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정치 > 정치2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4년07월15일 제518호
‘여성성’이 듬뿍 담긴 리더십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6월 중순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이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박 대표가 그로부터 한달 전, 민생 현장 탐방의 일환으로 방문했던 제조업체 사람들에게 한 약속을 “어떻게 챙겼느냐”고 당료들에게 챙긴 탓이다. 정치권의 ‘유야무야’ 풍토상 비서실은 그냥 넘기고 있었는데, 이를 대표가 따져물은 것이었다.

박 의원은 대표 시절에 민생 현장을 찾아 그곳 사람들과 간담회를 할 때마다 직접 수첩을 꺼내들고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꼼꼼히 메모한다. 그것도 모자라 수행하는 비서도 수첩을 꺼내들어 함께 필기하도록 한다.

민생 현장 간담회에서 상대방이 하는 주장이나 건의사항들은 대체로 실행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박 의원은 “실행할 수 없으면 없는 이유라도 챙겨서 그분들한테 알려줘야”라고 주문했다. 구상찬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박 대표에게 민생 현장 탐방은 사진만 찍으러 가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비서들이 자료를 서류봉투에 담아 건네면, 읽은 다음에 빈 봉투를 되돌려주어 재활용하도록 한다. 사무실 형광등도 꼬박꼬박 끄고 다닌다. ‘꼼꼼 리더십’의 사례는 숱하게 많다.

대표 시절의 박 의원은 소속 의원들과 회의, 또는 식사를 할 때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도 보여왔다고 한다.

박형준 의원은 “박 대표는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 열심히 듣는다”며 “그리고 상대방의 발언 취지를 요약하면서 ‘이런 뜻으로 이해해도 되는 건가요?’라고 부드럽게 되물어준다. 그럼으로써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박형준 의원은 “그런 점에서 박 대표는 갈등보다는 화합 지향형인, 그리고 여성성(女性性)을 많이 지닌 사람”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은 “이회창 총재는 마주 앉으면 상대방을 긴장시켰다”며 “반면에 박 대표는 농담도 잘하고, 함께 있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의원회관에서 일하는 자신의 보좌관·비서관들에게도 일절 반말을 하는 법이 없다. 그는 자신의 비서들과 사무실, 또는 국회 복도 등에서 만나거나 헤어질 때 꼬박꼬박 고개를 숙여 목례도 한다. 그래서 남들이 볼 때 “비서가 아니라 기자인가?”라는 오해를 산 적도 있다고 한다.

박 의원의 정호성 보좌관은 “7년째 박 의원을 모시는 동안 가장 심하게 들은 꾸중 표현이 ‘왜 그래요?’라고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