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가격파괴. 서울 전역 및 수도권 2만∼3만원.”

요즘 시내 곳곳 도로에선 이런 플래카드를 만나는 게 어렵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한번도 대리운전자를 부른 적이 없지만,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액수라 가끔 눈길이 가곤 했다. 가령 마포에서 고양시 원당까지의 경우가 3만원인데, 심야에는 할증택시비에 1만원만 더 얹으면 이용할 수 있다. 다음날 아침 반드시 차를 써야 할 경우 ‘음주운전’ 대신 선택해볼 만한 카드다.

2∼3년 전만 해도 ‘대리운전’은 아무리 가까운 거리도 기본 5만원을 받았다. 지금도 룸살롱 등 유흥주점에서 대리운전을 쓸 경우 비슷한 가격을 부른다. 그러나 최근 대리운전업체가 늘어나면서 ‘바가지’는 점점 설 땅을 잃고 있다. 음주운전의 위험성이 강조되고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생겨난 풍속도다. 대리운전전문업체 ‘드라이브 닷컴’(서울 전역 1588-7782)의 경우 서울 및 수도권을 2만원에서 6만원까지 9개 등급으로 나눠 가격을 대충 정하고 있다. 홍익대 입구 출발을 기준으로 서대문은 2만원, 영등포는 2만5천원, 과천은 3만원, 일산은 3만5천원, 분당은 4만원, 용인은 6만원 하는 식이다.

이에 비해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요금을 받는 곳도 있다. 제일시스템(080-088-0066) 같은 곳은 5km까지 무조건 1만5천원을 받고 그 다음부턴 km당 1천원씩이다. 20km 되는 거리를 뛰었을 경우 요금은 3만원이 되는 것이다. 아예 대형트럭으로 음주자의 차량을 ‘택배 서비스’하는 업체도 생겨나 화제가 된 바 있다. 가수 서유석씨가 창업한 ‘츄츄카택’(02-598-9188)은 서울 전역에 대기중인 5t 트럭을 통해 차를 통째로 집까지 실어준다. 기본요금 1만원에 1km당 1300원으로 조금 비싸지만 기름값이 안 들고 더욱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국에 대리운전업체가 정확히 몇곳인지는 알 수 없다. 서울시는 ‘단속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료가 아예 없다고 했고, 국세청은 관련통계를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래도 추산은 가능하다. 쌍용화재와 삼성화재에만 있는 대리운전자보험 가입자를 통해서다. 쌍용화재에는 2001년 7월19일 현재 496개 업체 3779명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당 10명 이상이 가입해야 하고 가입자의 연령이 26살 이상이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운 삼성화재의 경우 30개 업체가 가입해 있다. 쌍용화재는 지난해 9월부터, 삼성화재는 지난해 11월부터 대리운전자보험을 상품화하기 시작한 점도 이채롭다. 대리운전업체의 성업이 얼마 전부터 일기 시작한 붐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