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이번호 목차

<한겨레21>과 ‘일촌’을 맺어주십시오

<한겨레21>에서 중견으로 평가받는 7년차 모 기자. 지금 책상 앞에 다섯 시간째 달라붙어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는 무엇을 하는 걸까요? 열심히 기사를 마감하는 중일까요? 아니었습니다. 쓰라는 기사는 안 쓰고 편집장 눈치를 봐가며 ‘싸이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들락거리다, 남의 홈피까지 뒤적거리며 시간을 죽이는 거였습니다. 허구한 날 주구장창, 틈만 나면 미니홈피에서 글과 사진을 주물럭거리며 히히덕거리던 그 기자. 때로는 옛날 애인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방명록을 도배한다며 툴툴거리던 호남형의 그 기자. 어느 날 드디어 “싸이질이 인터넷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며 표지로 올릴 것을 제안했는데…. 즉석에서 통계를 낸 결과, <한겨레21>엔 싸이폐인이 1/3, 어정쩡 싸이 사용자가 1/3, 싸이문맹이 1/3. 지난 6월 싸이월드 회원수가 800만명을 넘었다는 이야기가 결코 장난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싸이월드는 어떻게 포털의 절대강자 ‘다음’을 물리치고, <한겨레21>의 기강마저 흐리게 해놓았을까요. 무엇이 대한민국 800만명을 매혹시켜 ‘싸이질’하는 재미에 살도록 중독시켜놓았을까요. 미니홈피에 집착하는 이들의 심리는 무엇이고, 블로그를 포함한 개인 미디어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한겨레21> 기자도 몰랐던 사실을 알기 위해, 싸이질도 작파하고 심층취재에 나섰다는 거 아닙니까.

독자 여러분, <한겨레21> 518호에서 ‘싸이질’을 해보세요. <한겨레21>과 ‘일촌’을 맺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