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경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yami@hani.co.kr
“개그콘서트 연습실이 군대냐.” “KBS가 수도방위사령부냐.” “개그맨이 조직폭력배?”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김진철(25)씨가 후배 개그맨 김지환(29)씨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이 ‘발끈’했다. 김씨의 폭행 사실을 알리는 기사가 나온 첫날 포털사이트 기사에는 관련 댓글만 수천건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깜빡했더니 철사마가 있었다” “철사마의 뒤를 이은 빡사마다”라며 김씨가 방송에서 ‘김깜빡’으로 나오는 것을 희화화해 ‘철사마’ ‘빡사마’라 불렀다. 누리꾼들은 김씨를 다룬 기사에 댓글을 다는 성지순례에 나섰고, 일부 누리꾼은 “작전명, 성지순례 5만 댓글”이란 목표까지 세우기도 했다. 사마란 ‘욘사마’에서 따온 용어로,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사람들의 특징에 사마라는 단어를 붙이는 누리꾼들의 놀이다. 그동안 대표적인 사마로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호텔에 묵주를 받으러 갔다 해서 ‘묵사마’, 가수 김상혁씨는 뺑소니를 했다 해서 ‘뺑사마’ 등이 있다.
누리꾼 ‘신봉훈’은 한국방송 게시판에 ‘폭력을 부추기는 개그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올린 글에서 “인기에만 연연하여 기본적인 인권의식도 외면하는 한국방송 제작진도 공범”이라고 비판했고, 누리꾼 ‘임민정’은 개그콘서트를 ‘구타콘서트’라고 비꼬았다. 누리꾼 ‘최원영’은 “이번 사건으로 여전히 희극실 질서는 폭력이라는 기존의 선입관을 버리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이번 개그맨 폭행사건이 잘못된 군사문화에서 비롯했다고 보고 군사문화의 잔재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네이버 토론방에서 ‘준주80’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군대도 구타가 없어지는 추세인데 유독 KBS만 그렇게 군기를 잡고 있다”고 꼬집었고, 누리꾼 ‘릴케001’은 “선배가 군기 잡겠다고 때릴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군사독재의 긴 세월을 겪으면서 몸에 밴 군사문화의 잔재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방송사의 기수문화를 바꾸지 않고는 이런 폐단을 없앨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리꾼 ‘케이엔폴리스’는 “경력이 전문가 수준이라도 기수 때문에 무시당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방송사가 기수만 따지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국방송 게시판에 누리꾼 ‘김우열’은 “요즘 들어 연예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선배, 후배라는 말을 너무 자주 하는 것을 보고 서열주의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나 보기에 좋지 않았다”며 “군대문화에서 파생된 기수문화, 서열문화와 같은 조직문화를 만들고 있는 연예계도 반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누리꾼 ‘김봉준’은 “더러운 문화나 답습하는 개그맨들의 사고방식에서 국민에게 건전하고 밝은 웃음을 주지 못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