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집 > 맛있는 뉴스 목록 > 기사내용   2004년03월17일 제501호
시사넌센스- 다리 한짝씩 들고 차례로 쉬야~

* 휙! 구두 한짝이 날아갔다.

휙! 또 한짝이 날아갔다.

박관용(薄寬容) 국회의장을 에워싸고 있던 국회 경위들이 일제히 두손을 쳐들었다. 마치 이승엽의 홈런볼을 잡으려는 야구장의 관중처럼. 잽싸게 몸을 피했던 박관용 의장, 그 와중에 뜬금없이 ‘홈런구두’를 집어들고 골똘히 쳐다본다. 그리고는 갑자기 그 구두를 날린 뚜껑열린우리당 의원을 향해 쌩 달려가 따져묻는다.……………“어디서, 어디서 샀어! 이 구두 어디서 샀냐고!”

나는 탄핵 중계방송을 감상하며 모 온라인 쇼핑몰의 텔레비전 CF를 빗댄 엉뚱한 상상을 했다. 만약 어디서 샀는지 가르쳐주지 않으면 이런 훈계를 늘어놓았을지도 모르겠다. “다 자업자득이야! 니가 던졌으니까 니가 가르쳐달라고!” “대한민국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전진해야 해. 좋은 구두 신고 뛰어야지!”

* 박관용 국회의장을 위한 특별서비스.

구두짝을 던진 뚜껑열린우리당 김성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대신 물어봐줬다. “어디서, 어디서 샀냐고요.” “뭐, 백화점에서 샀지.” “어느 백화점?” “기억 안 나는데… 아무튼 내가 직접 산 건 분명해.”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금×제화 270mm, 검은 색깔, 가격 15만원, 재질은 가죽, 디자인은 별 볼일 없음. 주워다 준 사람 : 함께 뚜껑열린 동료의원 송석찬.

CF 말 나온 김에 CF 이야기 하나 더. “힘을 주는 무슨무슨 오일만 넣어주신다면 주인님을 용서한다”라는 카피의 정유업체 광고가 있다. 멋진 스포츠카 언저리에서 ‘개자식’들이 줄을 서서 오줌을 갈기고 지나가는 장면이다. 나는 ‘한민자당’ 의원들이 줄을 서서 탄핵소추안 무기명 투표를 하는 모습을 보며 자꾸 그 생각이 나 민망했다. 차례차례 다리 한짝씩 들고 쉬야~. 투표를 마치고 헤 웃는 모습으로 걸어가는 그들을 보며 입이 근질거렸다. “시~원하시냐?” ‘노상 반노’를 외치는 모습이 ‘노상방뇨’ 장면에 오버랩된 것이다.

* “미쳤어? 민주당을 지지하라고?”

어느 독자가 정말 씩씩거리며 전화를 했다. 3월13일 오후 탄핵난투극을 지켜보다 우연히 펼쳐본 <한겨레21>의 제목에 그만 꼭지가 돈 것이다. “2004년엔 민주당을 지지하자.” 바로 지난호 이 난의 제목이었다. 그는 “내가 아는 <한겨레21> 정기구독자들마다 전화해 다 끊어버리게 하겠다”며 펄펄 뛰었다. 오호 통재라, 그건 미국 민주당이었는데….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민주당도 지지 못할 게 없다. 아니, 까짓거 한나라당 지지도 못할 게 하나도 없다. 하면 된다. <한겨레21> 모든 독자 여러분, 민주당 한나라당 열렬히 지지합시다. 아가야 지지! 안 돼! 그건 더러워 만지지 마, 지지야 지지!(민주당 한나라당 같은 장난감은 애기들 손 안 닿는 곳에 놓아둡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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