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집 > 초점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7년04월19일 제656호
‘시사저널’파업 100일, ‘끝장 투쟁’

용산으로 노조 사무실을 옮기고 심상기 회장 자택 앞 시위…새 매체 창간도 모색 중

▣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시사저널> 노동조합의 새 사무국장을 맡은 김은남 기자가 사회를 봤다. “기쁜 날인데 왜 이리 엄숙합니까?” 금세 여기저기서 웃음과 농담이 새나왔다. 조금 있으면(4월20일) 파업 100일째이지만, 기자들은 전혀 지쳐 보이지 않는 기색이었다. 4월12일, 이날 노동조합의 비좁은 새 사무실에선 입주식 고사가 치러졌다. 일주일 전 새 노조위원장으로 뽑힌 정희상 기자는 등에 ‘펜은 돈보다 강하다’, 정면엔 ‘부활하라 진품 시사저널’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채 절을 올렸다. 그의 짧은 인사말은 결의로 가득 찼다. “오는 20일까지 집중 투쟁 기간으로 잡았다. 사태 해결을 위한 강도 높은 싸움을 해나가겠다.”


△ 파업 중인 <시사저널> 기자들이 만든 <시시저널>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기자들이 4월12일 새 노조 사무실에서 입주식 고사를 지내고 있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가 데드라인”

<시사저널> 사태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기자들이 ‘끝장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틀 전 용산으로 노조 사무실을 옮겼다. <시사저널> 소유주인 심상기(71)씨가 회장으로 있는 서울문화사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지난 석 달 동안 이어온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과의 대화는 접었다. 파업 중인 23명의 기자는 아침저녁으로 심 회장의 자택을 찾아가 집 앞 시위를 벌인다. 키를 쥔 심 회장의 결단을 촉구하려는 뜻에서다. 서울문화사 건물 앞에선 파업 조끼를 입은 기자들이 유인물을 배포했다. A4용지 한 장짜리 유인물은 “펜은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습니다”로 끝난다.

끝장 투쟁은 회사 쪽을 압박하기 위한 ‘협상용’만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다른 길’도 모색 중이다. 정희상 위원장은 “파업을 더 끌 순 없다. 조만간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다. 그 길이 두렵진 않다”고 말했다. 새로운 길이란 파업 중인 기자들이 회사를 나와 ‘새로운 <시사저널>’을 만드는 일이다. 타협을 이끌어내는 길만큼 역시 쉽지 않은 길이다.

장영희 기자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가 데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방송 1TV <퀴즈 대한민국>에 출연해 퀴즈영웅에 올라 상금 2천만원을 받은 고재열 기자는 “노조에 내놓은 상금 1천만원은 파업 기금이자, 새 매체 창간의 종자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가 퀴즈영웅이 됐다는 사실은 많은 언론에서 가십으로 다뤄졌지만, 그는 “파업이 길어지면서 언론에서도 잊혀져 소강 상태에 빠진 <시사저널> 사태를 다시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했다.

이날 행사엔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시사모)의 회원들도 참석했다. 시사모 회원으로 ‘진품’ <시사저널> 예약 캠페인을 벌이다, <시사저널> 쪽으로부터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형사 고소된 박성기(24)씨는 “(금 사장의) 노조 압박용 수단”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금 사장이 <시사저널> 기자와 시민사회단체, 독자의 공동 전선으로 확대시켰다”고 말했다. 금창태 사장 등 회사 쪽은 문화방송 과 <오마이뉴스> <한겨레21> 등 많은 매체와 함께, 자신들의 독자마저도 법정에 세웠다.

금 사장, 독자마저 법정에 세우네

파국을 피해, 노사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이제 금창태 사장이 아니라, 심상기 회장의 뜻에 달렸다. 노조는 편집권과 경영의 분리 및 모든 징계 철회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원칙 없는 합의”(정희상)는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상태다. 아직 심 회장의 대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