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외국환거래법상 개인은 2년 이상 외국에서 체재할 목적으로 30만달러 이하짜리 해외 주택을 살 수 있게 돼 있다. 국내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을 사려면 한국은행에 신고만 하면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은행에 해외 부동산 구입을 신고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반면 중국 상하이, 미국 LA 등지에서 한국인들의 부동산 구입 붐이 일고 있다는 건 다 알려진 비밀이다. 정부가 해외 부동산 구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아닌데 왜 아무도 신고하지 않는 것일까?
한국은행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 구입 신고 절차에 대한 문의전화는 가끔씩 걸려온다고 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신고 문의가 적잖게 오지만 우리쪽(한국은행)이 신고를 수리하는 데 소극적”이라며 “한번 신고를 받아줘 허용하면 너도 나도 해외 부동산 구입에 나설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의 부동산 투기 바람이 급속히 해외로 번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사실상 해외 부동산 구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해외 부동산 구입 신고에 대한 문의가 오면 한국은행은 “당신이 진짜로 2년 이상 살지 안 살지 어떻게 입증할 수 있냐? 1년만 있다가 돌아올지 어떻게 아냐? 부동산 구입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냐?”는 식으로 까다롭게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괜히 신고했다가는 남들한테 욕 얻어먹고 국세청에 통보돼 세무조사에 휘말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기고, 결국 눈치보다가 남들처럼 신고하지 않은 채 편법으로 해외 부동산을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투자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많다면 직접 부동산을 구입하지 않고 대신 부동산 펀드나 자산 운용 회사를 통해 해외 부동산 임대 수익을 추구하는 간접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