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 > 한승동의 동방여록 목록 > 내용   2008년03월20일 제702호
우파들의 포위망이 촘촘해진다

한 발에 500억원 SM3, 70억원 PAC3 미사일 갖추는 미국과 일본, 전세계적 반동 시작되나

▣ 한승동 한겨레 선임기자 sdhan@hani.co.kr

미국이 주도해온 미사일방어(MD)용 요격미사일 에스엠3(Standard Missile 3) 1발 가격은 얼마나 될까? 일본이 2006년 미국에서 사들이기로 한 에스엠3 9발 값이 4억5800만달러였으니 지금의 환율로 1발당 우리 돈으로 500억원 정도가 될까. 해상자위대 이지스함 ‘공고’가 지난해 12월 하와이 앞바다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요격실험을 하느라 그 9발 중 1발을 쐈으니 남은 건 8발이다. 에스엠3는 표적 미사일을 요격할 때 고장이나 실패 가능성을 고려해 보통 한 번에 2발씩 쏘는데 실패하면 곧바로 또 2발을 추가 발사하므로, 남은 8발로 대응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은 기껏 4발에서 2발밖에 되지 않는다. 한번 쏘면 적어도 1천억원이 날아가는 셈이다. 1억달러가 넘는데, 그만한 돈을 교육이나 복지, 문화사업에 쓰면 정말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집계한 북한의 2006년 국내총생산(GDP)이 22억달러, 지난해 캄보디아의 국내총생산이 83억달러니까, 에스엠3 몇십 번 시험발사하면 웬만한 빈국들 국내총생산이 다 날아가버린다.

‘한 방’이면 웬만한 GDP는 다 날아간다


△ 일본은 지상 발사 패트리엇 미사일을 전국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2006년 10월25일 북한의 군사훈련에 대비해 대기 상태에 있는 일본 오키나와의 PAC (사진/연합/EPA/ HITOSHI MAESHIRO)

그런데 요행히 해상자위대 공고의 에스엠3 발사 실험은 성공해서 미국과 일본이 박수치고 환호했지만, 실전에서도 과연 성공할까. 실험에서는 타격 대상 미사일이 언제, 어디서, 어디를 향해 발사된다는 걸 사전에 알고 쏜다. 어떤 성능의 미사일인지도 물론 미리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인공위성이나 정찰기를 아무리 동원해도 그런 정보를 제대로 알 도리가 없다. 게다가 1발이 아니고 여러 발이 동시에 날아온다면, 그리고 로켓 1발에 복수의 탄두가 실린 다탄두 미사일이라면 성공 가능성은 더 떨어진다. 설사 복수로 날아오는 미사일 핵탄두 중 몇 개를 떨어뜨린다 하더라도 그중 몇 개 또는 하나만이라도 빠져나가 폭발한다면 요격 효과는 제로나 마찬가지다. 오늘날 세계 어느 나라든 수도권 대도시 상공에서 1메가톤급 핵폭탄이 1발만이라도 폭발한다면? 끔찍한 일이다.

탄도미사일 1발에 교란용 풍선 따위의 요격 방해물을 잔뜩 탑재해서 발사하는 수법도 있는데, 교란 물체를 흩뿌리며 날아오는 첨단 미사일에 대해 미사일 본체와 방해물을 재빨리 구별해내는 첨단 대응 장비를 미국이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세카이> 2008년 3월호에 일본의 미사일방어 얘기를 쓴 군사저널리스트 다오카 슌지는 그것도 별 무소용이라고 단언한다. 탄도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탄두가 분리되면서 동시에 풍선 등 요격 방해물들을 흩뿌리는 수법에 대해 적외선 감지기로 마찰열을 내는 탄두와 그렇지 않은 교란 물체들을 구별해내는 대응 방법이 있다. 탄도미사일을 쏘는 쪽은 그러면 이번엔 교란 물체들에 열을 내는 장치를 달아 도망가는데, 이에 대해서는 또 적외선 파장 차이를 이용해 그런 식의 발열 장치에 의한 열과 대기권 마찰열의 차이를 식별해내는 장치를 요격미사일에 부착할 수 있다. 결국 탄도미사일 방어는 불가능하다는 얘긴데, 더 결정적인 것은 복수의 발사 기지 동시 다발 발사나, 수십 곳의 표적을 동시에 가격할 수 있는 첨단 다탄두 미사일들이다.

에스엠3가 주로 탄도미사일의 중간 비행 단계 대처용이라면, 이후 대기권 재돌입 직전이나 돌입 뒤 표적을 향하는 최종 단계에서 쓰는 요격용 미사일이 지상 발사 패트리엇 미사일, 즉 패트리엇3(PAC3)다. 일본이 이미 배치하고 있는 패트리엇3의 1발 가격은 우리 돈으로 7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이 1발의 패트리엇3가 방어할 수 있는 지역은 반경 15~20km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대도시 하나를 방어하려 해도 발사 기지를 여러 곳에 만들어야 한다. 일본은 이걸 지금 전국 곳곳에 배치하고 있는데, 묘하게도 주로 주일 미군기지 주변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한국은 평택 미군기지 보호용으로 수입할까.

미사일방어를 위해 일본은 2010년까지 1조엔(약 9조원)을 쓸 예정이라는데, 이미 지난해까지 5638억엔을 썼고 올해에만 1338억엔의 예산을 요청해놓고 있다. “머리가 텅텅 빈” 군부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일본 군사관료주의 횡포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도 이지스함들을 배치하고 있고 에스엠2를 개량한 에스엠6도 미국에서 수입하기로 이미 얘기를 끝냈다고 우리 군 관계자가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그게 미사일방어에 참여하는 건 아니라고 잡아뗐는데, 새 정부 들어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미사일방어 참여를 고려해야 한다느니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느니 하는 얘기들이 이어졌다. 일자리 늘리는 데 도움이 되나? 미국한테야 그렇겠지.

‘아시아의 사르코지’와의 캠프 데이비드 회동

지난 3월3일에 발행된 <뉴스위크>는 표지에 이명박 대통령 사진과 함께 ‘아시아의 사르코지’라는 제목을 박았다. 그리고 “치솟는 사회적 비용, 신통찮은 경제성장 그리고 껄끄러웠던 미국과의 관계로 특징지워진 10년간의 좌파 치세”라고 전 정권들을 단죄했다. 그 뒤에 이어진 “좌파 인사들은 전 정권에서 얻은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정권 실세들의 얘기와 다르지 않다. 프랑스의 사르코지가 미국에서 환대받은 것은 그가 ‘친미’적이고 신자유주의의 신봉자이기 때문이다. 그의 당선 축하 결의까지 한 미국이 ‘아시아의 사르코지’ 당선 축하 결의를 하고,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했다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우파들의 전세계적 약진, 반동의 시작. 동아시아에선 오스트레일리아, 인도까지 끼워넣은 대륙 포위망이 강화되고 있다.

미사일방어는 미사일방어 추진자들조차 실은 그 실현 가능성과 효과를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군사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이념적 수단으로서의 미사일방어(그런 개념조차 없이 떠드는 멍청한 자들도 있겠지만). 마치 ‘악의 제국’을 겨냥했던 레이건 시절의 전략방위구상(SDI)처럼.

*‘한승동의 동방여록’은 이번호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