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지난 김선일씨 사건 국회 국정조사 특위 때 공개된 조영길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사항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방부가 특위에 제출한 ‘장·차관 지시사항 및 처리결과’를 보면 조 전 장관은 6월21일 “피랍 사건과 관련해 언론에 신중하게 대처할 것, 파병 원칙에는 변함이 없고 테러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은 피랍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 외교부와 잘 협조해서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돼 있다. 파병 방침 재확인 등 성급하게 대응하지 말고 인질을 보호하기 위해 신중하게 대처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지시는 이날 밤에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우원식 의원은 국정조사 때 증인으로 출석한 군 관계자들에게 이 사실을 따졌으나, 증인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만약 조 전 장관의 지시가 NSC 상임위원회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은 다른 장관들과 달리 소신 있는 견해를 밝혔는데, 당시 조 전 장관의 입지가 약해 NSC에서 제대로 반영이 안 됐던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조 전 장관은 한달 뒤 서해상에서 발생한 보고 누락 사건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는 지체 없이 이를 수용했다.
국방부는 김씨가 납치된 직후부터 줄곧 김씨의 사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했다. 국방부 자료를 보면 이라크에 파견된 우리 군 관계자는 6월21일 ‘무장단체는 알카에다 관련 자르카위 분파로서 몸값 협상은 통하지 않으며 처형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미군 인질 테러전문가 회의 결과를 보고했다. 반면 외교부는 한때 김씨의 생존 가능성을 보고해 ‘조작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주이라크 대사관 김도현 서기관은 “임홍재 대사가 <알자지라> 방송(협상 시한을 연기했다는) 내용을 외교부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라고 증언했다. 김 서기관은 “이미 방송돼서 본부에서도 잘 알고 있고, 김씨가 죽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낙관적 보고로 오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으나, 임 대사가 본부에서 요청한 것이니까 사실관계 위주로 작성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해서”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이 보고는 노무현 대통령이 6월22일 밤 NSC를 방문했을 때 그대로 보고됐고, 이 사실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김씨의 유가족들에게 ‘엉뚱한’ 희망을 갖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