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집 > 이슈추적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4년03월03일 제499호
청년의 힘으로 낙천을 명하노라

‘2004 총선청년연대’ 참정권 방해 · 색깔론 · 지역주의 심판… 정치권 판갈이 열망으로 종교 · 이념 등 차이 극복

안진걸/ 총선청년연대 기획팀 ahn@pspd.org

또 하나의 낙천대상 명단이 발표됐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총선대학생연대(193개 학생단체), 전대협동우회, 원불교청년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21세기한국대학생연대, 각 대학 총학생회 및 대학원총학생회 등 94개의 청년·학생 단체들이 연대한 ‘2004 총선청년연대’가 발표한 명단이다. 이들은 지난 2월25일 낙천대상을 발표하는 한편 총선연대의 낙천·낙선 운동 지지도 선언했다. 시민사회의 총선 관련 낙천·낙선 운동이 지난 어느 총선 때보다 활발하지만, 청년·학생 단체들이 연대해 의견을 발표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 총선청년연대가 선정한 낙천운동 대상. 원희룡(한나라당), 홍사덕(한나라당), 허태열(한나라당), 김학원(자민련), 이인제(자민련), 김만제(한나라당), 김상현(민주당).(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94개 청년 · 학생 단체… 독특한 낙천 기준도

청년·학생 단체들이 내세운 3가지 낙천 기준 가운데 새롭게 눈에 띄는 것은 ‘젊은 층의 참정권 확대를 방해한 국회의원’들이다. 선거연령 인하 무산, 대학생 등 젊은 층과 공단 근로자들의 오랜 숙원인 부재자투표소 확대 약속 번복,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와 참정권 억압 등과 관련해 책임이 있는 정치인이 선정대상이 됐다. 대상 의원으로는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과 김학원 자민련 의원 등 2명이 꼽혔다. 원희룡 의원은 정개특위 선거법소위 위원으로 자신이 젊은 층에 속하면서도 인터넷실명제를 주도해 시민사회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고, 선거연령 인하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당론을 들어 변명을 늘어놓는 데 바빴다. 젊은 정치는 나이만 젊다고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사고와 자세, 실천과 행동이 모두 젊은 것을 말한다. 그는 인터넷실명제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강력한 요구에 대해 “시민사회의 반발이 있는 것은 알지만 인터넷실명제를 번복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서 철회 요구를 간단히 일축하기도 했다.

청년·학생 단체들의 두 번째 낙천 기준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상습·반복적인 색깔론’이다. 이 기준에 따라 낙천대상으로 선정된 의원은 홍사덕·김용갑·정형근·이원창(이상 한나라당)·이인제(자민련) 의원 등 5명이다. 홍사덕 의원은 지난 1월5일 “제가 선배·동료·후배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정일에 대해 전체 국민의 10%는 호감을 갖고 있고, 10%는 호감도 악감도 아닌 그저 그런 태도를 취한다고 한다. 둘은 합하면 20%이고, 이들이 확고한 노무현 지지세력이란다”고 한 발언 등이 선정 근거로 꼽혔다. 그는 특히 지난 1월3일 한국방송 심야토론을 하던 중 “한나라당 해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 김정일 위원장뿐”이라는 ‘뚱단지’ 같은 소리를 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색깔론자’인 김용갑 의원은 2002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이 북한 노동당 2중대였다면, 노무현 정권이 되면 북한 노동당 2중대 1소대”라고 공공연히 색깔론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그는 특히 최근 같은 당 안에서 자신을 향한 퇴진 요구가 일자 “친북 좌파들이 나를 몰아내려 한다”면서 한나라당 의원을 향해 색깔론을 제기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원창 의원은 2002년 12월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노무현 당선자의 정권인수위 외교안보팀을 주사파가 장악했다.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위에 참여한 교수들이 과거에 쓴 논문을 보라.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해온 사람들이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 총선청년연대는 젊은 층의 선거 참여를 방해한 의원들을 낙천대상자로 꼽았다. 학생들이 국회 앞에서 선거연령 19살로 조정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박승화 기자)

색깔론 · 지역주의 조장한 의원 10명

이인제 의원은 대선 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행한 노무현 당시 경선 후보에 대한 일련의 색깔론 발언들이 거론됐다. 당시 이 의원은 “노 후보의 정책 노선이 급진적이며 대중선동적이다”거나 “노무현 후보의 주장대로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면 평양 사람들이나 좋아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마지막 낙천 선정 기준은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악용하는 노골적 선동에 대한 것이다. 이 기준에 따라 낙천대상으로 선정된 이들은 허태열·권철현·김만제(이상 한나라당)·김상현(민주당)·김종필(자민련) 의원 등 모두 5명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허태열 의원의 지역주의 선동 발언은 도를 넘어선 적이 여러 번이다. 그는 2002년 12월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부산 유세에서 “노 후보 하나만 경상도고 나머지는 다 전라도”라고 선동했고, 2000년 4월 총선 유세에서는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분은 손을 들어보라”고 한 뒤, 손을 든 시민에게 “혹시 전라도에서 오신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권철현 의원 역시 2002년 1월 “현 정권은 단군 이래 가장 썩은 정권이자 호남향우회 정권”이라고 발언했고, 김만제 의원은 2001년 10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TK(대구·경북)가 자기 몫을 찾으려면 뭉쳐야 한다”고 선동했다. “부산당·경남당 만들려면 DJ가 죽어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작태다”고 발언한 김상현 의원과 “툭하면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들이지, 우리 충청도민들이 아니다. 900만 충청도민들도 이리저리 찢기지 말고 똘똘 뭉쳐 의지와 수단을 발휘해야 한다”고 발언한 김종필 자민련 총재도 이 기준에 포함됐다.

총선청년연대는 낙천 명단에 오른 당사자들에게 서면을 통해 해명을 받으려 했으나 반응을 보인 의원은 원희룡 의원과 김상현 의원뿐이었다. 원 의원쪽은 “(총선청년연대의 명단 발표에 대해) 이해한다. 그러나 정치적 편향이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고, 김 의원쪽은 “왜 포함되어야 하는냐”며 항의했으나, 문제의 발언내용을 팩스로 보내준 뒤에는 반응이 없었다.

절망적인 한국 정치의 희망을 위하여…

청년의 눈으로 본 한국의 정치는 정말로 절망적이다. 부패, 비리, 무능, 색깔론, 지역주의 망발, 외세 추종, 민생 외면, 친일청산 외면, 철밥통 챙기기, 의문사 진상 규명 등 과거사 문제 해결 외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은 ‘정치권 판갈이’다. 이 때문에 총선청년연대는 총선시민연대와 함께 낙천·낙선 운동을 적극 벌여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낡은 정치의 기득권과 타성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