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3년06월26일 제465호 

개인정보를 주무른 자들

1990년 10월4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한국기독교협의회 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국군보안사(현 기무사) 서빙고분실을 막 탈영한 윤석양(당시 24살) 이병이 보안사의 불법 민간인 사찰을 폭로했다. 군사정권에서 소문만 무성했던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 실상이 구체적 증거자료를 통해 생생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윤 이병의 기자회견은 추석 귀향길에서 막 돌아온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국회의원과 교수, 언론인 등 사회 각계 인사 147명의 개인정보가 보안사에 의해 수집·관리됐다는 사실은 시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택시나 다방 안에서 무심히 한 대화 내용, 여자관계 등 은밀한 사생활과 개인적 약점·비리 등 개인생활 구석구석에 보안사의 손길이 미치고 있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시 사찰 대상에는 고 문익환 목사 등 재야 인사는 물론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등 현 정부 고위 관료, 박원순 변호사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다수 포함됐다.

윤 이병의 폭로 내용은 다음날 <한겨레>에 특종 보도됐다. 군사정권의 도덕성에 일대 타격을 가한 이 사건에 대한 군사정권의 첫 반응은 엉뚱했다. 국방부는 “윤 이병이 공개한 문건은 보안사에서 전시나 비상시에 대비하여 적 또는 불순세력으로부터 요인들을 보호·차단하기 위해 작성한 신상자료로서 정치적 목적의 대민사찰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해명’을 했다. 보안사 사찰을 규탄하는 시위와 집회가 연일 계속됐지만 이 사건에 책임을 지는 정부 관료는 아무도 없었다.

윤석양씨는 장기간 수배생활 끝에 군 당국에 체포돼 군사법원에서 2년형을 선고받고 공주교도소에 수감된 뒤 1994년 11월7일 만기 출소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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