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k∂kjaŋ] 명사. theatre

관객 앞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마련한 건물이나 공간. 영어의 ‘theatre’는 ‘구경하는 곳’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theatron’에서 유래했다. 서양 연극이 시작된 BC 5세기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극장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이후 극장은 시대와 쓰임새에 따라 객석 형태를 원형, 반원형, 부채꼴 등으로 다양하게 바꿔가며 인간의 희로애락을 무대 위에 올렸다. 배우가 움직이고 관객이 지켜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극장이 될 수 있다. 극장은 일종의 공간적 매체다. 신문과 잡지는 이차원의 극장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은 18세기 말에 세워져서 1904년 박승필에 의해 운영된 ‘광무대’로 이곳에서는 창극과 신극 등이 공연됐다. 그러나 지금의 ‘극장’은 영화관의 동의어이다. 4월19일 신용카드를 발행하는 은행 및 카드사 10여 곳에 ‘내달 1일부터 영화료 할인을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보냈다는 단체는 ‘서울시 극장협회’다. 국립극장, 정동극장 등이 공연예술의 맥을 이어가지만 ‘극장’의 타이틀은 영상예술에 넘어간 지 오래다.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더욱 강력한 힘을 지닌 극장이 집집마다 들어섰다. ‘안방극장’이 대중문화를 쥐고 흔든다.

일본 추리소설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에 등장하는 살인마는 연속살인을 저지르면서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방송사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범죄를 자랑한다. 그는 무대에서 범죄를 스스로 연출하며 세상 사람들이 그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착각하고 여기서 쾌락을 느끼는 ‘극장형 살인마’이다. 미 방송사 〈NBC〉에 자신의 얼굴이 찍힌 사진과 동영상을 우편배달시킨 미국 버지니아공대 살인사건의 주인공 조승희도 극장형 쾌락을 원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