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국민을 현혹하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인가,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한 현실적 요구를 반영한 합리적 조정인가.
민주노동당이 최근 소속 의원 10명에게 정책연구활동비 명목으로 매달 300만~450만원씩 별도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민주노동당 안팎에서 ‘월급 논쟁’이 재현될 조심을 보이고 있다. 소속 국회의원들이 월 평균 841만원의 세비 가운데 180만원만 월급으로 받고, 나머지는 모두 특별당비로 내놓겠다는 국민적 약속을 어기고 변칙적인 세비 보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4·15 총선을 통해 의원 10명을 확보함으로써 원내 제3당으로 급부상한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의원, 보좌관, 정책연구원, 당 상근자의 적정 월급을 놓고 논란을 거듭해왔다. 결국 한달 반 가까운 고심 끝에 지난 7월16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에서 의원은 180만원, 보좌관 146만원, 당 상근자 116만원을 받는 내용의 ‘임금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당 중앙위원회가 이 과정에서 권영길(경남 창원)·조승수(울산 북구) 등 두 지역구 의원에게는 월 450만원, 나머지 8명의 비례대표 의원은 월 300만원씩 정책연구활동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정책연구활동비는 의원 개인이 아닌 의원실에 제공되는 공동 자산으로 공청회 개최 등 공식 의정활동에만 사용되고, 영수증 등 증명서를 첨부한 뒤 결산을 거치도로 돼 있다”며 “의원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생계비는 180만원”이라고 해명했다. 의정활동 지원을 위한 공적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원 일각에서는 의원들이 당에 낸 세비 가운데 상당액을 정책연구활동비로 돌려받으면서 월 18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고 말한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나온다. 다른 보수정당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 세비를 의정활동에 쓴다고 설명하는 상황에서 정책연구활동비도 사실상 세비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런 논란에 대해 “‘의원에 당선돼도 노동자 평균임금만 받겠다’는 총선 전 약속에 따라 당이 너무 가혹한 임금 지급 내규를 마련하면서 의원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실제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지난 6월 한달 동안 의정활동에 막대한 개인 비용을 지출하는 등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공적인 비용 보조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의원단 대표인 천영세 의원실 관계자는 “각종 강연과 대외활동, 방문객 접대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보조경비까지 개인적으로 조달하면서 지금까지 200만원의 카드빚을 졌다”고 말했다. 전국의 노동조합으로부터 강연 요청이 쇄도하는 단병호 의원이나 창원이 지역구인 권영길 의원 등도 비행기 삯 등 교통비로 상당액의 자금이 소요되면서 고통받고 있다. 결국 180만원의 월급을 제외한 세비 전액을 당에 납부해야 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정책연구활동비를 지원하는 묘책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이런 현실을 고려해 세비를 책정하는 것이 올바르고 당당한 태도인데, 뒤늦게 편법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울산 동구지구당의 한 관계자는 “애초 의원들의 월급을 180만원으로 책정한다는 얘기가 나올 때부터 당원들 사이에서 의정활동이 불가능한 만큼 현실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고, 세비 가운데 200만원 정도만 특별당비로 납입하자는 구체적 방안까지 거론됐다”며 “결국 180만원 월급안을 공표해놓고 별도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다른 당과의 차별성을 의식한 전시효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