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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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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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동아파트 8단지와 양천구청 사이에 자리잡은 7층 회색 건물에 세간의 눈길이 쏠려 있다. 지난 5월4일 개정 국적법의 국회 통과 뒤 국적을 포기하려는 이들이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이달 중 정부 공포와 함께 시행될 개정 국적법에선 병역 의무를 마쳐야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법 시행 전에 미리 국적을 포기하려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평소엔 하루 1~2건에 머물던 국적포기 신청이 100건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서울을 비롯해 15곳에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있다. 이 가운데 국적(취득 또는 포기) 업무를 맡고 있는 곳은 서울·부산·대구·마산·광주·제주·대전·춘천 등 8곳에 이른다. 본래 국적 업무는 법무부 ‘법무실’ 소관인데, ‘출입국관리국’ 관할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대행하고 있다. 법무실에는 산하기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출입국관리소가 유독 시끄러운 것은 인구가 많은 서울·경기 지역을 관할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적 포기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에 인터넷은 핏발 선 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대학교수, 외교관 등 상류층의 도덕 불감증을 질타하는 목소리에서 ‘갈 만한 군대’ ‘살 만한 나라’가 못 되기 때문이라는 냉소까지 다양하다. 국적 회복이 어렵도록 법을 다시 바꿔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개정 국적법을 대표 발의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법안 발의 때 어느 정도 예견은 했는데, 대학교수들까지 이렇게 뻔뻔스럽게 나올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홍 의원은 18살 이전 병역면제를 이유로 국적을 포기한 이들을 외국인으로 규정해 국내 취업 제한 및 특례 입학·의료보험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6월에 제출하겠다는 태세다.
병역을 피해 국적을 포기하려는 이들이 꼬이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는 한국 국적 취득을 간절히 희망하는 해외 동포들도 몰려들어 기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