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급 군사당국자 회담 개최키로 남북 합의… 2차 국방장관회담 징검다리 기대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2월3일부터 6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13차 남북 장관급 회담 합의 중에서 ‘쌍방 군사당국자 회담 조속 개최’는 가장 눈에 띄는 성과다.
정부 관계자는 “군사당국자 회담은 지금까지 열린 군사회담과는 성격과 급이 다르다. 군사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장성급 접촉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기존 군사회담이 영관급(대령) 장교끼리 비무장지대 철도·도로 공사를 보장하는 군사 실무를 논의한 것에 비해, 이번 군사당국자회담은 장성급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실무문제 넘어 거대담론 다룬다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장성급 회담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이란 거대담론을 논하는 자리다. 남북 군사채널이 생긴 것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군사당국자 회담이 2000년 9월 1차 회담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는 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 개최의 징검다리 구실도 기대하고 있다.
군사적 신뢰 구축·긴장 완화 문제는 경제협력과 함께 남북관계란 수레를 이끌어가는 두 바퀴 가운데 하나다. 1990년대 이후 남북관계는 ‘경제협력’이라는 한쪽 바퀴에만 의존한 채 기우뚱거리며 굴러왔다. 남북관계가 순항하다 서해교전 같은 무력 충돌이 빚어지면 한순간에 얼어붙곤 한 것도 군사적 신뢰 구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쪽이 발표한 공동보도문은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기로 하였다’가 아니라 ‘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각기 군사당국에 건의키로 하였다’고 돼 있다. 보수세력은 이를 두고 ‘건의라니, 북한 군부가 남한 정부의 상전이냐’고 반발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남북 권력기구의 차이 때문이다. 남쪽 국방부는 내각에 속해 있지만 북쪽의 인민무력부는 내각이 아닌 국방위원회의 직접 지도와 통제를 받는다. 북쪽은 1992년 4월 헌법 개정을 통해 정무원(현 내각)이 갖고 있던 임무와 권한 중에서 ‘인민 무력건설에 대한 사업’을 박탈함으로써 국가기구 내에서 정부(내각)와 군부를 명확하게 분리시켰다. 이 때문에 내각 참사인 김령성 장관급 회담 북쪽 단장은 회담에서 합의했더라도 공식적으로 ‘건의’란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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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서해교전’의 발발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까? 연평도 꽃게잡이 모습.(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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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열릴 군사당국자 회담 의제는 서해상의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위한 연락체계 확보 등을 중심으로 다루되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공동 대처 등도 논의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어선들은 북방한계선(NLL) 부근에 몰려 새끼꽃게까지 마구 잡아들이다 남쪽 당국이 단속하면 NLL 위로 넘어가버리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서해상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남북 공해상 충돌 방지 협정 체결 △NLL 부근 공동어로 구역 설정 등을 제안하고 있다. 공동어업 구상은 남북이 NLL 근처의 어장을 공동 개발함으로써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막을 수 있다는 배경에서 나왔다.
서해상 긴장 완화와 공동이익 추구
한국국방연구원은 이를 위해 남북 정부간 공동어업위원회 설치를 거쳐 △남쪽의 어로금지선인 NLL 남쪽 5.6km에서 NLL 북쪽 수역까지를 공동어로 수역으로 설정 △공동어업합자회사 설립 △합의한 수의 어선 또는 어부가 꽃게 등 어족에 대한 공동어로 △잡은 수산물을 남한 판매망을 통해 세계시장 수출 △최종 이익금의 남북 동등 분배 등을 제안하고 있다.
서해 연평도 인근 꽃게잡이가 5월부터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4월 안에 군사당국자 회담의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3월부터는 남북 장성급 군사당국자 회담이 본격화돼야 한다. 2차례 남북 무력충돌의 도화선이 된 꽃게가 남북간 군사적 신뢰 구축의 디딤돌로 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