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집 > 맛있는 뉴스 목록 > 기사내용   2008년07월23일 제720호
[시사넌센스] 온 나라 대못 박는 소리

▣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못질의 나라 ‘쿵∼쿵∼.’ YTN 노조가 지난 7월19일 ‘구본홍 낙하산’의 안착을 막으려 사장실에 못질을 했다. 회사가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을 사장으로 모시기 위해 용역 직원 200여 명을 동원해 임시 주총 안건을 통과시키며 시청자 가슴에 못질을 한 다음날에 벌어진 일이다. 노조는 격렬한 몸싸움으로 방송 독립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그런데 막강한 ‘토건 정권’이 내려보낸 낙하산을 막기엔 못이 좀 짧았다. 길이 20cm는 넘는 대못은 써야 하지 않았을까? 역겹더라도, 못질 선수들의 자문을 구했어야 한다. 조·중·동은 ‘노무현 정권이 기자실에 대못질을 했다’며 난리법석을 피웠으니 대못이 뭔지 잘 알 게고,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이던 2004년 직접 못을 들고 국가보안법과 행정도시특별법 등의 처리에 반대하며 국회 법사위 회의장 문에 대고 망치질을 한 화려한 경력이 있다(촛불 국면에서 한나라당이 야당에 대고 ‘의회 정상화’를 부르댄 건 이래서 좀 남우세스럽다). 못질에 관한 한 그들은 분명 선수다.

삽질의 나라 ‘슥∼삭∼.’ 출발부터 시작된 이 정권의 ‘삽질’은 다섯 달째 멈출 줄 모른다. “대통령이 한국방송 사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황당 발언이 나온 지 보름 만에 이번엔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미친 소’도 고개를 갸웃거릴 말을 했다. 박 수석은 “한국방송 사장은 정부 산하기관장으로서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신 차관의 발언은 그냥 영혼 없는 공무원이 머리도 없이 한 얘기라고 치자. 인심 쓴 김에, 박 수석의 말이 ‘한국방송공사는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정확히 위배된다는 얘기도, 입이 아프니까, 그만하자. 다만, 하나만 묻자. 박 수석은 “(한국방송 사장에게) 정치적 중립성은 있지만, 국정 철학과 기조를 구현해야 된다”고 했다. 이게 조리에 닿는 말인가, 아니면 그냥 삽질 소리인가. 이게 말이라면, 난 한국방송 사장실 문 앞에서 삽질하더라도 정연주 사장에게 요구하겠다. “삽으로는 안 되겠으니, 박 수석에게 굴착기나 한 대 사주라”고.

몽둥이질의 나라 ‘퍽∼퍽∼.’ 노마 강 무이코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이 7월18일 선언했다. 한국은 경찰이 국민을 몽둥이질하는 나라라고. “촛불집회는 전반적으로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경찰이 과도한 무력을 사용해 진압했다”며 “경찰은 과도한 무력을 행사하면서 물대포나 소화기 같은 비살상 군중통제 장치를 남용했다”는 게 그분의 비판이다. 이쯤에서 국제 망신을 샀으면 한국 정부는 ‘삽질’을 그만둬야 했다. 그러나 장관이 검찰총장인 양 행세하는 법무부가 주제 파악도 못하고 자못 진지하게 국제앰네스티를 향해 충고했다. “시위대의 개별적이고 일방적 피해 사례 주장 나열에 중점을 둔 것은 자칫 국제앰네스티의 국제적 권위와 공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낯짝이 화끈하지도 않은가 보다. 그런데 무이코 조사관의 선언은 사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먼저 했어야 옳다. 한국의 국가인권기구가 국제 시민단체에게 국내 인권 이슈를 뺏길 이유가 없다. 촛불집회 과정의 인권침해에 대해 7월11일 직권조사에 들어간 인권위는 일러야 8월 말께 결과를 내놓겠단다. 박래군 한겨레21인권위원의 표현대로 “버스 떠나고 손 흔들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