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집 > 초점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4년03월24일 제502호
왜 목놓아 ‘탄핵가’를 부르는가

조중동의 '노무현 몰아 세우기' 배경… 보수세력 위기감 속 언론개혁 경계도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대통령 탄핵 정국과 관련한 조선·중앙·동아일보(조중동)의 보도 태도와 배경이 관심을 끈다. 이들 신문이 본디 노 대통령에 대해 공격적이긴 했지만, 최근의 보도 흐름에선 그 이상의 뭔가가 읽히기 때문이다.


△ 3월21일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탄핵 지지 시위. 탄핵과 관련한 조중동의 노골적인 태도는 보수복합체의 위기감이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박승화 기자)

탄핵 촉구, 고건 띄우기…

언론문제 전문 주간신문 <미디어오늘>의 모니터 결과에 따르면 이들 신문은 야당의 탄핵안 처리를 부추기는 태도를 보였다. “발의 불참 47명 최대한 설득시켜라”(3월10일 동아), “야, 3~4명만 더 있으면 승산”(11일 조선) 등의 기사가 나왔으며 사설에서도 표결 외에 다른 길은 없다며 파국을 부추긴 것으로 <미디어오늘>은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탄핵안 발의의 정당성 여부, 선거법 위반이 탄핵 사유가 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했지만 조중동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고 <미디어오늘>은 밝혔다. <조선일보>는 일찌감치 “우리 법 체계에서 대통령의 법 위반을 막을 장치는 국회의 탄핵소추밖에 없다”(6일 사설)고 주장했으며 탄핵안이 발의되자 “야당의 합법적 절차”(11일 사설)를 강조했다.

3월12일의 탄핵안 가결을 전후해 조중동은 탄핵 반대 여론을 ‘친노’로 규정하고, 탄핵규탄 촛불시위는 국론 분열 양상으로 보도했다. “친노 대 반노 극한 대립… 정국 혼미”(13일 동아), “폭파, 살해 위협 ‘탄핵테러’ 비상”(15일 중앙), “갈등 키우는 시위 자제하자”(15일 중앙 사설) 등이 나왔다.


△ 조중동은 탄핵 반대 여론을 '친노'로 규정하고, 탄핵규탄 촛불시위를 국론 분열 양상으로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의 분석과 별개로, 이들 신문은 그 뒤로는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리더십을 집중적으로 부각함으로써 ‘고건 띄우기’ 인상을 비쳤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고건 대행 중심으로 안정 찾아야…”를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한 셈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주장은 대행체제를 안정화함으로써 “노 대통령이 없어도 국정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탄핵불가피론을 확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었다.

이들 신문의 보도는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을 끌어내리자는 흐름인 것으로 해석하기에 큰 무리가 없는 것 같다. 제3의 중간적 입장을 허용하지 않는 탄핵 정국의 특성 속에서 이들 매체가 나름의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 배경을 두고는 여러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 지지 논객들의 인터넷 사이트인 <서프라이즈>(대표 서영석)는 선명한 ‘정치성’ 분석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에 제시한 ‘조-한 동맹’(조선일보와 한나라당 동맹관계) 개념을 확장해 이들 신문을 야 3당과 정치적 동반관계로 규정한 것이다.

“이들(야 3당)은 대통령을 탄핵한 뒤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구하기까지 최대 6개월 동안 노무현 대통령을 하야시키기 위해 치밀한 음모를 꾸민 것으로 파악됩니다. 즉, 탄핵 그 자체를 통해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왜냐하면 탄핵 사유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탄핵 이후 6개월의 업무정지 동안 조중동S(S는 SBS) 등 기관지와 기관방송을 동원해 여론의 압박을 통한 하야 음모를 꾸민 것이라고 생각된다는 얘기입니다.”(서영석, 3월16일)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공식 사이트에 펌글 형식으로 올린 글을 보면 속내는 비슷한 것 같다. 청와대 사이트에 오른 “책임질 줄 모르는 보수언론”(장행훈·경기대 겸임교수·경향신문 3월19일치)이라는 제목의 글은 이러하다.

“국회에서 다수를 점하고 반노 투쟁을 벌이고 있는 야당에 보수언론은 든든한 원군이었다. 주류 보수지들이 야당의 탄핵 주장에 대해 처음부터 대통령의 문제의 기자회견 발언이 탄핵 사유가 되겠느냐고 의문만 제기했더라도 발의 자체가 안 됐을 수도 있을 것이다.”


△ 탄핵안이 가결된 뒤 조중동은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리더십을 집중적으로 부각함으로써 '고건 띄우기' 인상을 비쳤다. 폭설피해 현장을 찾은 고 대행.(사진공동취재단)

"야당의 원군" 청와대 속내 비쳐

언론운동가들은 사회세력간 헤게모니 다툼 측면에서 배경을 해석했다. 양문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은 “극우 중심의 한국 사회 담론 구조가 중도우파적인, 즉 열린우리당 중심으로 재편성되려는 상황”이라며 “조중동의 태도는 보수복합체의 위기감이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 기획부장은 “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던 사회세력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라며 “차제에 노 대통령을 끌어내리거나 최소한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의도가 깔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여권 일각에는 조중동과 SBS 모두 사주가 강력히 지배하는 언론사임에 주목하면서, 언론관계 제도개혁을 사전에 경계하는 의도가 깔렸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면 언론사 소유와 경영의 분리, 편집권 독립 등을 뼈대로 하는 언론관계법 개정이 국회에서 이뤄질 여건이 마련된다”며 “이들 언론사 사주들이 가장 공포감을 갖는 대목이 바로 언론개혁의 현실화 가능성”이라고 밝혔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언론개혁 의지는 여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신문의 날 리셉션에 참석해 “진정한 의미의 언론 자유를 기자에게 돌려줄 때” “취재, 편집, 보도의 자유를 기자에게 돌려주는 게 맞다”는 등의 말로 편집권 독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물론 “정부가 권력을 갖고 언론개혁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자신의 생각만큼은 숨김없이 밝혔던 셈이다.

‘중앙’은 다르지 않았다

청와대 사람들 사이에선 한동안 “<중앙일보>는 다르다. 이제 조중동이 아니라 조동이다”라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자기들이 볼 때 <중앙일보>가 조선·동아일보에 비해 노무현 대통령을 그런 대로 덜 ‘때린다’고 느낀 탓이었다.

이런 기류는 홍석현 <중앙일보> 발행인이 2월14일 노무현 대통령과 특별대담을 해 보도하면서 한층 고조됐다. <중앙일보>는 2월16일치 사설에서 “노 대통령이 <중앙일보>와 대담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의 변화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취임 이후 이른바 ‘조중동’이라는 테두리를 만들어 인터뷰조차 기피해온 대통령이 <중앙일보> 발행인과 마주 앉았다”고 의미를 자평했다. 그러다보니 전국언론노조가 “<중앙일보>가 조선·동아일보와 달리 정권에 다소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청와대가 이번 만남을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아 총선 지형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오판”이라는 성명을 내면서 청와대쪽이 유혹에 끌릴 가능성을 경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청와대 사람들은 탄핵 정국 보도를 접하면서 생각을 다시 바꾸는 것 같다. 한 관계자는 “중앙은 다르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무색해졌다”며 “역시 조중동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말했다.

언론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앙일보>의 행보는 내부의 독특한 구조를 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한다. 즉, 김수길 편집국장을 중심으로 한 편집국 기자들이 상대적으로 ‘열린 신문파’에 가까운 반면, 문창극 논설주간을 중심으로 한 논설위원실과 시니어 그룹에 ‘대노무현 강경론’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한 언론계 인사는 “탄핵 정국에서 나타난 <중앙일보>의 사설과 칼럼 등이 조선·동아의 그것과 거의 기조가 같았다”며 “신문 전체적으로도 최근에 논설위원실과 시니어 그룹의 논리가 득세하면서 그같은 일련의 보도·논조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