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말라= 다오우드 쿠탑(Daoud Kuttab)/ <알쿠드스> 교육방송국장

△ 마르완 바르고티(GAMMA)

“마르완 바르고티(Marwan Barghouti) 아냐?”
팔레스타인 시민들 가운데 “다음 대통령감이 누구냐”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그를 꼽는 경우가 많다. 마르완이 국제적으로 명망 높은 정치가 대열에 있다거나, 차기를 노리는 ‘주자’로 나선 정치가이기 때문이 아니다. 마르완이 살아온 궤적 탓이다. 그이는 늘 시민들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 자라왔기 때문이다.

“7년간 봉기한 뒤, 7년간 협상하자.”
한때 마르완이 외쳤던 이 전략은 현실성을 제쳐두고라도 시민들 사이에 큰 호응을 얻었다. 마르완은 7년간 봉기하면 이스라엘이 지치고, 이스라엘이 지쳐야만 정직한 협상을 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마르완 자신은 7년이 아니라, 이미 평생을 봉기에 바쳐왔기 때문에 시민들은 그이를 신뢰하고 따랐다.

1959년 팔레스타인 라말라 근교 코발에서 태어난 마르완은 열다섯살 되던 해부터 파테(Fathe)에 참여했다. 팔레스타인 최대 비종교 민족해방운동 조직인 파테에서 잔뼈가 굵은 마르완은 1989년 혁명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뒤, 1994년 이스라엘 점령 서안지구 사무총장으로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마르완은 정치 지도자들보다는 늘 시민들과 제휴하면서 ‘시민들의 마르완’이 되어갔다. 1985년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 6개월간 불법 구금당했던 마르완은 1987년 다시 이스라엘군에 체포된 뒤 요르단으로 추방당했다. 이스라엘은 마르완 체포와 함께 파테도 불법조직으로 규정해 금지했다. 마르완은 요르단에서 재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팔레스타인 내부 파테를 잇는 중요한 정치적 역할을 했고, 마르완이 추방당한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는 즉각 제1차 인티파다(Intifada·봉기)가 벌어졌다.

그 뒤 팔레스타인으로 되돌아온 마르완은 1996년 팔레스타인 입법위원으로 선출되었다. 마르완은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평화가 냉혹하고 탐욕스러운 유대인촌 건설을 위한 수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시민들과 함께 제2차 인티파다에 앞장섰다. 그리고 2002년 4월15일 마르완은 다시 이스라엘 당국에 체포당해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마르완이 우리 대신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시민들은 마르완을 그리워하고 있다. 멀지 않아 진정한 팔레스타인 지도자로 되돌아올 마르완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