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02월05일 제49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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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 이제 오가는 건 해결됐고…

남북통행합의서 체결로 교류의 확고한 토대 마련…자유로운 방북활동과 장기체류의 길 열리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참으로 잘됐다. 민영미 사건을 생각해봐라. 그때는 정말 너무 괴로웠다. 당국간 협의 채널이 없었기 때문에 중간에서 애를 먹었다. 이제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통행합의서까지 체결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 대북 사업하는 사람들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게 됐다.”


△ 2003년 10월9일 평양과 개성을 둘러본 남쪽 참관단이 군사분계선에 마련된 북쪽 임시 세관을 지나 귀환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놀랍다, 북한의 ‘포지티브 협상 전략’

현대아산의 한 고위관계자는 1월29일 타결된 남북통행합의서 소식을 접한 뒤 남다른 감회에 젖는 듯했다. 1999년 2월28일 금강산 온정리휴게소 및 금강산 문화회관 준공식을 여는 등 순풍을 타던 금강산관광은 관광 시작 7개월 만인 6월20일 남쪽 주부 관광객 민영미씨가 북한 환경감시원에게 귀순 공작을 했다고 억류되면서 무려 40여일이나 중단된 적이 있다. 남북한 실무 당사자들은 속이 타들어갔지만 남북 당국간에 합의된 관련 법이나 규정이 없어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현대아산쪽과 북한이 베이징에서 관광 세칙과 신변안전보장 합의서를 체결한 뒤에야 김씨는 풀려났고 금강산 관광길은 다시 열리게 됐다. 현대아산 관계자들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악몽 같았다고 회고한다.

이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경제특구를 오가는 기업이나 일반인들은 한층 자유롭게 됐다. 남북은 1월29일 개성에서 사흘간의 1차 경협제도 실무접촉을 열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통행합의서)를 채택하고 가서명했다. 통일부는 “(남쪽 사람들의) 신체, 재산의 불가침권 보장, 법 위반자에 대한 강제송환 원칙 인정, 조사 중 기본적 권리 보장 등이 관철되어 우리 주민이 북쪽 지역에서 일방적으로 조사, 처벌받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확보한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쪽 사람들은 위반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 북쪽 지역에서 재판을 받는 일은 없을 듯하다. 이번 조처가 정식 서명과 국회 비준을 거쳐 시행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역에 출입하는 남쪽 사람들은 북쪽으로부터 별도의 신변안전 보장 각서를 받지 않고도 방북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이번 합의로 북한에 장기 체류하거나 거주하는 남쪽 사람들도 크게 늘어나게 됐다. 본격적인 남북한 인적·물적 왕래를 보장하는 주요한 법적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적어도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지역은 남북간 공동 협력과 번영의 지역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게 됐다.

이번 통행합의서 타결은 또 북한의 남북경협 의지를 재확인해주는 징표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매우 실용적으로 변한 것은 분명하다. 북한이 남북 대화에 임하는 자세는 ‘포지티브 협상전략’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합의와 협력을 성사시키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과거에 작은 빌미만 포착되면 판을 깨려고 했던 관행들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다.” 회담에 관여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의 귀띔이다.

통행합의서는 북한의 주권과 지도부의 권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북쪽 지도부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남쪽 사람들의 북한 내 범법행위는 대개 체제 모독행위와 연결되어 있다. 유일지도체제를 고수하는 북한으로서는 수뇌부와 관련된 위법행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심지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실린 신문지를 꾸긴 일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이 지금까지 남쪽 인사들에 대한 형사재판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버틴 이유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통행합의서 타결이 지연되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특구 개발이 더는 미뤄져서는 안 된다며 한발 물러서 합의서에 서명했다. 북한은 명분보다 실리를 확실히 선택한 셈이다. 남북은 지난해 11월 7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개성공단 개발의 제도적 문제를 2003년 안에 마무리짓고, 2004년 초 기반시설 착공에 나서기로 합의했으나, 통행합의서 채택이 늦어지면서 개성공단 개발사업의 큰 차질이 예상돼왔다.

추가 협의 더 있어야

이번에 타결된 통행합의서는 완결판은 아니다. ‘엄중한’ 위반행위에 대해선 남북이 별도로 합의해 처리하기로 단서조항을 달아 추가 협의하기로 했다. 남북은 앞으로 엄중한 사안에 어떤 범법행위를 넣을 것인가와 남북간 협의를 위한 기구 구성 등 쟁점은 더 논의해 부속합의서 형태로 구체화하기로 했다. 어쨌든 2002년 12월부터 1년 넘게 끌던 남북통행합의서가 전격 타결되면서 올해 가장 중요한 사업인 철도·도로 개통 및 개성공단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