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집 > 맛있는 뉴스 목록 > 기사내용   2007년12월27일 제691호
[인터넷 스타] 이외수의 ‘정계 은퇴’

▣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영상미디어팀 pjc@hani.co.kr

“잘 있거라 어두워지는 세속 빌어먹을 순수여 썩어 문드러진 사랑이여 과거에서 멎어버린 광장의 시계탑 찢겨져 펄럭이는 녹슨 양심이여”

소설가 이외수씨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실망을 넘어 절망스런 심정을, 이렇게 시로 썼다. 이씨는 선거 기간 내내 이명박 당선자와 그 지지자들과 날선 공방을 벌이며 ‘정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문학적 감성으로 넘쳤던 그의 홈페이지 감성마을(www.oisoo.co.kr)은 가장 활발한 정치토론의 광장으로 돌변했다.


△ (사진/ 이외수 플레이톡)

지난 10월 초 ‘영어교육 논쟁’으로 촉발된 이씨와 이 당선자 진영의 싸움은 선거 당일까지 계속됐다. 이 당선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국어나 국사 등 일부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면 어학연수를 안 가도 영어에서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이씨는 10월9일 홈페이지 글에서 “한글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분이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씨는 이 당선자가 지난 6월 현충원을 방문했을 때 남긴 “모든것을 받치겠읍니다”라는 글에서 맞춤법이 틀린 부분을 교정해서 사진으로 첨부해 면박을 줬다.

이씨는 10월21일 ‘성조기와 강아지’라는 글에서 “이 후보 망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기를 쓰고 두둔하시는 대인배들이 의외로 많다”며 글 아래에 성조기 옷을 입은 개의 사진을 함께 실어 논란을 불렀다.

이 당선자 지지자들은 “왜 아무 이유도 없이 ‘성조기 입은 개’가 돼야 하느냐”며 발끈했다. 공식 팬클럽인 ‘강한 대한민국을 위한 MB연대’는 ‘대마초 왕초 이외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 “오늘 작란은 약물적 히스테리”며 “더 늦기 전에 가까운 정신병원에서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볼 것을 권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씨도 이 당선자와 지지자들을 “심각한 집단난독증” “부패한 음식” “참으로 거룩한 무뇌아들”이라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이씨는 선거 다음날 쓴 ‘세속으로부터의 은퇴’라는 시 끝에 사실상 정치와 관련한 절필을 시사했다. “이제 한 해는 저물고 나는 쓸쓸히 원고지 속으로 들어간다 잘 있거라”

글 아래에는 한탄과 격려의 댓글이 시처럼 쏟아졌다. “도덕도 윤리도 최소한의 양심도 없이 그냥 돈만 많이 벌면 되는 세상 속에서 이제는 무엇에 지탱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요?”(laleisle)

“선생님 상처 입은 여린 마음 편안히 놓으셔요^^*”(김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