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본사, 감독판 DVD 청원운동, 리뷰북 제작, 성지순례… 드라마 마니아들이 사는 방법

△ 여러 드라마의 갤러리 짤방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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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완전한 사랑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 사랑이 이렇게 오래 남을 줄. 홀연히 왔다가 사라지는 만남이 20번, 일주일에 두 번, 1시간. 짧은 만남 뒤, 이별은 예정된 것이었으나 눈물은 그칠 줄 몰랐습니다. 날카로운 레전드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를 외우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샤방샤방을 달았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하드디스크에는 짤방이 쌓이고 뮤비를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을 독학했습니다. 다시보기가 비디오테이프라면 마그네틱이 다 닳아 없어졌을 겁니다. 나의 사랑은 ‘드라마 같은 스토리’ 정도가 아닙니다. 나의 사랑은 드라마입니다.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어떤 사람들에게는 드라마를 한 편 다 보는 것이 대단한 일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전편을 한 번만 보는 것은 감질나는 일이다. 누리꾼 ‘베라라키’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하 개늑시·2007) 본방송 기간 내내 반복해서 돌려보았다. 그는 “일주일 7일 내내 드라마 <개늑시>만이 존재하는 듯했다”고 말한다. “(수·목 드라마인 <개늑시>를) 수요일 방송분은 목요일에 1번 다시 본 뒤, 목요일 방송본을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하고, 목요일 방송분은 금요일에 다시 복습하고, 주말에 수·목 방영분 이어서 다시보기를 했다. 한 주에 적어도 2번 정도는 다시보기를 했다.”
‘닥본사’하고 다운로드하고 MP3로 듣고
드라마 마니아들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다모>(2003)의 팬 ‘고진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보기를 여러 번 했지만 특별히 더 좋아하는 에피소드만 골라서 반복하는 것도 즐긴다. <다모>는 드라마가 종영된 뒤 2년 동안 매일 저녁 식사하면서 하루에 한 편씩 보았다. “적어도 편당 100번은 본 것 같다.” 지금도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복습을 한다. 덕분에 당시 네 살이던 아들도 지금 <다모>에 관한 이야기라면 입에서 줄줄 나올 정도다.
‘이현주’는 <파리의 연인>을 20번, <내 이름은 김삼순>을 50번 이상 보았다. <…김삼순>의 경우 50번까지 세고 그 이후로는 안 셌다. 그는 다시보기 중간중간에 ‘짤방’(잘리지 않기 위해서 올리는 이미지)을 만들어 갤러리에 올린다. “기억이 안 나 혹시 잊어버릴까봐서”다. 그는 다시보기 재미의 최고봉은 ‘대사치기’라고 말한다. 삼순이가 대사하면 진헌이 대사를 자신이 하는 식으로 등장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경지에 이르면 거의 속도까지 똑같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드라마가 쩍쩍 붙는 느낌”이라고 한다.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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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기본적으로 ‘닥본사’를 하지만, 그것만이 드라마를 보는 방법은 아니다. 최근 ‘레전드’의 반열에 오른 <태양의 여자> 같은 경우는 초반 시청률이 6.8%에서 27.3%(TNS미디어코리아)로 치솟았다. <태양의 여자> 스토리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음을 감안할 때, 여러 경로를 통한 ‘학습효과’를 보여주는 예다. <마왕>(2007) 팬들이 모이는 ‘마왕 갤러리’의 경우에는 최근 일본 팬들이 부쩍 늘었는데, 일본판 리메이크 <마오>(魔王)를 보고 들른 갤러들이다. 이들은 ‘1년 늦게’ 발견했음을 수줍게 고백하며, <마오>가 아닌 <마왕>의 팬이 됐음을 인정한다. 팬들이 즐기는 도구는 그 외에도 다양하다. <메리대구 공방전>을 좋아하는 ‘참’은 다운로드를 해서 보는 스타일이다. 온디맨드TV(하나TV)로도 본다. 그는 DVD를 구매해 보기도 했지만, 요즘은 주로 ‘음성파일’만 따서 MP3로 드라마를 ‘듣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리스트
드라마를 ‘느끼기 위해’ 팬들은 성지순례를 감행한다. <메리대구 공방전>을 좋아하는 ‘단무지’는 최근 ‘메대공갤’ 7명과 함께 성지순례를 떠났다. 메리네 집에 가서 넝쿨의 ‘변화’를 살펴본 뒤 효창공원으로 갔다. 드라마에서 이하나와 지현우, 두 백수는 이 효창공원에서 쿠폰을 모아 피자를 시켜먹었다. ‘단무지’ 일행은 피자를 시켜먹지는 않고 피자집에 갔다. 할인쿠폰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수 정신을 본받아서 그렇죠.” ‘단무지’는 촬영 기간에도 버스를 타고 무수히 왔다고 한다. ‘단무지’는 드라마갤에서 만난 친구들과 취향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인생의 친구를 드라마를 통해 만난 거죠.”
이들은 한 드라마에 몰입하면서 감독과 작가의 이름을 외우고, 스태프의 작품 계보도를 그린다. ‘이현주’는 “한 드라마를 50번을 봐봐라. 웬만한 장면, 조명, 햇살의 정도까지 전부 외우게 된다. 스태프들이 일해놓은 숨결 하나하나를 전부 외우게 된다”고 말한다. <궁>부터 시작한 ‘라일락 향기’의 마니아 리스트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궁>의 주지훈 때문에 <마왕>을 닥본사 한 뒤 전형적인 마니아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성별곡>은 <마왕>의 대식 역할을 한 한정수씨 때문에 보다가 빠졌고, <얼렁뚱땅 흥신소>는 마왕의 스태프, 특히 편집신공 영주님과 욕사마님(박찬홍 감독)의 후배인 함영훈 감독님, 그리고 <한성별곡>의 음악감독 최철호님이 뭉쳤다기에 주저 없이 선택해서 보았다. 모두 실망시키지 않았다.”

△ 마니아 드라마의 효시 <거짓말>의 10주년 모임이 열렸다. 마니아들은 10년 동안 넓고 깊게 성장해왔다. (사진/ <거짓말> 카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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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본 드라마는 인생관도 바꾼다. <마왕> 팬 ‘dramatic’은 “우리 사회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됐다. 말하자면 부끄럽지만 보수 쪽이었는데, 시청한 뒤 성향이 아예 진보 쪽으로 확 기울게 됐다”고 말한다. <개늑시>를 보면서 ‘베리라키’는 “내가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부작용도 있다. <부활> 팬 ‘pir0317’은 “옛날에는 웬만한 드라마는 거의 다 보았는데 이후에는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오히려 시청을 잘 안 하게 됐다”. 부작용 뒤 반전도 온다. <메리대구공방전>의 팬 ‘tory3307’은 “대사를 달달 외워서 일상생활에서 거의 써먹었다. 극중 메리가 하는 행동도 따라했다. 가족들이 ‘도대체 왜 그러냐’고 면박을 주었는데 꾸준히 하니까 받아주더라”고 한다. ‘무색’은 노을만 보면 <개늑시>의 수현의 독백이 자동 플레이되고 주사위만 보면 <부활>이 생각난다. 그는 시청률, 방영 다음날 기사, 그날 러닝타임, 광고 개수까지 다 찾아본다.
드라마를 위해 그들은 오프라인에서 발벗고 나선다. <개늑시> 팬 ‘Bourne’은 드라마가 오래 기억되도록 뛰어다녔다. “1주년 때 영상회를 개최하고 여기에 갤러 100여 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9월께부터 올해 2월까지는 감독판 DVD 발매를 위해 국내외적으로 서명운동을 받았다. 국내 팬 총 600명, 해외 팬 총 200여 명이 서명을 했다.”
<개늑시> 감독판 DVD는 나오지 않았지만, <마왕>은 이런 팬들에 힘입어 1년 만에 감독판 DVD가 나왔다. 방영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 ‘청원’은 산 너머 산이었다. 감독판 DVD 추진위원회의 회장 윤혜준씨는 “<부활> 감독판이 나왔기에 같은 감독의 것인 <마왕>도 나오리라고 방심하고 있었다”고 한다. DVD 제작사 쪽은 선입금 주문제를 요구했고, 인원수로 800명을 제시했다. 방송 뒤라 이 인원을 채우기는 쉽지 않았다. ‘마족’(<마왕> 팬을 이르는 말) 400명에다 케이블을 통해 <마왕>이 방영 중인 일본을 공략했다. 일본 소넷에 블로그를 만들었다. 일본 쪽 DVD 판권은 일본에 팔린 뒤고, 코드가 달라 한국 DVD는 재생도 안 되지만 일본 팬들 선입금자는 350명이었다. 추진위원회는 싱가포르 등지의 팬들을 노린 영어 공지문도 만들었다. 그래서 청원 페이지는 공지문이 3개 국어로 뜨는 ‘다국적’ 사이트였다. 이들은 제작사에 ‘빨간 봉투’(<마왕>에서 살인예고 타로카드가 배달되는 봉투)를 집단으로 보내기도 하고, 기사화를 ‘약간은 겨냥한’ 모금활동도 벌였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기금을 모은 것을 기자들에게 알렸고, 이와 함께 ‘감독판 DVD’가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기사에 넣도록 했다. 결국 ‘시청자가 만든’ 감독판 DVD가 출시되었다. 현재는 ‘품절’ 상태라 제작사 쪽은 재발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 <마왕> 감독판 DVD 추진위원회 윤혜준씨가 모은 <마왕> 관련 기념품들. <마왕> 마니아들은 교통카드, 에폭시, 리뷰북, 잡담북 등을 만들었다. 그외 일본에서 나온 소설, 가이드북도 팬들의 수집 대상이다. (사진/ 한겨레21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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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사이 부쩍 세련돼진 리뷰북
‘드라마 리뷰북’ 역시 마니아들의 역량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사진, 짤방, 만화, 비평, 에피소드, 인터뷰 등의 내용도 수준급이지만 표지, 인쇄, 디자인 등도 판매되는 책 못지않다. 회원들의 리뷰를 단순히 모으던 ‘리뷰북’은 1년 사이 부쩍 세련돼졌다. ‘부활갤’은 최근 3주년 기념으로 <부활> 발간을 앞두고 있다. 리뷰북팀은 16명의 스태프로 구성돼 활동했다. 디자이너들은 여름휴가를 이용해 막바지 작업을 했다. <부활> 리뷰북의 리뷰와 인터뷰팀 조은영씨는 “돈 준다고 하면 도리어 더 열심히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들이 열광하는 많은 드라마는 시청률이 별로 높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에게는 “시청률이 40%가 나오든 3%가 나오든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다.”(‘최경호’) 단기적인 시청률에 목매는 것에 대한 비판도 터져나온다. 윤혜준씨는 “<마왕>의 시청률이 낮았지만 일본에 리메이크 판권을 팔고 케이블 방영권도 팔았다. 일본에는 노벨라이즈 소설에다, 가이드북, 부가 영상만 모은 ‘컬렉터스 DVD’, 메이킹필름을 모은 ‘메이킹필름 프리미엄 DVD’까지 나왔다. 한국에서 나온 OST는 일반 가요도 팔리기 힘든 2만 장을 돌파했다. 작품을 만들면 인정받는 것이다”라고 한다.
얼마 전 ‘마니아 드라마’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거짓말>이 10주년 기념파티를 했다. 인터넷의 드라마 패러디 열풍을 일으킨 <다모>는 이제 5년이 됐다. 마니아들은 각개분투로 드라마의 눈을 높여오고 있다. 마니아들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드라마를 기다려서 보고, 기념품을 만들고, 간식 이벵(촬영장에 간식을 보내는 이벤트)을 하고, 서명을 하고, 청원운동을 한다. 드라마를 볼 때마다, 두 명이 울면 두 명분을 울고, 세 명이 울면 세 명분을 운다. 그리고 이들은 시청률이 낮아서, 혹은 신인배우가 출연해서, 홍보가 적어서 묻혔던 드라마를 반드시 찾아낸다. 얼마나 다행인가.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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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갤’의 1년
‘정전갤’을 넘어 1주년 모임까지
<한성별곡-正>(이하 한성별곡)은 지난해 한국방송의 유일한 8부작 드라마다. ‘사내 공모’를 통해 8부작이 결정됐으며 90% 사전제작으로 완성됐다. 한국 드라마 풍토에서는 보기 드문 8부작, 사전제작 드라마였던 것이다. 드라마는 2007년 7월9~31일 월·화 밤 9시55분에 방송됐다. 같은 시각 문화방송은 <커피프린스1호점>, SBS는 <강남엄마 따라잡기>를 내보냈다. 마니아 군단을 거느린 윤은혜와 공유의 ‘러브 폭격’과, ‘교육열’을 적극적으로 비튼 하희라의 복귀작 사이에서 신인배우를 대거 기용한 <한성별곡>은 10%가 안 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 <한성별곡> 1주년 모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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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별곡 갤러리’(한성갤)는 디시인사이드 내의 드라마갤러리(드라마갤)에 7월18일 만들어졌다. 드라마가 4회까지 방영된 뒤였다. 8부작이었던 탓에 KBS드라마갤러리에 모이던 팬들 사이에서 ‘독립하자’ ‘하지 말자’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짧은 방영 기간에 시청률은 낮았지만 <한성별곡>의 그림자는 길었다. 수많은 드라마가 겪는 ‘정전갤’ ‘아웃오브안중’(방문자가 뜸해짐)의 운명을 거슬러 2008년 8월9일에는 1주년 기념 팬모임까지 이뤄졌다.
‘한성갤’의 1년을 요약하면서 ‘드라마 팬’들이 모여서 어떤 일을 벌이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엿보았다(이 글은 기자가 ‘한성갤’에 초고를 올린 뒤 갤러들이 덧글로 보완한 결과물이다).
2007년 7월9~17일 KBS드라마갤러리 시절: 중견 연기자들의 숨은 팬들이 대거 커밍아웃. 그런데 이 중견 연기자들이 죽어나가자 갤러들 당황. “한 회에 한 명씩 죽여나갈 거냐”며 다음에 누가 죽을까 점치는 것이 잠깐 유행. 주로 강력한 상대 드라마 때문에 시청률이 높지 않다는 한탄과 상대 드라마 비판이 함께 이루어짐. 1회부터 수도 천도 시도가 등장하고, 3회 정조 본격 등장부터 대신들의 집단적인 반대에 부딪히는 장면이 그려져 ‘정조=노무현’이 공공연해짐. 첫 회에 등장한 ‘수신료의 가치를 생각합니다’ 문구는 두고두고 ‘짤방’(잘리지 않기 위해서 올리는 이미지)에 사용됨.
7월18일 17:08:46 ‘한성갤’ 열리고 첫 글 등록: 갤로거는 ‘??’ 제목은 ‘!!!’ 첫날 KBS드라마갤러리에서 글들이 대거 옮겨오면서 하루 1178개 글이 등록됨.
7월23일 ‘한별스탭’ 첫 인증: 제목 ‘한성별곡-대본’(이후 ‘옛다 인증’으로 스탭글 모음에 올라감). 내용은 <한성별곡> 대본을 모아 찍은 것.
7월26일 감독판 DVD 추진카페 결성: 이때부터 감독판 DVD 제작을 위한 사투가 시작됨. 최소 수량 300건을 채워야 한다는 이유로 DVD 감독판 공구(공동구매) 선주문 입금 들어감.
7월31일 드라마 종영: 마지막회 ‘배후인물’의 정체가 드러나자 ‘경악’의 글 쇄도.
8월1일 에폭시(액세서리용 열쇠고리) 공구 이벵(이벤트): 이 이벵이 성황리에 끝나자 8월15일 제작진용 에폭시 및 응원북 제작도 이루어짐. <한성별곡>의 팬을 일컫는 ‘한성정인’이란 용어가 이즈음 생김. 응원북은 며칠 동안 갤러들의 응원 메시지를 모아 정리해 만듦.
8월2일 곽정환 PD 최초 인증: 곽정환 PD는 ‘사자머리’(실제로 사자머리 스타일)라는 아이디로 적극적으로 한성갤에 참여해 갤러들의 사랑을 받음. 보통의 경우 스태프들이 ‘눈팅’하다가 참지 못하고 수면 위로 떠오르곤 하는 데 비해 한성갤에서는 이용호 조명감독, 심형근 미술감독, 서홍식 사운드 디자이너, 박진우 작가(2008년이긴 했지만)와 하은 아씨(김하은, 배우로서는 첫 기록, 2007년 8월2일), 정조(안내상)를 비롯한 배우 등이 활발하게 글을 남기는 ‘므훗’한 풍경이 벌어지곤 했음.
8월12일 종방연: 제작진과 배우들에 한성정인까지 함께 참석한 ‘보기 드문’ 종방연이었음.
9월3일 쥐망초 핸드폰줄 공구 이벵: 한약재인 팔각과 비슷하게 생긴 쥐망초는 초반 긴장감을 불어넣던 살인사건의 도구로 사용된 독성 물질임.
9월19일 ‘리뷰북’팀 조직: 구성원은 중간에 많이 바뀜. 리뷰북은 550여 부 발매했는데 그중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100부 증정. 현재는 여분의 파본까지 다 동이 난 상태. 리뷰북에는 제작진이 제공한 촬영장 사진을 모은 ‘포토북’ 형태의 별책부록이 끼워짐. 리뷰북 제작에 8개월이 걸려서, 7개월 걸려 만든 <한성별곡> 드라마보다 제작 기간이 더 길다고 팀원들끼리 자조함.
12월21일 감독판 DVD 발매: 사운드 디자이너가 갤로 왕림해, 본방과 다른 회별 오프닝 대사 추천을 갤러들에게 받음. 갤러들이 추천한 명대사로 회마다 다른 오프닝 대사가 들어감.
2008년 8월9일 1주년 정모: 원래 7월 종방 날짜에 맞춰서 하려고 했으나, 곽정환 PD의 차기작인 <전설의 고향-구미호> 방영으로 조금 늦춰짐. <전설의 고향-구미호> 편은 하은 아씨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한성갤러들의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 드라마였음. 모임 장소는 주인공인 꺼벙이 박상규(진이한) 소속회사 극단이었음. 100여 명이 참석하였고 〈So Hot〉 뮤직비디오와 등장인물별 명장면이 공개됨. 드라마 명대사를 새긴 컵이 참석자들에게 제공됨.
8월28일 밤 12시 현재: 중간에 3천여 개의 글이 날라가는 불운의 시기를 겪었음에도 2만1560개의 글 등록. 하루에 20~30개의 글이 올라오는 ‘명랑함’ 계속 유지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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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다시보기 노하우
첫 번째 ‘닥본사’할 때는 대사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사실 닥본사는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어렵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배우가 대사를 내뱉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억, 어떻게 저런 일이…’ 이러지만 그 사이에 벌써 다른 대사 몇 개를 놓친다. 진짜 찍소리도 못하고 봐야 한다. 두 번째, 그러니까 다시보기를 처음 할 때는 닥본사보다 여유가 있어 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확실히 부담이 덜하다. 뭐니뭐니해도 ‘리플레이’ 기능을 쓸 수 있다는 게 편하다. 하나도 안 놓칠 수 있다는 게 정말 마음 편하다. 세 번째부터는 그동안 수합한 정보들을 하나하나 적용하고 비교하고 다시 적용해본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 몇 가지를 빼고는 거의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네 번째는 저번까지 이해 못했던 것들에 대해 추가적으로 정보를 수집해서 다시 적용한다. 발견한 옥에 티라든가, 영상 스케치에서 배우나 감독이 말했던 ‘촬영할 때 왜 그렇게 했는지’ 따위 얘기를 다시 적용하고 해석해본다. ‘아, 그래서 저때 대본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구나. 두 배우의 스케줄이 안 맞아서, 그동안 한 사람은 쉬고 그래서 머리 스타일이 바뀐 거였구나. 그때는 방송 보면서 갑자기 배우가 생뚱맞게 변했다 생각했는데’ 등등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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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은 디시인사이드의 몇몇 드라마갤러리와 포털 다음·네이버의 드라마 카페에 ‘드라마 마니아’ 설문지를 남겼다. ‘앵벌이’에 낚인 총 71명이 전자우편으로 답변을 보내왔다. 4~5페이지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놓은 사람이 여럿일 정도로 마니아들은 열정적이었고 깊이 있었다. 대세는 ‘20·30대 여성’이었다. 71명에서 기초 신상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3명을 제외한 68명 중 20대 여성은 31명, 30대 여성은 17명이었다. 남자는 총 5명이었는데, 20살이 2명이고 나머지는 각각 17, 18, 19살이어서 평균연령은 18.8살이었다. 설문지에 답변을 보내온 이들의 ‘동정심’을 감안해보면, 20~30대 여성이 ‘친절’해서라는 설명도 가능하지만 이런 연령 분포 통계에는 일말의 진실이 담겨 있으리라.
드라마 마니아들의 첫 번째 특징은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다. 6명만이 종영된 뒤나 다른 방식으로 드라마를 접했다. ‘닥본사’ 앞에 ‘당연’을 붙인 사람들이 많았다. ‘닥본사’는 드라마를 영접할 수 있는 최초의 순간이자, 전국의 수많은 팬들과 동지의식을 나누는 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닥본사’ 의무 뒤 다시 드라마를 여러 번 본다. 71명 중 3명이 1번만 보았다고 했는데, 그마저도 1명은 복습을 반만 했기 때문이었고, 1명은 최근에 보아서 1번밖에 보지 못했으며, 1명은 플래시로 짧게 올라와 있는 것을 반복해서 보곤 한다고 했다.
이들의 드라마 시청 시간은 의외로 길지 않았다. 아예 보지 않는다는 사람도 6명, 일주일 2시간 미만 12명이었다. 외국 드라마로 가면 그 비율은 훨씬 더 높아졌다.
이들은 ‘오직 한 드라마’에 충실해지면서 ‘오직 한 드라마 팬사이트’에서 충성도를 높여간다. 11명이 ‘한 사이트만을 이용한다’고 했으며 ‘1곳 위주로 이용한다’는 답은 32명이었다(합쳐서 43명). 2~3곳을 이용하는 팬 중에는 출연배우의 팬 사이트를 겸하는 경우가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분들: 이은지 강명성 날아라 신은영 신감귤 박선정 LOMONICA 까밴 김희정 이지혜 김희진 DANDELION 세상의중심 FRIOSO 이현주 오렌지에이드 DRAMATIC INISFREE 부활빠 최혜민 한소선 서현림 무섭이 이보람 지은정 김예솔 현이낭자 무색 유은아 ahop 이윤주 황서연 황미진 ~_~ 이보미 골뱅이 없다 은주냥 pir0317 Bourne 쥬뗌뮤 하이v 한박자쉬고 라드 gohong8 eunbi 나윤주 ring. 오산용두 후레지아 베리라키 can-mania 쑤루키 newijin4338 김미선 춘천사는Y양 늘푸른이야기 김경희 박혜원 구소영 fervour tory3307 식겁 잇힝 xiaolee79 참 최경호 라일락향기 na 고진주 초우.
감사합니다.