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02월05일 제49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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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혼선 정리, 결론은 NSC

나종일 · 김희상 경질로 청와대 ‘자주외교파’ 독주 체제 마련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에 이어 1월30일 나종일 국가안보보좌관, 김희상 국방보좌관 등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3명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채 안 된 시점이다. 이들의 경질 사유는 각기 다르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중심으로 한 실무팀들과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는 점이다. 조만간 반NSC 정서를 보여온 국방부 내 일부 인사도 교체될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은 더는 한솥밥을 먹고 함께 일하기에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일찌감치 하고 있었다. 다들 자기 주관이 워낙 확고한 사람들이라 어정쩡한 타협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지난해 말 이라크 파병이나 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극심한 이견을 보였을 때 예견된 조처였다. 일부 인사는 아예 사표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앞으로는 ‘정부 내’ 외교정책 혼선을 질타하는 언론 보도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래도 외교안보팀 내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인사들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 지난 1월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식이 끝난 뒤 권진모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과 윤광웅 국방보좌관이 노무현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신임 보좌관들은 ‘실무형’

새로 청와대에 입성한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이나 윤광웅 국방보좌관은 전임자들과는 사뭇 다른 군 장성 출신의 전형적인 실무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육사 19기 출신인 권 보좌관은 육군정보사령관을 거쳐 임동원 국가정보원장 시절 해외 담당 1차장을 지냈고, 이어 임 전 원장의 천거로 월드컵 안전대책 통제본부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보좌관은 해사 20기로 합참 전략 1차장, 2함대 사령관, 국방부 획득개발국장, 해군전투발전단장, 해군작전사령관, 해군참모총장 등을 거쳤다. 김희상 전 보좌관과는 달리 ‘미국통’이 아니라는 특징이 있다.

공교롭게도 권 보좌관은 이종석 사무차장과 같은 용산고 출신으로 세종연구소에서도 함께 근무한 바 있다. 윤 보좌관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다. 또 이 차장은 그간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새 보좌관을 추천할 때 자기 색깔이나 주장이 분명한 사람보다는 팀워크를 더 중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이 차장보다 각종 현안들을 두루 꿰차고 있는 인물이 드문 탓에 권 보좌관이나 윤 보좌관이 한동안 자기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다.

따라서 이 두 사람은 그야말로 노 대통령의 보좌에만 충실하리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전처럼 주요 현안을 두고 치열한 정책경쟁을 벌이거나, 독자적인 장외 활동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켠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노 대통령이 자주국방, 주한미군 이전 등 중·장기적 군사 현안을 적극적으로 다루기 위해 이들을 발탁했다는 해석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노무현 정부의 대외정책은 순풍을 타게 될 것인가. 앞으로는 NSC에 더욱 국내외 시선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본인들의 부인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관측통들은 이번 인사를, 자주외교를 지향하는 NSC쪽의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 그만큼 NSC의 정책조정 기능이 강화되면서, 정책 실패에 따른 직접적 책임을 피하기도 어렵게 됐다.

NSC가 집중적 공격 대상될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더욱 노골적으로 이종석 사무차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할 자세다. 그의 위상이 한층 높아진 반면, 어려운 현안들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그가 집중적인 공격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미국 부시 행정부의 NSC 견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이나 나종일·김희상 보좌관의 경질을 지켜본 미국쪽 관계자들은 이종석 사무차장을 중심으로 한 자주외교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