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생 60%가 갈 곳 없는 제3차 취업대란 속 비관자살 잇따라… 빈민계층 사이에선 ‘학업무용론’ 확산… 제2의 톈안먼 사태 부를 수도
▣ 베이징=박현숙 전문위원 strugil15@hanmail.net
10월1일부터 시작되는 일주일간의 국경절 연휴를 며칠 앞둔 베이징 시내 곳곳의 ‘인재시장’은 말 그대로 ‘썰렁’했다. 매일같이 정기적으로 열리는 각종 채용박람회 행사가 ‘파장’을 하고 달콤한 휴가에 들어간다는 공고문이 문 앞에서 ‘씨~익’ 하고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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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중국 동부 안후이성에서 열린 취업박람회. 매년 대졸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중국에서 올해 대졸자의 60%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로 전락하게 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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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휴가를 알리는 공고문 앞에서도 여전히 인재시장을 떠나지 못한 몇몇 사람들이 눈에 띈다. 대개가 학생처럼 보이는 앳된 얼굴들이었다. 까오양도 그중 한 명이다.
구직공포, 자살공포
올해 7월 장시성 이춘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베이징에 올라왔다는 그녀는 매일같이 베이징 곳곳의 인재시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당분간 베이징에 있는 친척집에 얹혀 살기로 했지만 하루하루가 가시방석 같다고 한다. 졸업 뒤 근 석 달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까오양은 지난 9월26일 국가 변호사 자격시험을 치르고 지금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법학을 전공했고 변호사 자격증을 따면 취직은 따놓은 당상이 아니냐”는 질문에 까오양은 “그건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한다. 생각하는 것처럼 법률 전공자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게다. 고작해야 전문 법률사무소나 부동산 회사, 일반 기업 등의 법률자문 부서 정도인데 그것도 명문대 학생들이 일순위고 자기처럼 지방의 이름 없는 대학을 나온 학생들은 전공과 딱 맞는 직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제3차 취업대란을 맞고 있다. 1차 대란은 70년대 말 문화대혁명 기간 중 농촌으로 하방됐던 청년들이 한꺼번에 도시로 복귀하면서 일어났고, 2차 대란은 90년대 들어 국유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노동자들이 대규모 ‘샤강’(준실업 상태)되면서 벌어졌다. 그리고 지금 제3차 취업대란이 찾아왔다. 이번 3차 대란의 주인공은 주로 대학생들이다.
베이징 안딩먼에 있는 또 다른 인재시장에서 만난 리타오 역시 까오양과 마찬가지 신세였다. 그 역시 올해 7월 네이멍구에서 대학을 갓 졸업하고 아직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한 대졸 미취업자다. 그는 대학에서 광고학을 전공했다. 같은 과 동기들 중 졸업 뒤 취직한 비율은 20%도 안 된다고 한다. 그 20%도 ‘알고 보면’ 제대로 취직된 게 아니라 보수나 직장이 마음에 안 들지만 할 수 없이 임시로 취직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나머지 학생들은 대부분 광저우나 선전 등 연해 지역으로 가서 허드레 잡일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장기 구직전을 치르는 중이란다. 자신도 지금은 고향 허베이에서 조그만 회사의 비정규직 잡일을 하며 틈틈이 베이징에 와서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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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베이징의 런민대학 학생들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베이징 소재 명문대 출신자들도 일자리를 찾지 못할 정도로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최근 중국에선 ‘학업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사진/ 한겨레 이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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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23살이랍니다. 현재 몇 달 동안 집에서 놀고 있죠. 매일 하는 일이라곤 집에서 인터넷을 하거나 신문을 뒤적거리며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뿐이에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자살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휴~.”(jary006)
“저는 MBA(경영학석사)를 졸업했어요. 하지만 근 1년 동안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집에서 놀고 있죠. 이제 자신감도 없어지려 하고 정말이지 죽고만 싶어요. 창피해서 밖에 나가기도 싫고 친구나 친척과도 연락을 끊고 싶어요. 누가 날 좀 구할 수 있을까요?” (myc ool8 413m)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죽고 싶다’고 비명을 지르는 중국 ‘이태백’들의 하소연이 사이버 공간을 메우고 있다. ‘죽고 싶다’는 이들의 ‘절규’와 ‘비명’은 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국 우한의 한 대학에서는 세 명의 여학생이 구직난을 비관해 자살한 사건이 벌어졌는가 하면, 베이징 사범대와 인민대에서도 구직난을 비관한 학생들의 자살 사건이 잇따라 중국 사회에 구직 공포에 이어 자살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말의 줄임말인 ‘이태백’이 우리 사회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은유하는 유행어가 됐듯이, 지금 중국에서도 ‘대학 졸업은 곧 실업’이라는 말이 유행어 아닌 유행어가 됐다.
대학 졸업생 1400만 명이나 초과
중국 대학 졸업생들이 ‘멀쩡히’ 대학을 나오고도 취직을 하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발에 차이는 게 대학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크게 불어난 대학 입학 정원이다. 1998년 중국 정부는 ‘교육 시장화’와 ‘교육 대중화’를 내걸며 대학 입학 정원을 크게 늘렸다. 그러다 보니 매년 졸업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고, 자연히 기업들의 노동력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더 초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대학 졸업자 수는 기업 수요보다 약 1400만 명이 초과된 상태로, 지난해보다 100만 명이 더 증가했다. 때문에 올해 중국 대학 졸업자들 중 약 60%는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 신세가 될 판이다.
대학 학비도 큰 폭으로 올랐다. 1994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대학 학비는 약 20배 늘어난 반면 1인당 국민 평균소득 증가율은 4배가 채 못 된다. 그래서 농촌과 도시의 빈민계층들 사이에서는 ‘돈도 되지 않는 대학 졸업장은 무용지물’ ‘자식 가르쳐봐야 소용없다’는 ‘학업무용론’까지 확산되고 있다. 중국 <신화사> 보도에 따르면 허베이성의 경우 최근 중겙玆紵閨?자퇴율이 90%에 이르며 이 자퇴생들은 대부분 부모의 강요에 의해 일찍부터 도시 등으로 돈벌이를 나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올해 3월 초 열린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 기간의 ‘핫이슈’ 역시 대학생 구직난이다. 양회에서 나온 ‘대안’ 중에는 대학생들을 농촌으로 보내자는 ‘신하방 운동’이 큰 주목을 받았다. 원래 ‘하방운동’은 1968년 문화대혁명 기간 중 도시의 지식청년들을 농촌으로 보내 중국 농촌의 현실과 농민들의 생활을 체험케 함으로써 사상 개조를 한다는 혁명운동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 운동의 또 다른 목적은 당시 문화대혁명의 영향으로 실업자나 마찬가지였던 도시 홍위병들과 청년들을 농촌으로 보내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도 있다. 이런 하방운동이 약 40년이 지난 지금 중국에서 다시 한 번 효과적인(?) 청년실업 해결책으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의 반응은 아무리 정부가 ‘꼬인다’고 해도 여전히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겠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있다. 베이징 과학신식대 3학년생인 리첸은 “60년대 말 하방운동이 수많은 젊은이들을 달콤한 혁명언어로 꼬여 농촌으로 보낸 것처럼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신하방 정책 역시 근본적인 대학생 구직난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신하방 정책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며, 대다수 학생들은 이를 ‘신 속임수 정책’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실업 해결 위한 신하방 운동?
“대학을 나와도 후회하고 안 가면 평생 후회한다”는 중국 대학생들은 지금 유례없는 취직전쟁 앞에서 필사적인 ‘전투’를 치르고 있다. 한 ‘악에 받친’ 대졸 구직자는 인터넷을 통해 이런 ‘협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대학생들의 실업 사태를 우습게 보지 마라. 5?운동과 6? 톈안먼 사태의 교훈을 잊었느냐. 우리가 들고 일어나면 다시 한 번 중국에 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