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10월23일 제48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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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 물이 출렁대나요

자동차를 탔을 때 멀미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행기나 배를 탔을 때 혹은 어린이 놀이터에서 회전목마를 탈 때도 멀미를 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물침대에 누워 있어도 멀미를 한다. 멀미를 느끼면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어지럽고 구역질이 난다. 심하면 토하기까지 한다.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여행을 할라치면 지레 겁부터 먹고 여행에 대한 흥분보다는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힌다. 멀미는 어린이보다 어른에게, 남자보다 여자에게, 젊은이보다 노인에게 흔히 잘 나타난다.


△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멀미는 우리의 귀와 깊이 관련돼 있다. 귀는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제일 바깥에 안경을 거는 외이(外耳), 중간에 고막이 있는 중이(中耳), 귓속 깊숙이 위치한 내이(內耳)가 그것이다. 내이에는 가락지를 반으로 잘라놓은 것처럼 생긴 반고리관 세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반고리관이 어지럼을 느끼는 신경과 구역질을 느끼는 신경과 연결돼 있다. 그래서 이들을 자극하면 어지럽기도 하고 메스껍기도 하다.

반고리관 안의 점막에는 아주 작은 솜털들이 붙어 있고, 관 안에는 물이 차 있다. 우리가 몸을 움직이면 이 반고리관 안의 물이 움직인다. 이 물의 움직임이 솜털을 자극해 우리 몸과 머리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함으로써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해준다. 이 관 안에 있는 물은 우리의 동작이 멈추면 움직임을 곧바로 멈춰야 한다. 그런데 동작을 멈춰도 물이 계속 움직이면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빙빙 돌다가 갑자기 서면 어지럽게 느껴지는 것도 반고리관 안의 물이 아직도 빙빙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이에 염증이 생기면 반고리관 안의 물의 움직임을 제대로 조절하는 기능이 약화되기도 하고, 또 너무 예민하게 작동해 쉽게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자동차나 배, 비행기를 탔을 때 흔들흔들하는 움직임은 반고리관 안의 물이 출렁대도록 한다. 이에 예민한 사람들은 어지러움을 느껴 멀미를 하는 것이다. 자동차 멀미가 잘 나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하면 멀미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머리를 똑바로 하고 시선을 정면으로 하면 반고리관이 비교적 안정되기 때문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본다든지, 자리에서 빠른 속도로 벌떡 일어나거나 드러누울 때 어지러울 수 있다. 멀미는 훈련으로 극복할 수도 있고, 약으로도 조절이 된다. 심한 사람은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전세일 |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