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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스, 소송 내면 이긴다 98년 보안사 사찰 판례로 볼 때 국가는 ‘정보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피할 수 없어
지난 6월11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민원실에 세인의 관심을 끌 만한 소장이 접수됐다. 허혜영 인권운동사랑방 간사 등 44명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NEIS 때문에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것이다. 허씨 등은 1981년 이후 고교를 졸업한 20∼30대다. 이들은 “NEIS에는 81년 이후에 고교를 졸업한 사람들의 정보가 입력돼 있기 때문에 소송 당사자가 된다”고 주장했다. 허씨 등은 “교육부가 NEIS를 추진하면서 개인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관리함으로써 정보 인권이 침해당했다”며 1인당 1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이 소송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승소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소송의 승소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보안사 사찰 원고에는 노 대통령도 포함
안 변호사는 이 판례를 NEIS에 적용한다면 학생이나 학부모, 교사 등이 소송을 낼 경우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NEIS는 학교 단위로 보관하도록 돼 있는 생활기록부와 교원인사기록카드 등의 정보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국가가 수집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안 변호사는 “NEIS는 교육 목적으로 수집해 학교에 보관하도록 돼 있는 생활기록부의 정보를 행정적인 목적으로 국가 전산망에 수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개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이를 어기고 임의대로 정보를 수집하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수집된 정보를 단순히 집적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본래의 목적과 달리 사용한다면 개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NEIS는 교육 본래의 목적보다는 학교 행정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추진되고 있다. 당시 보안사가 수집한 정보 내용이 NEIS에 입력된 항목과 비슷한 점도 눈길을 끈다. 보안사는 당시 국회의원·언론인·문인·교수 등 저명인사 147명의 본적과 생년월일 등은 물론 병력 등 인적사항, 가족사항, 학력과 경력, 정당 및 사회활동, 주요 동향 등을 수집해 기록했다. NEIS도 학생의 주민등록번호 등 신상정보는 물론 건강기록부에 기록하는 병력과 출신학교, 사회봉사활동 등 주요 내역을 기록하도록 돼 있다. 교사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교사는 개인 신상정보는 물론 병역과 신체조건, 종교, 재산 등과 정당·사회단체 활동 내역도 기록하도록 돼 있다. 보안사 사찰 자료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보안사 사찰사건 판결은 그 내용 못지않게 관심을 끌 만한 사안이 있다. 당시 147명의 원고 중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포함돼 있었다. 노 대통령 사찰 자료의 개인특성란에는 “장기간 노동인권 변호사로 활동, 국회 진출 뒤 노동자 권익 빙자 각종 노사분규 개입”이라고 기록돼 있다. 노 대통령뿐 아니라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등도 원고에 포함됐다. 원고쪽 변호인단에는 김창국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박주현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이 참여했다. 노 대통령 등 원고들은 대법원 최종심에서 승소가 확정돼 200만원씩의 위자료를 받았다. 안 변호사는 “노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NEIS 문제에 다른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보안사 사건 대법원 판례말고도 승소 가능성을 높이는 판례는 많다. NEIS 소송을 맡은 이은우 변호사는 “정보통신업체가 영업 목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넘길 경우 그 업체에 손배 책임을 묻는 판결이 많다”며 “NEIS의 경우 입력 정보가 많기 때문에 국가의 손배 책임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업적 목적을 띤 사기업에 넘기는 것과 행정적 목적을 가진 국가에 넘기는 것은 차이가 있지만, 정보가 수집된 당사자 입장에서는 사기업에 정보가 넘어가든 국가에 넘어가든 느끼는 피해의식은 같다”고 주장했다. 안 변호사 등이 주장하는 ‘자기 정보의 자기결정권’은 헌법상의 적극적인 권리다. 다시 말하면 개인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재단의 이구현 박사는 “개인들이 자기 정보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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