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3년02월19일 제447호 

그래도 주한미군은 지속된다?

미국이 재배치·감축 가능성 언급한 속사정… 새로운 안보전략 차원서 이익 극대화 노려


사진/ (한겨레 이정용 기자)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2월13일 미국은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 재배치와 감축 가능성을 포함한 주한미군 문제를 공식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주한미군은 한반도 방위를 보증하는 가운데 서울과 비무장지대(DMZ) 지역에서 상당수 병력을 이동시키고 해군과 공군력에 더욱 중점을 두는 쪽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병력이동 능력 개선에 따라 일부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11일 “냉전 종식 11년이 지난 지금 변화하는 환경에서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갖춰야 할 최선의 병력구조에 관한 재검토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정책은 변화… 반미운동은 하위변수

이날 럼즈펠드 장관은 “주한미군 재배치는 한국 정부의 협력 아래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거나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주한미군의 주둔과 철수문제는 전적으로 미국의 동북아 이해관계와 전략적 판단에 달려 있음를 해방 이후 한-미 관계가 실증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은 △1949년 6월 완전철수 △1954년 휴전 직후 8만5천명의 병력만 남긴 채 철수 △1970년 제7사단 철수 △1977년 카터 대통령 6천명 철수 △1990년 1만5천명 철수 등 지금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전면철수 또는 감축이 진행되었다. 관련 전문가들은 “미국이 미군 감축과 관련한 정책결정시, 동맹국인 한국과 깊이 있는 협의를 거친 예가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상기할 필요가 있다”(<한반도 평화와 주한미군>, 세종연구소, 2001년 11월 펴냄)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 2월13일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재배치와 감축 가능성을 제기했다. (GAMMA)


최근 주한미군과 관련한 논란에서 ‘주한미군은 미국에도 이익이 되니까 계속 머물 것’이란 일부 사회운동세력의 주장은 미국의 대아시아정책과 군사정책의 변화를 분석하지 않은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런 주장과는 반대로 “한국의 반미운동이 주한미군을 내쫓고 있다”는 보수세력의 주장 또한 미국의 주한미군 정책이 한반도 상황뿐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의 하부구조로 전개돼온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이 원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미국 보수파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촛불시위가 번지기 휠씬 이전인 지난해 9월 폴 월포위츠 미 국방차관 방한 때 미국이 처음으로 한-미 동맹의 미래상을 검토하자는 제안을 해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두 나라는 이 문제를 공동연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1990년대 냉전이 끝난 뒤 미국은 군사혁신 차원에서 새로운 전력체계와 안보전략을 짜고 있다. 미국은 기존 군구조가 동서 진영이 맞서던 냉전시대의 군사태세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걸프전과 코소보전을 치르며 상대의 정찰·타격 도달거리 밖에서 먼저 보고, 먼저 결심해, 먼저 타격하는 빠른 속도의 작전으로 ‘스마트’한 승리를 거머쥐는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미국은 코소보전에서 지상병력을 투입하지 않고 항공기와 정밀유도무기 등을 이용해, 외과의사가 환자의 환부만을 도려내듯 필요한 부분만을 골라 선별적으로 타격하는 방식의 전쟁을 수행함으로써 새로운 군사운용 개념을 실험했다. 따라서 미국은 탱크나 포병부대 등 지상전에 필요한 전투력보다 장거리에서 적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폭격기·정밀유도무기·무인비행기 등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충격처럼 받아들이지만 주한미군 재배치나 감축 논의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1년 5월, 한국을 찾은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미군의 기동성과 화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대신 해외 전방배치 병력을 크게 줄이는 내용을 뼈대로 한 새 국방정책을 설명하기도 했다.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여러 차례 “병력을 줄이면서도 한반도에서 현재의 군사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며 정보·통신 등 고도의 군사기술력을 강화하는 대신 병력을 일부 감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는 2001년 5월 “미국은 장거리 수송능력과 타격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해외 주둔군의 축소를 시도할 것이며 인도와 중국을 중시하는 정책을 채택함에 따라 미 해외주둔 지상군의 전환배치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미 랜드연구소는 경기 오산과 전북 군산의 미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는 4개의 전투비행대대는 그대로 유지하되 감축 압력이 높아지면 이 가운데 1개 기지를 없애고 1~2개의 비행대대를 괌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시 정부는 동아시아 전략에서 중국의 위협을 중시하고, 중국이 해상수송로를 위협할 가능성에 대비해 괌의 전략적 가치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사진/ 미군은 미국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한국정부 의사와 무관하게 5차례 병력을 감축하거나 철수한 적이 있다. (GAMMA)


2001년 미 국방부의 연례보고서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군 10만명선을 유지한다”는 내용이 빠지는 대신 “지역에 고도능력을 갖춘 군사력을 유지한다”는 모호한 내용이 들어갔다. 기존 클린턴 행정부가 주한미군(3만7천명)과 주일미군(4만7천명) 등을 합쳐 미군 10만명이란 숫자에 집착한 것은 실책이란 것이다. 효과적인 안보협력을 위해서는 숫자모음보다는 ‘정작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강조해야 했다는 것이다.

미군에 의존한 군사력 재검토 필요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 연구기관들에서는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 2사단이 다른 아시아 지역의 분쟁발생 때 신속대응군 구실을 할 만큼 전략적 기동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2개여단 가운데 1개여단만을 남기고 알래스카·괌·하와이니 미국 서해안으로 철수하는 방안도 꾸준히 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전방의 미군 병력과 서울 용산 미군기지를 한강 이남으로 옮길 경우 북한군의 전력 후방배치나 재래식 무기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 문제를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세계전략과 아시아정책 차원에서 접근하고 결정한다. 우리도 국익 극대화를 위해 주한미군의 지위와 역할, 한-미 연합사령부 구성과 운영,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등 한-미 동맹체계에 대한 재검토를 하고, 미국에 의존한 무기개발과 구매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구체적으로 해야 할 때가 눈앞에 다가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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