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전했다. 현지 병원 관계자들을 인용해, 팔루자 교전으로 이라크인 60명이 숨지고 130여명이 다쳤다는 내용이었다.
팔루자에는 모하메드(가명)씨가 있다. 아랍어를 영어로라도 정확히 번역해서 봐야 할 내용이 있으면 그의 도움을 받았다. 연로한 부친을 모시고 부인과 어린 딸 하나를 둔 평범하고 성실한 장년이다. 손님을 집으로 초대해 밥 한끼를 함께 먹길 좋아하는 여느 이라크인처럼 그도 우리 팀을 여러 번 초대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집에는 한번밖에 가지 못했다. ‘또 가야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팔루자는 수니 삼각지대니 저항세력 근거지니 하는 ‘드센’ 곳인 동시에, 이슬람의 전통양식인 초록색 양파 모양의 지붕을 얹은 모스크를 중심으로 한 가라앉은 분위기의 전형적인 이라크 도시이기도 했다. 두건을 두르고 긴 치마 같은 전통복장을 한 채 거리를 오가고 장사를 하는 남자들의 음산한 눈빛이 어둠이라면 어둠이었다.
과도통치위원회마저 미국에 등 돌려
4월8일, 미군은 전날 그 ‘양파 지붕’ 팔루자 사원을 F-16 전투기로 폭격해 은신하고 있던 저항세력 40여명을 죽였으며 미군 해병 5명도 숨졌다고 발표했다. 민간인 희생 소식은 아랍어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전하기 시작했다. 수십명의 어린아이들이 숨진 처참한 모습들이 여과 없이 화면을 탔다. 이날까지 팔루자 민간인 280여명이 숨졌다는 외신이 타전됐다. 미군의 작전 엿새째인 4월10일, 아랍어 방송들은 4월12일 기준으로 민간인 사망자 수가 최소 400~600명, 부상자 수가 122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미군이 임명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도 팔루자 민간인이 400명 넘게 숨졌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숨진 가족을 신고하지 않고 땅에 묻은 주민들도 많았다고 한다. 모하메드씨 가족의 안부가 궁금했지만 통신이 두절돼 아직 알 길이 없다.

△ 4월10일 미군 장갑차가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파괴된 트럭 옆을 지나가고 있다. 4월5일 미군이 팔루자를 봉쇄한 뒤로 2~3일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사진/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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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인들은 과도통치위원들을 ‘미국의 하수인’이라며 불신한다. 그런 그들조차도 미군의 보복에 등을 돌렸다. 과도통치위원회 내무장관이 사임한 데 이어, 위원회 명의로 나온 성명은 미국의 팔루자 작전이 “불법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무고한 양민까지 한데 묶어 응징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통곡하는 바그다드 시민들은 ‘팔루자 학살’이라고 말하고 있다.
작전 와중에 미군의 팔루자 도심 진격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4월9일 미군은 한때 공세 중단을 선언했지만 1시간 남짓 지켜졌을 뿐인데, 이마저도 제3대대로부터 해병대 병력을 보충받기 위한 것이었다고 미군 관리가 밝혔다. 4월10일 이라크 미군 2인자인 마크 키미트 준장은 저항세력에 휴전을 공식적으로 제의했다. 저항세력도 12시간 휴전에 동의해 협상이 벌어졌는데, 미군은 팔루자에서 미국인 4명을 살해한 이라크인들을 넘겨줄 것과 저항세력이 무장봉기를 중지할 것 등을 요구했고, 맞은편은 시간을 정해 미군이 팔루자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양쪽 다 강경하게 나가자면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 요구가 어떻게 수렴될지가 주목되는데, 미군은 일단 해병대를 팔루자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가지 음미할 대목은, 미군이 팔루자에 해병대까지 투입해 양민을 포함해 400여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내고도 자신들이 원하는 살해범을 어떻게 잡지 못했는지, 않았는지 하는 거다. 이라크 전쟁을 개시하기 전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잘 쓰던 말이 있다. 이른바 ‘surgical strike’, 곧 외과수술 같은 ‘족집게’ 폭격이란 건데, 아니 족집게 정보도 없이 해병대씩이나 투입해 팔루자에서 뭘 하려 했단 말인가. 살해 사건과 작전 개시 사이에는 닷새 동안이나 시간이 있었는데, 그사이 미군 정보력의 안테나는 어디로 쏠려 있었나. 보복 작전이 어떻게 미국 내 여론과 표심으로 연결될지 저울질하는 워싱턴으로부터의 정보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을까. 아님, 이라크 무장세력의 치고 빠지는 수법과 은폐술 같은 게 날고 기는 수준인 걸까. 하여튼 이라크 제2전쟁 양상의 중부 중심이 된 팔루자 사태는 앞으로 미군과 저항세력간 협상이 진정한 성과를 얻을지, 나빠지는 국제 여론 등에 대응한 잠시의 숨고르기일지에 따라 이라크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라크 국민의 60%를 차지하면서 바그다드 이남 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시아파는 지난 1년 동안 점령군에 대해 이렇다 할 저항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시아파 지도자 가운데 30살의 목타다 알 사드르가 반미 노선을 표방해왔을 뿐이다. 하지만 미군이 지난달 말 사드르가 운영하는 주간지를 폭력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정간시키고, 사드르의 측근 알 야쿠비를 지난해 시아파 지도자 살해 혐의로 체포하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반전됐다. 사드르쪽은 무장저항을 선언하고 시아파 성지인 카르발라와 나자프, 쿠트, 쿠파 등의 도시를 장악했다.
시아파까지 봉기한 저변의 이유는 뭘까. 이라크에서 기자는 수니파는 물론 시아파 사람들로부터도 “미군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후세인을 제거한 미국쪽이 자기네 말대로 과연 이라크에 재건과 민주화, 자유를 가져다줄 것인지를 지켜봐온 많은 온건 시아파들 사이에도 실망감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미국은 석유만 퍼가고 이스라엘 편만 든다는 불만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