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pjc@hani.co.kr

“뽀글이- 봉지라면 뜯어서 봉지에 물을 부어 먹을 때 쓰는 말. 주로 군대에서 애용되는 조리법. 예문: 병장 되니까 뽀글이 과다섭취로 배가 나왔다.”

“군대스리가- 군대에서 하는 축구를 독일 축구리그 분데스리가에 빗대어 지칭하는 말. 군대스리가의 특징: 최고 수준의 압박축구! 언제나 공 주위에는 선수 절반이 달라붙어 신속하게 에워싸는 압박축구를 구사한다.”

누리꾼 사이에서 불기 시작한 각종 백서 발간 열풍이 국방부의 담장을 넘어 ‘장병생활백서’로 탄생했다. 공군 사이버 홍보팀은 지난 2월15일부터 ‘클릭e공군소식’에 장병생활백서를 연재하고 있다. 공군 사이버 홍보팀은 “군생활 중 모두가 공감하는 생활의 노하우, 군대용어의 새로운 정의 등 재미있고 기발한 내용으로 장병생활백서를 꾸미겠다. 장병들이 댓글로 마음껏 의견을 올려달라”며 연재를 시작했다. 최세진 중위가 편집을 맡고 각 에피소드마다 공군 장병들이 직접 출연해 연기를 펼친다.

이렇게 시작된 ‘장병생활백서’ 1탄은 군화닦기. 군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전투화에 ‘불광’과 ‘물광’ 내는 방법을 상세히 소개한 뒤 내무검사 등으로 시간이 촉박할 때는 “바지 뒤편에 상하로 문질러주면 ‘급한 대로’ 광이 난다”고 군인들만 아는 비밀을 소개한다.

2탄 뽀글이편은 ‘대한민국 군인들만 아는’ 라면 요리법이다. 한 공군 병사가 뽀글이 조리 과정을 3단계에 걸쳐 자세히 소개한다. 뽀글이에 대한 예비역들의 반응이 재밌다. “뽀글이의 생명은 고무링으로 봉지 위를 묶어서 관물대에 매달아놓는 거죠~ 젖가락 사용 절대 자세 안 나오죠~.”(김진수) “우리는 뽀글이에 군번줄 묶어서 먹었는데.ㅋㅋ 뭐 요즘은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지만~ 전자레인지에는 ○○탕면이 최곱니다.”(ㅋㅋ)

5탄 군대리아편. “군대에서 일주일에 1~2번(주로 수·일) 나오는 햄버거로 유명 패스트푸드사의 이름에 빗대어 지칭하는 말”이라는 설명과 함께 역시 자세한 조리 과정이 소개된다. 마지막엔 “맛스타도 함께 드려요!”라는 광고도 붙는다. 댓글에 군대리아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이 눈에 띈다. “난 그것 먹으면 꼭 설사하더라.”(군인)

습관편에는 많은 현역 군인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여자친구가 전화로 “자기야?”라고 부르는데도 “넵! 통신보안!”이라고 한다거나 여자친구와 길을 걸을 때도 발맞추기를 한다. 휴가 중 여자친구의 “뛰어”라는 말에 아무 생각 없이 “어잇!” 하고 구령을 넣는 등의 행동은 아직 군대에서 익힌 예절이나 습관이 몸에 밴 탓이다.

이 밖에도 6탄 각잡기, 7탄 점호, 8탄 대청소까지 장병들의 일상생활을 재미있게 그렸다. 장병생활백서에 대한 누리꾼들의 점수는 후하다. “참 잘 만든 것 같아요. 저 때는 상상도 못했는데 계속 연재되었으면 좋겠어요.”(백골예비역) “이제 막 복학해서 학교 생활 적응하고 있는데 우연치 않게 이걸 보고는 옛 생각이 새록새록. 저는 휴가 나와서 길거리에서 이어폰 꽂고 있다가 뭘 물어보는 아저씨에게 ‘잘 못 들었습니다’를 날렸던 기억이.”(예비역10호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