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트페테르부르크=박현봉 전문위원 parkhb_spb@yahoo.com
세계 최강국을 가늠하는 여러 가지 척도 중 우주 개발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무엇보다 크다. 1961년 4월12일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 공간을 밟은 뒤 미국은 급선무로 러시아 따라잡기에 나서 68년에는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영화 <스타워즈> 출현 이래 많은 공상과학물에서 우주 공간은 인간 거주 공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됐다. 하지만 세기가 바뀌어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했음에도 우주 공간은 여전히 군사용이나 과학탐구용이 아닌 일반인을 위한 상용 공간으로 여기기에는 많은 애로점이 있었던 것도 분명하다.
이러던 차에 지난 2002년 4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우주관광객이 탄생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70살에 가까운 고령의 미국 백만장자 데니스 티토씨. 제1호 우주관광객이 미국 시민이었던 만큼 화두는 “역시 미국이 우주 강국이야”라는 표현으로 압축됐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에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공학의 새로운 차원이라 할 수 있는 우주관광 개발계획을 대대적으로 발표했고, 이때만 해도 러시아 쪽에서는 러시아가 이 미지의 분야에 참여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으로 평가됐던 것이다. 당시 러시아는 지난 20세기 대사건 중 하나로 기억되는 우주정거장 미르호의 태평양 추락으로 우주 개발 분야에서 구시대의 낙후된 기술로 겨우 연명하는 우주 분야 2등 국가로 찍혀 있었던 것.
그러나 2001년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러시아는 그간의 소극적 자세를 바꿔 러시아 최대 우주공학 업체로 정평이 나 있는 로켓트·우주 산업체 에네르기야 회장 유리 세메노프씨가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주관광 사업의 본격 착수를 선언하는 등 발빠른 행보에 나섰다. 2002년 3월 중순 민영 등 러시아 주요 방송들은 인류 역사상 첫 우주관광객 수송을 위한 우주선 C-21호의 발사가 2004~2005년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텔레비전 방송으로 발사될 우주선 모양이 공개됐다. 조종사 한 명과 관광객 두 명을 탑승시킬 수 있는 C-21호는 대기권 밖의 최하층부 우주 공간으로 추정되는 고도 100km 이상을 항해할 수 있고,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짧지만 3분여 동안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게 되고 푸른빛의 지구를 내려다볼 수 있다. 급기야 그 다음달인 2002년 4월25일 미국계 회사 스페이스 어드벤처의 주문에 따라 인류 최초의 우주관광객 티토씨를 태운 러시아 우주관광선이 우주기지 바이코누르에서 발사됐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