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집 > 기획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4년02월04일 제495호 |
기사검색 
미국의 ‘환대’ 받으신 한국 방문단?

거의 매일밤 로켓공격 받는 키르쿠크의 진실… 정보 부족으로 미군에만 현지 상황 파악 의존

키르쿠크= 글 · 사진 김영미/ 종군 저널리스트 · 다큐멘터리 PD

한국군 파병 예정지 키르쿠크주의 하위자시. 미군 제4보병사단 산하 1대대가 주둔하는 맥헨리 캠프에 날이 저물어 어둠이 다가오면 미군들은 커튼과 블라인드로 모든 막사의 불빛을 가린다. 막사들 사이에는 그 막사 높이만큼의 방어벽과 탱크가 빽빽이 자리잡고, 미군들은 막사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꺼린다. 밖에서는 가로등은커녕 손전등도 켜지 못하고 칠흑 같은 암흑 천지에 달빛마저 없으면 걷는 것조차 힘들다. 식사는 하루에 한끼만 조리를 해먹고 나머지는 전투식량으로 때우고 있다. 부대 가까이 지나가는 차량이라도 있으면 어둠 속에서 극도의 긴장 상태로 지켜본다. 부대의 출입문조차 제대로 만들어놓지 못해 부대 밖에서 보면 저곳에 과연 부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비밀스럽다. 거의 매일 저항세력으로부터 로켓이나 박격포 공격을 받는, 이 하위자 맥헨리 캠프가 바로 올 4월에 키르쿠크 공항, 다쿡, 투즈와 더불어 한국군이 주둔할 곳이다.


△ 하위자의 미군 기지 맥헨리 캠프. 컨테이너 막사들 사이에는 모랫자루로 높은 방어벽을 쌓았고, 막사 사이에는 탱크를 세워두었다. 미군들은 날이 어두워지면 막사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꺼리며 불안해하고 있다. 거의 매일 저항세력의 로켓이나 박격포가 날아드는 이곳을 올 4월 한국군이 미군으로부터 물려받아 주둔할 예정이다.

미군 피해 1건도 없었다고?

지난 1월24~25일 김희상 당시 대통령 국방보좌관과 임홍재 이라크 주재 대사 등 한국 방문단이 1박2일간 이곳 키르쿠크를 방문했을 때 미군 173공수 여단장 윌리엄 메이빌 대령을 비롯한 미군은 짧은 방문 동안 많은 일정을 마련했다. 첫날은 키르쿠크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키르쿠크 공항 주둔 부대를 순시했는데, 이날 메이빌 여단장은 “키르쿠크는 바그다드보다 더 안전하고 치안이 잘 유지되고 있다. 주민들도 협조적이고 저항세력의 활동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내용으로 브리핑을 했다. 미군 공보장교도 부대 구석구석을 보여주고, 헬기를 2시간이나 띄워 키르쿠크주 전체를 보여주며 미군이 그동안 얼마나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했는지 열심히 설명했다. 또한 한국어를 하는 재미동포 2세 출신의 장교 2명과 미군 등 3명의 한국어 통역을 배치해 한국에서 온 ‘귀빈’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둘쨋날에는 주정부 청사를 방문해 압둘 라흐만 무스타파 주지사를 비롯하여 각 부족 대표, 연합군 임시 행정처(CPA) 관계자 등을 만나 키르쿠크 전반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부족 대표들은 한국군이 이곳 키르쿠크에 오는 것에 환영하고, 한국군이 이곳에 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으며, 누구 하나 이곳이 위험하다든가 파병에 반대한다는 사람은 없었다.

김희상 전 보좌관은 시내 중심가의 시장에 찾아가 시민들과 악수하며 직접 시민들은 만나기도 했다. 그날 50여명의 미군이 경호를 했고 한국에서 온 이 귀빈을 대접하느라 여단장이 시종일관 수행하면서 일정 내내 부산을 떨었다. 하여간 키르쿠크에서는 제법 큰 행사였고 현지 언론들까지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자, 여기까지 보면 한국군이 키르쿠크에 파병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각 부족 대표들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높였고 미군은 이곳에 한국군이 오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전 보좌관의 이라크 방문 이후 국방부는 한국군 파병에 더욱 박차를 가해 파병 자원자를 모집했고, 보고서까지 내어 키르쿠크에서는 최근 1개월 동안 적대 행위로 인한 미군과 동맹군 인명피해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전반적인 치안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키르쿠크의 현실은 그 반대이다. 키르쿠크에서는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야간 통행금지가 실시된다. 바그다드만 하더라도 야간 통행금지가 사라졌는데, 이곳은 워낙 치안이 불안해 고육지책으로 미군들이 만든 것이다. 지난 1월 한달간 나는 거의 매일 밤 폭발음을 들어야 했고, 부대 밖에서도 사이렌 소리와 조명탄, 반격에 나선 미군이 쏘아대는 포성과 총성이 들려왔다. 1월20일 이후 미군과 키르쿠크 경찰의 공식 발표만 봐도 거의 매일 미군 주둔 부대에 대한 공격이 이루어졌다.

키르쿠크의 미군 부대는 다른 지역에 비해 면적이 넓은 편이어서, 저항세력들은 바그다드에서 주로 쓰는 사정 거리가 500m 정도인 로켓 추진 수류탄(RPG7)보다 위력이 더 강하고 8km까지 날아가는 카추샤 로켓이나 박격포를 이용한 공격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곳 저항세력들은 대충 쏴도 어느 정도 적중률을 보이는 무기들을 애용하고 있는 것이다. 1월28일에는 폭탄 제조업자가 키르쿠크 인근 도미스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저항세력 중 상당수가 이라크 군인 출신이어서 무기를 사용하는 데도 전문가들이고 폭탄 제조 실력도 수준급”이라는 것이 현지 언론인인 브레한 아디( 현지 기자)의 설명이다.

그래서 키르쿠크 주둔 미군들은 밤마다 초긴장 상태다. 키르쿠크 공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막사들 사이에도 콘크리트로 만든 두꺼운 대피소가 있다. 김 전 보좌관이 쿠웨이트로 돌아간 날도 모두 4발의 박격포 공격이 이루어져 “한밤중에 갑자기 대피소로 긴급 대피했다”고 미군 상병 월터스(27)는 말했다. 앞서 이야기한 한국군 주둔 예정지 하위자의 맥헨리 캠프는 더 심해서 미군들 사이에는 저항군의 공격은 “데일리 스케줄”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다.

한국 방문단이 만난 부족장들은 누구

원래 지난해 4월 미군이 키르쿠크 지역을 처음 점령했을 때 맥헨리 캠프는 현재 있는 지역이 아닌 하위자 시내 중심가의 과학기술대 건물에 세워졌지만, 저항세력으로부터 너무 많은 공격을 받아 할 수 없이 시내에서 꽤 떨어진 이 마을로 옮겼다. 그러고도 밤마다 불빛을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쥐죽은 듯 긴장하고 있는 것이 이곳 미군의 현실이다. 그야말로 치안 상태가 말이 아닌 것이다.


△ 1월 말 김희상 당시 대통령 국방보좌관이 키르쿠크를 방문했을 때 만난 자칭 ‘부족장’. 그러나 취재 결과 이 사람은 유력 부족원이긴 하지만 부족장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위자에서 특히 저항세력의 공격이 많은 것은 이곳이 저항세력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위자는 4천년 가까이 된 유서 깊은 아랍 마을이다. 과거 사담 후세인을 추종하던 세력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고 현재 저항세력의 중추인 아랍계 수니파들이 모여사는 지역이다. 오베이드·주부르 가문 등 아랍계 수니파를 대표하는 가문들의 종갓집이 바로 이 하위자에 있다. 최근 저항세력은 티크리트나 사마라, 팔루자, 라마디 등에서 벌어진 미군의 소탕 작전을 피해 종갓집 격인 이곳으로 대거 이동했다.

실제로 맥헨리 캠프의 대대장인 윌리엄 시퍼 중령은 “하위자에서 저항세력을 수색해 체포해보니 다른 지역 출신들이 많았다”고 시인했다. 또한 이곳에서는 시도때도 없이 이자트 알 두리 이라크 전 국가혁명평의회 부의장의 체포 작전이 벌어진다. 사담의 오른팔이자 2인자로 불리던 그가 이 하위자에서 이라크 전역의 저항세력을 총지휘하고 있다는 소문은 이제 거의 정설로 굳어져 있다.

이처럼 키르쿠크는 저항세력뿐 아니라 종족 갈등으로 빚어지는 분쟁으로 바람 잘날 없는 곳이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인 마수드 바르자니가 “키르쿠크는 이라크의 축소판”이라고 표현할 만큼 온갖 문제란 문제는 다 안고 있다. 이곳의 사정이 이렇게 복잡하고 불안한데도 몇번의 현지 조사단을 파견했던 한국의 국방부는 어떻게 이곳이 ‘치안이 비교적 안정된 곳’이라는 공식 의견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 첫 번째 이유는 정보의 부족이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키르쿠크에 대한 정보수집을 위해 공식 조사단을 파견한 것은 김희상 전 보좌관의 1박2일 방문과, 군수 조사단과 정보사 조사팀이 각각 2박3일씩 방문한 것 정도다. 일본이 자위대를 이라크 사마와에 파병하기 전에 조사단을 보내 두달간 체류하도록 하면서 깊이 있게 조사한 뒤 파병지를 선택한 것과는 너무 대조된다.

그러다보니 한국 국방부가 키르쿠크에 대한 표면적인 정보만을 얻게 된 것이 당연하고, 판단 근거가 흐려진 것이다. 한 가지 예로 김 전 보좌관이 키르쿠크를 방문했을 때 만난 부족대표라는 사람들은 한국군 파병을 적극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그들은 부족장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의 많은 아랍계 사람들은 그들을 ‘미군에 줄 잘 서서 한몫 잡으려는 인간들’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있다.

물론 누가 부족장인지 밝혀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대표적인 아랍계 가문인 오베이드의 부족장 가산 알 아시는 그날 김 전 보좌관과 악수한 아랍계 대표라는 사람의 사진을 보고 “가문의 일족이긴 하지만 부족장은 아니다. 우리 가문의 부족장은 바로 나”라고 밝히며 “아무런 정보도 없이 여기 오는 한국 인사들로서는 아랍 의상만 걸치고 미군에 잘 보여 주청사 건물에 들락거리면 이렇게 부족 대표로 행세해도 알 길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국군 맞을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또 키르쿠크에 상주하는 국내 언론사는 물론이요 외신사도 거의 없다는 게 키르쿠크에 대한 정보 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키르쿠크에는 외국인 기자나 특파원이 거의 없으며,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 <알자지라> <알아라비야> 등이 현지 통신원들만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키르쿠크에서 큰 사건이 벌어져도 바그다드에 있는 외신에 거의 알려지지 않고 묻혀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키르쿠크는 별다른 사고가 없는 것처럼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국내 언론이 주로 외신을 받아서 기사를 쓰다보니 외신이 못 본 것은 당연히 국내 언론사도 알지 못해 이곳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 키르쿠크 경찰청장 투르한 유세프는 미군 기지가 저항세력의 잦은 공격을 받고 있다고 확인해주면서, 미군쪽이 미군 사상자 수를 극비로 하고 있어 이라크 경찰은 미군 피해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미군의 정보 왜곡 의혹이다.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 피해를 축소 발표하는 것이다. 거의 매일 밤 다른 것도 아니고 로켓이 기지 한가운데 떨어지는데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것은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다. 미군의 사상자 수도 극비에 부쳐져 있다. 173공정 여단장인 메이빌 대령조차 그 수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고, 키르쿠크 경찰청장인 투르한 유세프는 “그 문제는 미군만 알고 나는 전혀 모른다”고 했다.

공식 발표는커녕 인터뷰에서도 아무도 이를 정확히 밝히는 사람이 없는데, 특히 한국군 파병 예정지로 결정된 뒤에는 더더욱 미군 기지 피격 등에 대해 누구도 언급하기를 꺼린다. 한국 파병에 아주 민감한 미군이 이곳 키르쿠크가 안전하게 보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한국군이 와주어야 교대를 하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미군의 입장에서는 미군이 얼마나 희생되었는지 밝히고 싶지 않은 것이다.

키르쿠크의 <알자지라> 통신원인 모하메드는 “미군과 인터뷰하러 부대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폭음과 함께 기지에 로켓이 떨어지고 비상벨이 울리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다. 그러나 공식 발표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미군은 이렇게 키르쿠크를 ‘예쁘게’ 포장해서 한국군에게 어서 빨리 넘기기를 바란다. 그러나 예쁜 포장지 안에 든 키르쿠크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폭탄 같은 것이다. 미군이야 폭탄이 터지건 말건 한국군의 손에 쥐어주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인 것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한국에서는 키르쿠크가 ‘안전하고 치안이 잘 유지된 세계적인 유전지대’로 선전돼 거리낌 없이 파병을 추진하는 것이다.

키르쿠크 주둔 미군 또한 한국군 맞을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주요 기지인 키르쿠크 공항에 주둔하고 있는 173공정 여단은 식당과 막사, 그 밖의 편의시설들을 확충하고 기존 텐트 형식의 막사에서 컨테이너 막사로 이동해 한국군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어놓았다. 키르쿠크 주둔 미군 기지 안에는 한국군 연락장교인 이종득 중령이 머물면서 파병에 따른 협의사항들을 의논하고, 앞으로 한국군이 상주할 하위자 등의 다른 부대를 방문해 협조를 구하고 있다.

찬반을 떠나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현재 키르쿠크 주정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도 한국군 파병이다. 이스마일 하디디 키르쿠크 주정부 부지사는 “한국군이 파병되는 4월 전에 한국을 방문해 한국에 대한 정보를 더 얻어서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곳 키르쿠크에서는 미군도 현지 주민들도 이제는 한국군이 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키르쿠크의 현실은 여전히 한국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떤 문제든지 그 근본 원인을 알면 대처할 방법도 찾아낼 수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지 사정도 제대로 모르고 무작정 이곳에 왔다가 문제가 생기면 해결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파병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흑백논리 이전에 얼마만큼 이 지역에 대해 알고서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더구나 파병에는 3700여명의 꽃다운 젊은이들의 목숨이 달려 있다. 그들이 나라를 위해 키르쿠크로 가겠다고 결심한 것이 잘못된 정보에 따른 것이고, 만일 단 한명의 젊은이라도 그런 이유 때문에 희생당해야 한다면 누가 그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