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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못 말려! 대북송금 수사 관련 잇딴 형사처벌에 우려의 목소리… 정치권 이어 시민단체 등도 문제제기 움직임
‘돈으로 평화를 산 통치행위’ 대 ‘반국가단체에 뇌물을 건넨 불법행위’ 대북송금 수사를 벌이고 있는 송두환 특별검사팀이 형사처벌 대상자를 확대하면서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특검팀은 수사 개시 후 50여일이 지난 현재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과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 2명을 구속하고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을 불구속기소해 모두 4명을 형사처벌했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은 이번 사건의 얼개를 그려놓은 상태다. 즉, “3년 전인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가 주도하고 국정원이 개입돼 현대그룹과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적어도 4억5천만달러가 북한에 송금됐다”는 것이다.
“실정법 어겼으면 형사처벌 감수해야”
특검팀의 형사처벌 범위는, 현상적으로만 보면, 애초 예상보다 훨씬 넓어진 게 사실이다. 최 전 실장 등의 공소장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특검팀이 파악하고 있는 이 사건 연루자는 최소한 16명이다. 기왕 처리된 4명을 빼고도 10명 이상이 형사처벌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대상자가 폭넓어진 것과 관련해 특검팀 관계자는 6월9일 “정치적인 판단을 앞세울 수 없는 특검팀의 한계 때문에 실정법상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적극적인 반발 움직임은 민주당 안에서 터져나왔다. 민주당 의원 30명은 6월3일 성명을 내어 “대북송금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평화비용”이라며 “진상은 밝히되,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정균환 원내총무는 “특검의 과잉수사와 구속처리는 남북화해와 통일의 민족적 비전에 대한 사법적 테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민감한 반응은, 당 정세분석국이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 특검수사가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대한 동의 비율이 56.7%로 절반이 넘고, 특히 호남(70.8%)과 민주당 지지층(66.4%)에서 그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남북관계를 원천적으로 훼손하는 수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노 대통령, 6월2일)거나 “남북관계는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걱정스러운 점도 많다”(김대중 전 대통령의 ‘늦봄통일상’ 수상소감)는 전·현직 대통령의 의견 표명도 이같은 움직임에 불을 끼얹고() 있는 형국이다.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통일문제를 주로 다루는 시민단체는 물론 환경단체나 여타 시민단체들 내부에서조차 특검의 수사방향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자세한 수사상황이 언론에 실시간으로 노출되면서 그렇잖아도 핵문제 등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철저한 수사와 정치권의 불개입 원칙을 강조하면서 특검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자가 생겨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애초 이 사건을 특검으로 가져가겠다는 결정이 나오면서부터 불가피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어차피 수사기관이 사건을 맡은 이상 진상규명 차원의 정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특별검사제도의 본질에 비춰볼 때 수사팀의 운신의 폭은 극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검찰과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은 옳았나
외부의 우려와 달리 특검팀은 앞으로의 수사방향을 비교적 명확히 정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대북송금의 대가성 자체는 처벌하지 않되, 대출과 송금과정에서 실정법을 어긴 것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형사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송금과 정상회담 대가성과의 관련성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회담 직전 북쪽을 극비 방문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핵심 이슈에서 멀어지고 있다. 어쨌든 수사보류를 결정했던 검찰 수뇌부의 결정(상자기사 참조)이나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은 노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여론이 당분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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