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KT&G 경영권 공방으로 새삼 논란을 빚고 있는 ‘자본의 국적’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고 한 인수·합병(M&A) 전문가에게 물었더니 예의 ‘과학과 과학자론’에 빗대 “돈에는 국적이 없어도 전주(錢主)한테는 국적이 있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자본거래로 차익을 남기면 언제든 보따리를 쌀 수 있는 외국계 자본과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국내 자본은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자본 시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의 비중이 커지는 흐름은 소버린의 SK(주) 인수 시도, KT&G에 대한 칼 아이칸의 공세 같은 일과 맞물리면서 중요한 산업과 기업은 외국 자본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3월9일 내놓은 ‘국가별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 점검’ 보고서도 그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39.7%(시가 기준)로 세계 주요 33개국 평균 28.7%보다 훨씬 높았다.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헝가리(78.8%)였고, 네덜란드(60.6%), 핀란드(50.9%), 멕시코(44.7%)가 뒤를 이었다. 한국은 그리스에 이어 8위였다. 한국의 외국인 비중은 미국(12.6%), 일본(23.7%), 독일(21.0%), 스웨덴(34.6%)보다 높게 나타났다.
국제금융센터 쪽은 “외국인 비중이 높다는 것은 우량기업이 많다는 뜻도 되지만, 40%에 가까운 비중은 지나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비중이 20%에 그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상적인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외국인 보유잔액이 60%에 이를 정도로 편중돼 있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자본의 국적’을 둘러싼 이런 논란에도 국내외 자본을 정책적으로 차별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개방 시대다. 결국 열쇠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에게 맡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