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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냉전의 그늘] 지금 국보법은 ‘전가의 보도’ 송두율 교수 사건은 우리 사회가 냉전이라는 과거의 늪으로 얼마나 빨리 회귀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반성문 썼나요? 전향서를 냈다는 얘기는 없습니까?” 검찰을 출입하는 기자들이 검찰 간부를 상대로 송 교수 수사 관련 취재를 하면서 끊임없이 내뱉는 말이다. 사상전향 제도는 이미 지난 1998년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국내외의 거듭된 지적 때문에 폐지됐다. 그것을 대신해서 도입한 준법서약서는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국가보안법 사범의 석방조건으로 내도록 한 것이지만 이 역시 현 정부 들어 지난 7월 폐지됐다. 대신 국가보안법의 공소보류 결정을 했을 때 ‘충성서약서’라는 양식을 검사에게 내도록 하는 제도는 ‘공소보류자 관찰규칙’(법무부령)으로 남아 있다. 송 교수가 공소보류 조처를 받지 않는 이상 무슨 전향서나 반성문을 쓸 이유가 없는 셈이다. 남아 있지도 않은 전향서를 냈는지 다그치는 기자들의 수준은 우리 사회가 이 사건을 다루는 수준과 일치한다.
가장 황당한 장면은 9월30일 연출됐다. 민주화기념사업회가 연 심포지엄에서 기조발제를 하기로 예정돼 있던 송 교수는 주최쪽의 만류로 발제를 하지 못하고 행사가 끝날 무렵 잠깐 참석할 수 있었다. 뒤풀이 자리에서 그는 ‘대한민국 만세’ 삼창을 강요당했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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