향해 비수를 날린 기록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들고 나왔을 땐 ‘원맨쇼’를 하다시피 하면서 옹호했으나 좌절을 맛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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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다르면 오장육부 후벼판다”

유시민은 자신의 처지를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인다. “어떡하냐. 배역이 그런데. 팔자다. 썩 내키지 않지만 남들이 안 하니까 할 수 없이 나라도 하는 거다…. 이 국면에서 필요하니까 하는 거다.” “노무현 혼자 집권했나. 돌 맞을 때 같이 맞아야지. 난들 잘못했다고 욕 뒤지게 먹는 대통령 옹호하는 게 즐겁겠나.” 좀더 진지한 언어로 표현할 때도 있다. “나도 대통령과 동일한 사회적 맥락, 정치적 상황에 처해 있다.” 그는 지역구도의 틀을 깨고, 개혁 진영의 번영을 가져오는 것을 노무현의 집권에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은 그와 노무현의 시대적 과제로 인식한다. 그래서 대연정에 대한 노무현의 생각은 “3김이 만든 앙시앵레짐을 날려버리자”는 유시민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열린우리당 창당 때 가졌던 시대의식의 연장이다. 숱한 오해(?)와 비판을 받는 호남 기득권론도 같은 논리다. 유 의원은 대선 뒤 “민주당이 (호남에서) 90~95% 받을 생각은 버리고 50~60% 받는 걸 감수하고라도 뭔가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호남 기득권을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노무현이 제기한 “진성당원화, 공직 후보자의 국민참여 경선, 지구당 폐지” 등 정당개혁에 대한 생각을 그대로 계승한 것도 유시민이다. 그는 지금의 기간당원(진성당원)제를 손대선 곤란하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2005년 내내 열린우리당 내 다른 계파들과 피곤한 전투를 벌여야 했다. 유시민의 싸움의 대상은 한나라당 등 외부 세력이 아닌 당 내부가 우선이었던 점이 ‘반유’(반유시민 ) 세력의 확산을 가져왔다. ‘업보’라는 그의 말마따나 동료 의원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자신의 입각을 반대하는 상황까지 맞게 된다. 노무현이 당을 끌어안지 못하는 것(혹은 않거나)과 마찬가지로 유시민도 동료 의원들을 끌어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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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을 편한 이름으로 떠올리는 의원들은 거의 없다. “싸가지 없다”는 짧은 한마디가 유 의원의 꼬리표다. 그나마 “옳은 소리를 하는데”라는 수식어가 빠지진 않는다. 10·26 재선거 참패 뒤 문희상 의장의 퇴진을 요구한 우원식 의원에게 “기회주의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 의원은 씁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우 의원은 “유 의원의 직선적인 스타일이 노 대통령과 비슷하다지만, 타인을 함부로 규정하고, 한쪽으로 몰아 매도하는 것은 대통령과 달리 심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유 의원에겐 ‘안티’(반대세력)가 많다. 한 의원은 “유시민은 생각이 다르면 오장육부를 후벼판다”며 “노무현은 표현이 거칠 뿐 가슴에 못을 박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두 사람은 다르다”고 말했다. ‘싸가지’로 상징되는 그의 언행은 그의 주장과 가치 등 내용을 퇴색시키는 자기 모순을 빚기도 하다. 오죽하면 김영춘 의원이 “어떻게 옳은 소리를 해도 그렇게 싸가지 없이 하는 법을 배웠냐”고 했을까. 그도 ‘차가운’ 자신에 대해서 “업보다. 듣기 싫은 소리를 싸가지 없이 많이 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저도 더 잘하면 좋겠는데 제 능력으로는 그거까지는 안 되더라”고 말한다. 지금은 거기까지가 유시민이다.

‘대화하는 지도력’ 닮았다고?

대선 후보 시절부터 조·중·동 등 보수언론으로부터 본격적인 비난과 훈계를 받아온 노무현 대통령이나 이해찬 총리와도 비슷한 특징이지만, 유 의원은 “아군 적군 가릴 것 없이 생각이 다른 의원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으로 두 사람과도 차별된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은 “유시민처럼 안티가 심한 사람도 드물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지지층이 강하다는 말도 된다”고 말했다. ‘유빠’로 불리는 골수팬을 확보한 그의 지지층은 진보개혁 성향의 ‘노빠’와도 많이 겹친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뛰어난 정치인은 반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 뛰어난 정치인은 반대를 즐기고, 위대한 정치인은 반대를 만들어내는 정치인”이라면서 “노무현과 마찬가지로 분노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반대를 넘어서 경멸의 단계로 들어선 유시민은 대중적 리더십을 얻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유시민이 대중적 리더십을 얻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그가 “바리케이드 앞에서 화염병을 들던 심정”으로 정치를 시작한 것만은 틀림없다. 유시민 현상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당내 안티세력과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감정적 안티반응이 부풀린 측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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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은 자신이 당내에서 차지철이나 이기붕 취급을 당한 것에 억울해한다. 그는 “나는 측근도 아니고, 자원봉사자에 불과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노 후보와 자신이 모두 자유주의자라고 규정한 뒤 “노무현은 대화할 줄 아는 사람이다. 대화하는 지도력은 갈등이 있는 곳에 타협을 가져오고 분쟁과 증오가 있는 곳에 화해와 상호 이해를 가져온다”며 그런 노무현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위에서 그가 노무현의 ‘대화하는 지도력’을 닮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아직 “노무현의 자원봉사자”로 존재한다. 그가 여의도를 떠난 이상, 당분간 정치인 유시민을 구경하기란 어렵게 됐다. 여의도를 떠나면서 앞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만 말하고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1~2년 뒤 다시 여의도로 돌아올 때 노무현의 그림자를 벗고 달라진 유시민식 정치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그 때까지 그가 ‘참여호’의 노를 잘 저어나갈 수 있을 지도 지켜볼 일이다.



“청와대는 당이 귀찮은가”

[찬반 인터뷰- 집단성명 주도한 이종걸 의원]

반대 의원 130명 넘을 것…당 정체성과 맞지 않고 전문성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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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5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418호실에서 만난 이종걸 열린우리당 의원은 여기저기서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느라 피곤한 낯빛이었다. 그는 유시민 의원의 장관 내정 철회 등을 요구하는 의원 18명의 집단성명을 주도했다. 하지만 전날 청와대가 유시민 의원 장관 내정을 공식 발표하자, “끝난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유 의원이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으며 다수가 그의 입각을 반대하고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유시민 입각 문제가 당·청 관계의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인사나 모든 것에서 ‘노심’(노무현의 속뜻)이나 ‘청심’(청와대의 속뜻)보다 ‘당심’(당의 뜻)이 중요하다. 당에 (유시민의 입각을) 찬성하는 의원들이 몇 명 있지만 대부분의 의원과 당원들은 반대한다. 국민들도 싫어한다. 대통령의 고유한 인사권이라는 게 독립적 인사권이란 뜻으로 들리는데, 그건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얘기다. 헌법 취지에 맞게 행사해야 한다. 총리한테 임명 제청권을 준 것도 고유한 인사권만은 아니라는 것을 (노 대통령)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반대 의원들은 소수에 불과한가.

=속으론 반대하지만 반대 서명을 하기는 좀 곤란한 의원들이 많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협조를 받아야 하니까, 속으로 반대하는 사람을 다 합하면 144명의 의원 가운데 130명은 넘을 것이다. 공식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반대의 논리 가운데 전문성이나 도덕성이 제기되는 것 같지 않던데.

=(유 의원은) 당의 정체성과도 안 맞는다.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정강 정책이 다를 게 없다거나 연정론에서도 보면 한나라당과 손잡아야 한다는 원색적인 얘기를 하고도, 따지면 ‘무슨 문제냐’고 걷잡을 수 없는 얘기들을 한다. 전문가도 아니다. 30~40년 동안 보건 쪽에서 의사로 있었던 것도, 복지 쪽을 전공한 것도 아니다. 정치인으로서 발탁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력도 없다. 업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국회 관계를 잘 풀어가는 것도 장관으로서 중요한 능력이다. 앞으로 국회 보건복지위 입법을 한번 생각해봐라, 제대로 되기 어려울 게 명약관화하다.
계파의 이해에 따른 반발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당과 당원에 대한 충심,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을 계파 이익으로 윤색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누구겠는가. 그 사람들은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음모론적 시각이다.
유시민을 매개로 당·청 갈등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지방선거 전 대국민 평가의 장을 앞둔 절체절명의 시기다. 대통령이 뛰는 것도, ‘청’이 뛰는 것도, 정부가 뛰는 것도 아니다. 바로 당이 평가받는 것이다. 당에 훼손되는 일은 서로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당을 있어도 없는 것으로 봤다. 또 있어도 불편한 걸림돌이나 귀찮은 존재라는 것이다. 정부와 청와대의 정책적 입지를 강화하는 식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토대를 보여준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당 의장을 장관으로 발표하고 …. 황당한 일이다.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 선거에서 지고 이기는 것도 당이고, 권력을 만드는 것도 또 잃는 것도 당이라는 분명한 의지를 청와대가 보여줘야 한다. 그게 없으면 균형적인 당·청 관계는 앞으로 어렵다. 어린아이 투정하는 식으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유시민의 입각은 되돌릴 수 없는 것 아닌가.

=유시민이 잘못하면 국민들이 평가하겠지. 우리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결정을 이미 했으니…. 인사청문회 거쳐 소정의 절차를 통과하면 도와야지.
반대파들이 과도하게 반응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력을 가진 장관을 원하거나 그의 정치력의 성장을 돕겠다고 (대통령이) 생각할 수 있다. 지방선거를 잘 치른 다음에 해도 된다. 그런데 이건 뭔가 앞길이 안 보이는 것을 우리한테 던져버린 것 같다.
유시민과는 개인적으로 사이가 안 좋은가.

=원수진 것 없다. 그렇게 비쳐질까봐 이번에 나서지 못한 사람도 많다.




“반대하는 논리가 어이없다”

[찬반 인터뷰_ 참정연 회장 이광철 의원]

누구보다 전문성 갖춰…싸움꾼으로 써먹다가 싸움꾼이라 안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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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 12명이 속한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의 회장을 맡은 이광철 의원은 유 의원의 입각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오히려 당·청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지메’(따돌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참정연 차원에서 얘기를 안 하기로 했지만, 비본질적인 이유가 본질적인 이유인 양 왜곡되고 있어서 개인 이광철로서 얘기한다고 밝혔다.
유시민의 입각을 반대하는 의원들의 논리가 문제가 있다고 보던데.

=참여정부 후반 국정 운영의 주요 과제로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나 양극화 해소 등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유 의원은 전문성 면에서 누구보다 적임자다. 그런데도 합리적인 근거가 아닌 비상식적인 이유로 누구는 안 된다며 반대하는 것을 보면 어처구니없다. 업무수행 능력이나 자질, 추진력, 도덕성의 문제를 제기해야 일리가 있지 않나.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으로 대통령의 몫이다. 자기 몫도 모르면서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반대의 수준이 단순한 불평불만을 넘어서 지나치다고 본다. 이건 인기투표로 장관을 선발하자는 식이다.
유시민의 입각으로 당·청 관계가 악화되는 것 같다.

=유시민 의원 때문이 아니라, 입각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당·청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여론재판이나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다”로 상징될 만큼 유시민에 대한 인간적 불신이 큰 것 같다.

=그런 반대 논리는 저급한 수준이다. 비열하다. 잘할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 비본질적인 문제를 내세워 반대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다.
계파간 노선의 차이에 따른 견제 논리도 작동한 것 같다.

=유 의원은 지난해 4월 전당대회에서 당원의 지지를 받고 선택된 지도부 구성원의 사람이다. 소수가 아니다. 의견이 같지 않더라도 포용하고 가야지, 입고 있는 옷이 다르거나 인상이 좋지 않다고 해서 이렇게 해선 안 된다.
당의 정강이나 정책, 운영 방식에서 지향하는 가치가 다양하다.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원인이 돼서 유 의원의 내정에 반발한다면 그건 더욱 옳지 않다. 의견이 다르다고 따돌리는 것은 안 된다. (유시민은) 당의 소중한 색깔이자 의견이다.
극단적인 유시민 의원의 입각으로 당 지지율이 내려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유시민은 용어 선택과 상황 판단을 잘하는 것이 장기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잘 표현한다. 유시민이 당의 문제나 전망에 대해서 아픈 얘기를 했다면 왜 아픈지 검토해봐야 한다. 유시민은 열린우리당 내 필요한 사람 가운데 하나다. 유시민 없는 열린우리당, 개혁성 없는 열린우리당을 한번 상상해봐라. 유 의원을 좌파나 극좌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잘못됐다. 민주노동당에서 보면 웃을 일이다. 유 의원은 좌파적 성향을 드러낸 적이 없다. 굉장히 중도적 입장에서 고민한다. 이건 좌쪽 문제가 아니다. 정확히 짚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된 것 아닌가 싶다.
그리고 가슴이 따뜻하지 않다는 게 무슨 (반대의) 이유가 되는가. 오히려 차가운 가슴이 필요한 것 아니냐. 너무 차가운 곳에 갖다놔 가슴이 차가운 것 아니냐.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게 왜 유시민의 발언을 탓할 일인가.
너무나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게 되면 아무도 자유스럽게 발언을 못한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훼손되니 날카롭게 지적할 수밖에 없었고, 당의 운명이나 생존을 위해서 필요했던 것이다.
유시민의 당내 공헌도가 높다고 보는 것인가.

=초창기 당이 어려울 때 저격수로 나서지 않았는가. 헌신적으로 당을 대변하고, 정확한 상황 판단과 단어를 구사하지 않았나. 너무나 정확해서 상대 당이 미워했던 것 아니냐. 그런데 실컷 싸움꾼으로 내놨다가 넌 싸움꾼이니까 이젠 안 된다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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